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4 19:58
수정 : 2019.09.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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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더블유 메리어트 서울의 뷔페식당. 사진 제이더블유 메리어트 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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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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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더블유 메리어트 서울의 뷔페식당. 사진 제이더블유 메리어트 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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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제이더블유(JW) 메리어트 서울’ 호텔에서 만나자는 전갈을 보내왔다. 호텔 식당이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획일화된 서비스, 배부른데 자꾸 음식을 권하는 것만 같은 뷔페식당이 그랬다. 최근에 호텔 식당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진짜일까?
약속 시각에 맞춰 도착한 호텔은 새로웠다.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쳤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방문해 보니 느낌은 달랐다. 외국으로 휴가를 떠나온듯 한 기분마저 들었다.
2층에 위치한 뷔페식당 ‘플레이버즈’. 친구는 말했다. “네가 좋아하는 와인도 마음껏 마셔라.” 이것저것 섞어 먹을 수밖에 없는 뷔페식당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그날은 달랐다. 대리석으로 꾸며진 넓은 홀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기 전 친구에게 말한 “입맛이 없다”는 핑계가 무색하게 부지런히 접시를 날랐다. 도미, 연어, 참치로 구성된 플레이트, 모둠 초밥 등을 고른 후 산책하듯 음식 코너를 휘휘 돌았다. 늘 좋아하는 토마토 카프레제, 광어 카르파초, 참치 아보카도 샐러드 같은 가벼운 음식부터 엘에이갈비, 등심구이, 등갈비 같은 각종 고기류까지 쭉 늘어선 모양새가 보기만 해도 푸근하고 기분 좋았다. “11월까지 매달 한국 와인 메이커와 함께하는 디너 행사가 있다”고 말하는 정하봉 소믈리에의 안내도 한몫했다. 다른 호텔과 달리 이곳은 한국 와인을 잔으로도, 병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충청남도 예산에서 생산하는 사과로 만드는 와인 ‘추사 로제’를 한 잔 마시고 참치 회 한 점, 아삭한 시저 샐러드를 연달아 먹고 나니 요즘 무기력했던 몸과 마음이 깨어났다. 다시 음식이 있는 홀로 돌진해 파스타, 각종 치즈 등을 접시 한가득 담아 돌아오는 길은 뿌듯하고 행복했다.
먹고 마시는 일이 즐겁지만은 않을 때가 있다. 이런저런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버거울 때도 있다. 가끔은 그저 가만히 방관하고 있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오랜만에 즐거운 뷔페식당 여행을 하고 나니 ‘내일은 또 뭘 먹지?’ 고민이 된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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