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18 20:14
수정 : 2019.09.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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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집의 차돌박이. 사진 백문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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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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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집의 차돌박이. 사진 백문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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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전문점’이라고 말하는, 고깃집에 갈 때마다 영 내키지 않았다고 하면 내숭일까? 갓 구운 고기야 당연히 맛있지만, 기름으로 미끌미끌한 탁자와 불친절한 응대가 종종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절하고 깨끗한 고깃집, 물론 많지만, 흔히 말하는 ‘노포(오래된 가게) 맛집’에서 그런 기분을 느꼈다면 내가 너무 ‘꼰대’인 것일까? 노포에서는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도 고기의 유혹은 피할 수 없어서 주기적으로 찾는다. 빗소리를 닮은 듯 귀에 쏙쏙 들어오는 고기 굽는 소리와 지글지글 구울 때 나는 냄새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 맛집 ‘봉산집’은 알 사람은 다 아는, 차돌박이 전문점이다. 강남 등에도 분점이 있는, 유서 깊은 노포다. 사실 고깃집만큼이나 노포의 존재감을 뚜렷한 드러내는 식당이 없다. 수십년을 내려온 그 집만의 고기 정형 방식, 밑반찬, 불까지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봉산집은 묘하게 단순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고추장, 양배추, 양념장이 나온다. 그게 전부다. 그런데도 특별하다. 아삭아삭한 양배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고 있으면 이것만 한 안주가 없다. 애피타이저다.
며칠 전 간 그곳. 이윽고 나온 차돌박이의 자태는 훌륭했다.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패 삼겹살처럼 얇게 썰어 나온 차돌박이의 매력은 그 자체로 충분했다. 차돌박이의 미덕은 굽는 속도에 있다. 한꺼번에 고기를 불판에 올려 볶듯 구운 뒤 빨래 걷듯 한꺼번에 거둬 입안으로 쓸어 넣는 그 기분을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봉산집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소스에 있다. 대파와 청양고추가 가득 들어간 특유의 간장·식초 소스는 새콤하고 짭조름하고 달콤하고 매콤하다. 느끼할 수 있는 차돌박이를 무한대로 먹게 하는 동력이다. 누가 그랬던가? ‘고기 먹다가 질린다’는 말은 너무 안일한 삶의 태도에서 나온다고. 질리기 전에 다양한 방법으로 먹어야 한다. 한차례 차돌박이를 수확하고 소주 한잔으로 입가심하자 그저 웃음만 나온다.
뭐 좀 기름지면 어떤가? 다소 비싼 가격이면 또 어떤가? 이렇게 고기 한 점으로 한껏 신날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다면 그까짓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찾는 식당에는 다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늘 옳다.
백문영(라이프 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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