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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5 20:29 수정 : 2019.09.25 20:34

1. 재난 상황이 닥칠 것을 대비해 마련하면 좋은 생존 배낭과 필수 물품들. 사진 이정연

커버스토리┃재난 대응법

재난 대응법엔 생존 배낭이 필수
물·식량·보온용품·비상 장비 등
자신의 몸무게에 10~15% 정도가 좋아
일터나 자동차 등에 둘 필요도 있어

1. 재난 상황이 닥칠 것을 대비해 마련하면 좋은 생존 배낭과 필수 물품들. 사진 이정연
재난은 한 가지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최근 한반도를 덮친 태풍만 하더라도, 그 피해 양상이 지역마다 달랐다. 태풍에 앞서 내린 폭우에 피해를 당하는 곳이 있었고, 초속 40m가 넘는 강한 바람에 상처를 입은 곳도 있었다. 이렇듯 다양한 재난의 양상 속에서 공통으로 필요한 것이 있을까? 있다. 바로 생존 필수용품을 한데 모은 ‘생존 배낭’이다. 생존 배낭은 어떻게 꾸리면 좋을까? ESC가 전문가를 만나 그 방법을 물어봤다.

생존 배낭. 비장한 이름이다. 온갖 최신 생존 기술 및 도구의 집약체일 것만 같다. 검색 포털에 ‘생존 배낭’을 입력하면 뜨는 제품을 보면 더욱 그렇다. 72시간 생존 배낭, 4인 가족 생존 배낭, 30일 생존 배낭 등 그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생존’과 관계있는 물품이니만큼 비싸면 비쌀수록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서민들이 갖출 수 있는 생존 배낭과 재난 대응법 등에 10년 넘게 관심을 두고 있는 전문가는 “비싼 기성 제품을 꼭 살 필요는 없다.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생존에 필수적인 물품을 담아 훌륭한 생존 배낭을 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생존 기술과 재난 대응법을 다룬 책 <재난시대 생존법>의 작가이자 생존법 정보 공유 온라인 카페인 ‘생존 21’을 운영하는 우승엽 도시재난연구소 대표의 이야기다.

“‘333 생존 법칙’이라는 게 있다.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식량 없이 30일을 생존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생존 배낭은 최소 3일간 재난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물품을 담아야 한다.” 우승엽 대표는 생존 배낭을 재난과 맞서 싸우기 위해 꾸리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재난이 지나가길 기다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생존 배낭을 ‘일상의 구명조끼’라고 부른다. 우 대표는 “해상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구명조끼가 없으면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구명조끼를 입고 육지로 나갈 수는 없다. 구조 보트가 올 때까지 버티기 위해 구명조끼를 입는 것이다. 생존 배낭도 마찬가지다. 재난이 닥쳤을 때 구조대가 오는 걸 기다리는 데 필요한 용품을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생존 배낭의 내용품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물과 식량, 보온용품 그리고 비상 장비다. 필요한 열량은 한 사람의 하루 기초 대사량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저마다 다르지만, 성인은 1000~1500㎉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부피는 작고, 보관은 용이한 식품을 최대한 진공 포장해 담는다. 고열량의 크래커, 건빵, 통조림 등이 대표적인 식품이다. 물은 500㎖짜리 2병을 구비한다. 보온용품은 털모자와 양말, 비옷, 작은 담요, 고무가 덧대어진 장갑, 마스크, 핫팩, 은박 보온덮개 등이다. 비상 장비에는 나사와 가위, 칼 등 다양한 기능을 한데 담은 작은 멀티 툴과 나침반, 호루라기, 조명등, 3m 이상의 끈, 응급처치 용품, 무전기와 라디오 등이 있다.

우 대표가 보여준 비상 장비 중엔 의아한 물품 하나가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티 라이트’다. 알루미늄을 두른 키가 작은 양초를 떠올리면 된다. 집이나 카페 등에서 분위기 연출이나 찻주전자를 따뜻하게 데울 때 쓰는 티 라이트가 재난이 닥쳤을 때 왜 필요할까? “긴 양초는 부러지기 쉽고, 쓰러지면 화재의 위험이 있다. 게다가 배낭 내부 온도가 높이 올라가는 여름에는 초 자체가 녹아 변형되기도 한다. 이에 견줘 티 라이트는 쓰러질 염려도 없고, 촛농이 용기 바깥으로 떨어지지도 않아 더 안정감이 있다. 정전 대비용으로도 긴 양초보다는 티 라이트를 여러 개 구비해 놓는 게 낫다”고 우승엽 대표는 말했다.

생존 배낭을 꾸릴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배낭을 무조건 무겁게 꽉 채우는 건 피해야 한다. 몸무게의 10~15%에 해당하는 무게의 생존 배낭을 마련하는 게 좋다. 빠르게 걸어야 하거나, 성인의 경우 아이를 업거나 안고 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족이 있을 경우 구성원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맞춤 생존 배낭을 꾸리는 게 좋다. 우승엽 대표는 “노인이나 어린이들의 필수용품은 또 다를 수 있다. 특히 어르신의 경우 꼭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생존 배낭과 함께 편안한 운동화와 체육복을 챙겨 놓으면 좋다. 구두나 불편한 옷을 입은 채 재난 상황에서 도망치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 <엑시트>에서도 주인공 의주는 회사 유니폼과 구두를 벗고 운동화와 체육복을 입은 채 재난을 헤쳐 나간다.

응급용품과 비상용품을 담은 책 형태의 키트. 사진 이정연 기자
생존 배낭을 어떻게 꾸리는가도 중요하지만, 생존 배낭을 메는 사람의 체력은 가장 중요한 필수 생존 물품 가운데 하나다. 우승엽 대표는 “잘 달리고, 잘 도망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체력이다. 자연재해와 같은 재난도 있지만, 흉기 난동범을 맞닥뜨리는 재난이 올 수도 있다. 영화 <엑시트>에서도 산악 기술이 중요하게 그려졌지만, 주인공들이 평소 갈고 닦았던 체력이 있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일상의 구명조끼인 생존 배낭을 집에만 둘 것이 아니라 자동차나 일터 같은 일상생활을 주로 영위하는 공간에도 하나씩 둘 것을 우 대표는 권유했다. “생존 배낭은 ‘내가 재난이 닥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재난 속에서 무력감이나 조급함, 공포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감으로 무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생존 배낭 꾸리기도 일상의 취미처럼 시작해보길 권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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