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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5 09:34 수정 : 2019.09.05 09:44

지난달 29일 울산 울주군 향산리 ‘복순도가’ 전경. 김선식 기자

3대째 막걸리 만드는 복순도가 양조장
“부드러운 탄산과 새콤한 향” 시음·체험도
17년째 수제 맥주 명맥 이은 트레비어
7월 말 양조장 펍과 족욕탕도 만들어
울산 울주군 술 마시러 떠난 여행

지난달 29일 울산 울주군 향산리 ‘복순도가’ 전경. 김선식 기자
과일이 농익으면 시큼한 술 향이 난다. 잘 익은 술은 상큼한 과일 향이 난다. 과일주 얘기가 아니다. 막걸리와 맥주다. 울산 울주군에 전통 있는 막걸리와 수제 맥주 양조장이 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지난달 29일, 술맛 나고 살맛 나는 여행지를 찾아 울산 울주군에 다녀왔다.

새까만 단층 건물 중앙을 가로지르는 복도에선 물소리가 들렸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물이 끓는 소리 같기도 하다. 3대째 가양주(집에서 담근 술) 명맥을 이어온 막걸리 양조장 ‘복순도가’(울산 울주군 상북면 향산리) 발효실 겸 숙성실에서 막걸리가 끓는 소리다. 한창 발효할 때 나는 소리 그대로 녹음기에 담아 스피커로 틀었다. 복도 오른편이 숙성실(발효실)이다. 황토색 벽돌로 쌓은 벽엔 벽돌 하나 크기로 듬성듬성 유리창이 나 있다. 바닥 근처 환풍기에선 발효하는 막걸리 향기가 새어 나온다. 양조장을 찾은 이들 모두 가장 가까이에서 발효 소리와 향을 느껴보라는 듯.

‘복순도가’는 박복순·김정식 부부와 두 아들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방식 그대로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이다. 2010년부터 제품을 내놨다. 술맛을 본 지인들로부터 ‘이렇게 질 좋은 술을 왜 제품으로 만들지 않냐’는 말을 여러 차례 들은 장남 김민규(37) 부대표가 가족들에게 처음 제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술과 양조장 이름은 술을 직접 빚는 어머니 박복순씨 이름에서 따왔다. 지난 7월엔 새 제품 ‘탁주’를 내놨다. 막걸리와 물을 섞어 거를 때 원주(막걸리 원액) 비중을 높인 술이다. 올해 안엔 약주(주세법상 누룩이 1% 이상 들어간 술), 청주, 소주도 출시할 계획이다.

‘복순도가’ 김민규(37) 부대표. 김선식 기자
양조장은 마을에서 ‘누룩’ 같은 존재다. 누룩이 고두밥(지에밥)을 발효시켜 막걸리를 완성하듯 양조장은 마을에 스며들어 쌀과 농민들 삶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자임한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김민규 부대표는 ‘발효건축’을 주제로 졸업 논문을 썼다. 건축과 지역의 관계맺음을 탐구한 논문이라고 한다. 김 부대표는 “(부패와 달리) 유기물이 인간에게 유용하게 바뀌는 게 발효라면, 어떤 공간이 인간에게 유용하게 바뀌는 과정이 발효건축”이라고 말했다. 양조장은 건물 벽에도 마을의 자연색을 입혔다. 마을 볏짚을 태운 재를 가져다 외벽에 바르고 새끼를 꼰 줄을 벽에 넣었다. 어느 벽에는 벽돌을 바를 때 누룩을 넣었다. 인공 첨가물 없이 잘 익은 막걸리처럼 양조장은 마을 논들 사이에서 마을 거점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복순도가’ 막걸리 만들기 체험. 김선식 기자
복순도가 막걸리는 부드러운 탄산이 입안에서 깨지면서 은은한 과일 향을 낸다. 잔에 입을 가까이 대기만 해도 공기 방울이 튀어 올라 바스러진다. 맛의 비결은 누룩과 항아리다. 통밀을 직접 으깨 만든 누룩을 쓴다. 50~70년 된 300여리터 항아리에 술을 담근다. 김민규 부대표는 “스테인리스 통에 담근 막걸리는 보통 72시간 숙성하는데 항아리에 담그면 23~30일 숙성한다”며 “그만큼 깊은 맛이 난다”고 말했다. 술을 항아리에 담그면 제조 과정이 번거롭다고 한다. 한 번 쓴 항아리는 볏짚을 태워 안을 소독하고 물로 씻고 말려야 한다고. 김 부대표는 “술은 살아있는 생물이어서 번거롭더라도 정성을 많이 쏟아야 제맛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복순도가’ 숙성실(발효실)에 있는 항아리. 김선식 기자
복순도가에선 무료로 막걸리를 시음하고 막걸리 만들기(1인당 1만1천원)를 체험할 수 있다. 이날 부산에서 온 이유정(30)씨는 “여기 막걸리가 샴페인 맛이 난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막걸리는 보통 입자가 거칠고 탁한데 이 막걸리는 새콤하고 탄산이 부드럽다”고 말했다. 차남 김민국(34) 연구실장은 “천연 탄산은 입자가 작아서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막걸리는 잘 발효하면 꽃향기나 과일 향이 나는데 이를 ‘산도가 잘 잡힌 맛’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만난 최대 시음자는 두 명의 러시아인이었다. 그들은 935㎖짜리 막걸리 총 4병을 나눠 마시고 몇 병을 사 들고 떠났다고 한다. 김 실장은 “종종 꽤 많이 시음하는 분들도 있지만 별 거리낌 없이 제공하고 있다. 양조장에서 마신 술은 더 기억에 남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양조장 ‘트레비어’ 건물 외벽엔 홉이 자라고 있다. 김선식 기자
복순도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수제 맥주 양조장 ‘트레비어’(울주군 언양읍 반곡리)가 있다. 총 400평가량 양조장, 붉은 벽돌 건물 외벽에는 홉이 덩굴을 뻗어 자라고 있다. 트레비어는 2003년 국내 수제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6년부턴 대부분 맥주를 이곳 양조장에서 빚고 있다. 트레비어는 매달 수제 맥주 60톤(20리터들이 3000통)을 출고해 전국 300여개 수제맥주 전문점에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말엔 양조장 앞에 대형 펍을 열었다. 지나가는 ‘나그네’들이 맥주 한잔하고 피로를 풀 수 있도록 ㄱ자 모양으로 폭 80㎝, 길이 6~7m 족욕탕도 앞마당에 만들었다.

지난 29일 ‘트레비어’ 양조장 앞 펍에서 술잔을 들고 있는 오세영(46) 이사. 김선식 기자
현재 트레비어는 수제 맥주 10종을 만들고 있다. 에일과 라거가 절반씩이다. 정재환(46) 트레비어 대표는 “에일은 숙성에 22~25일 걸리는데 라거는 석 달이 걸려 수익성이 낮다”며 “하지만 국내 이용자들은 라거를 친근감 있게 여겨 에일과 라거를 절반씩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맛본 맥주는 총 3종이다. ‘바이젠’은 목 넘김이 부드럽고 바나나와 바닐라 향이 났다.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밀맥주다. ‘처용 인디아 페일 라거’는 향긋한 자몽이나 귤 향이 났다.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진하고 묵직했다. 농도 8.5도 흑맥주다. 맥아 8종을 볶아 빚은 흑맥주에선 커피와 초콜릿 향이 올라온다.

‘트레비어’ 수제맥주들. 김선식 기자
오세영(46) 트레비어 이사는 “바이젠, 처용, 스타우트는 각각 효모, 홉, 맥아가 주인공”이라며 “그들이 특유의 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트레비어 펍에선 이용자들이 팔찌를 찬다. 탭 기계(수도꼭지를 눌러 맥주를 따르는 기계)에 팔찌를 갖다 대고 맥주를 따르면 팔찌마다 따른 용량과 금액이 입력된다. 맥주마다 10㎖당 110원 안팎 가격이 매겨져 있다. 조금씩 맛을 보고 입맛에 따라 맥주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울주군 막걸리 양조장과 수제 맥주 펍에서 잘 익은 술을 세월아 네월아 마시다 보니, 어느새 아침부터 내린 비는 그쳤고 가을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울주(울산)/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지난 30일 울산 울주군 ‘연잎 정식’을 파는 밥집 ‘가랑잎새’ 마당. 김선식 기자
울주군 여행 수첩

한국관광공사는 2017년부터 지역관광 품질 제고를 위해 ‘대한민국 테마 여행 10선’을 선정하고 있다. ‘복순도가’를 중심으로 한 울산 울주군 여행은 올해 ‘10선’ 가운데 하나다. 울주군엔 복순도가·트레비어 양조장과 같이 들를 만한 식당과 카페가 여럿 있다.

식당 ‘가랑잎새’는 연잎밥 정식을 파는 밥집이다. 넓게 논이 펼쳐진 마을 속에 박혀 있다. 과거 초가집이던 농가에 기와를 올리고 내벽 황토와 나무 기둥을 그대로 살렸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에서 ‘보약 같은’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연잎 정식은 된장찌개, 수육, 생선구이를 같이 낸다. 취나물, 참나물 등을 데쳐 말린 ‘묵나물’과 죽순나물, 박나물 등 나물도 푸짐하다. 연잎으로 싼 밥은 찹쌀, 호박씨, 연근, 연자(연꽃 열매), 밤, 호두 등이 들어 고소하고 달콤하다. 주말엔 대기 줄이 길다. 연잎 정식 1인 1만8천원(2인분부터 주문 가능). 파불고기 정식 1인 2만원(2인분부터 주문 가능). 매주 월요일 휴무. 평일 낮 12~2시, 오후 5시 반~7시 주문 가능. 주말·공휴일 낮 12시~저녁 7시 주문 가능.(문의 052-264-3720·상북면 우만길 27-19) ‘향산가든’은 ‘복순도가’ 바로 뒤편에 있는 밥집이다. 오리백숙(4만5천원), 닭백숙(4만원) 등이 있다. 고등어조림을 같이 내는 정식(8천원)도 깔끔하고 푸짐하다.(문의 052-262-3588·상북면 상북로 210-11)

카페 ‘농도’는 널찍한 한옥 카페다. 건물 전체가 기와를 올린 한옥이다. 마당 기와 담장 너머 구름과 산세가 비치는 등억 저수지가 있는 풍경마저 고풍스럽다. 한옥 회랑 마루와 창가 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며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말차 아포가토(6500원), 오미자(7천원), 레몬가든(7천원)이 대표 메뉴. 오미자와 레몬가든 장식이 화려하다. 오전 11시~오후 2시엔 한우불고기 제철야채 비빔밥, 발효 황차, 수제 다과를 내놓는 정식(1만5천원)을 주문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11살 미만 어린이는 야외 테이블만 이용할 수 있다. 카페 안 도자기 화병 등이 깨질 수 있어 위험하다는 이유다.(문의 052-264-1700/상북면 명촌길천로 23)

‘온실리움’은 온실에 있는 카페다. 선인장과 야자수 바로 옆에 늘어선 테이블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 건물 옆 산책길과 별도의 온실을 걸을 수 있다. 옥상에선 주변 산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메뉴는 커피와 발렌시아 애플 티(6500원), 샹그리아 스파클링(6500원) 등이 있다.(상북면 도동신리로 138)

축제 ‘제4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오는 6~10일 열린다.(문의 052-248-6451·umff.kr/kor)

기타 울산역(통도사)에서 ‘복순도가’까지 택시로 10분 거리다.(택시비 8천원 안팎·상북면 향산동길 48) 오전 9시~오후 6시에 방문하면 시음·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문의 1577-6746·boksoon.com) ‘트레비어’ 양조장과 펍(언양읍 반구대로 1305-2)도 울산역에서 차로 10분 거리. 오전 10시~저녁 8시에 방문할 수 있다.(문의 080-225-1110·trevier.co.kr) 울주군은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 콜택시를 이용하길 권한다. 언양콜택시(문의 052-254-4545)는 가까운 거리를 가도 배차가 잘 되는 편이다. 미터기 요금에 1천원을 추가로 받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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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부터 ‘가을 여행주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오는 12~29일을 ‘가을 여행주간’으로 정했다. 국내 여행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여름철에 몰리는 여행 수요를 봄·가을로 분산한다는 취지로 2014년부터 여행주간을 정해 왔다.

여행주간에 맞춰 나온 ‘지역 대표 여행상품’이 여럿이다. 부산 ‘가을 바다 체험기’ 상품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 수영만 요트경기장, 다대포해수욕장에서 각각 요가수업, 서핑, 요트, 러닝 및 피트니스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각 1만5000~3만5000원·신청 9월26일까지) 광주 ‘아트스테이 인 광주’는 광주에 있는 예술가 작업실,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 공방 등을 방문해 관람하고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3~5만원·신청 9월23일까지)

여행주간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서울 4대 궁과 종묘는 9월16~29일 입장료를 50% 할인한다. 이곳을 포함해 조선왕릉, 세종 유적은 추석 연휴 9월12~15일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서울 정동극장은 상설공연 <궁: 장녹수전>을 20% 할인한다.(9월12~29일·jeongdong.or.kr 참고). 충남 서천군에 있는 국립생태원은 입장료를 30% 할인한다.(9월12~29일)

여행 업체들도 할인 상품을 내놨다. 온라인 숙박 예약 서비스 업체 ‘야놀자’는 9월29일까지 전국 각지 숙박·레저·액티비티 할인 상품들을 판매한다. 호텔 신라스테이도 같은 기간 전국 11개 지점에서 객실과 신라스테이 베어 1개 패키지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온라인 렌터카 예약 서비스 업체 ‘카모아’는 같은 기간 제주도와 울릉도에서 렌터카를 할인가로 제공한다. 자세한 내용은 여행주간 누리집(travelweek.visitkorea.or.kr) 참고.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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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울산)/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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