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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4 19:58 수정 : 2019.09.04 20:05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 최근 주목받는 여러 가지 친환경 빨대들.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제공

향이네 식탁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 최근 주목받는 여러 가지 친환경 빨대들.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제공

오래 전입니다. 안동의 한 종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종가 음식 취재차였죠. 집안 사람 수십명이 모여 한복을 입고 제례를 지냈습니다. 조선시대 같았지요. 차례를 치르기 전에 사람들이 정성을 들여 한 일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여자들은 나물을 무치고, 고기를 구웠지요. 남자들은 구운 참새를 차곡차곡 접시에 올려 쌓았습니다. 탑 같았지요. 제례가 끝나고 음식을 나눠 먹었습니다.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마술 상처럼 줄지 않는 것 같았어요.

조선시대 자료를 살피면 차례상뿐만 아니라 동뢰연(전통혼례에서 첫날밤을 보낸 부부가 술잔을 나누는 잔치)에서도 상차림은 엄청났습니다. 전유어, 두부적 등 수십가지 음식이 차려졌죠. 그 시대 서민들의 동뢰연도 화려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날, 맛난 음식을 마음껏 즐기는 건 우리 민족의 미덕이지요. 하지만 그런 자료를 볼 때마다 음식이 남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냉장고가 있던 때도 아니잖아요. 음식 쓰레기는 결국 가축들의 몫으로 돌아갔을까요?

요즘엔 해결책이 많습니다. 분쇄해서 가루로 만들어 처리하는 기술도 있지요. 하지만 쓰레기 처리에 힘을 쓰기보다는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운동도 일고 있어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최소화해 환경오염을 막는 데 도움 주자는 운동이죠. 여기에 ‘재미’를 붙여 실천하는 이들도 있더군요. 제주 바닷가에는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기하는 이가 있고, 서울 망원동엔 까만 비닐봉지를 주우면 장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더군요. 해양 오염 문제를 알리기 위해 쓰레기가 둥둥 뜬 수영장에서 싱크로나이즈 공연을 한 예술가도 있지요. ‘쓰덕’이라는 말도 생겼어요. ‘쓰레기 덕후’의 줄임말입니다.

지난 봄 보도된 플라스틱 먹고 죽은 고래 이야기는 비극적입니다. 하지만 건강한 ‘쓰덕’의 소식을 전해 들으면 희망이 살포시 고개를 들어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이번 주 ESC는 요즘 화제인 일회용 빨대 얘기부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쓰덕’ 맘들의 일상까지 다뤄봤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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