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21 20:20
수정 : 2019.08.2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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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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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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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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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는 논두렁에서 뛰어 놀았다. 말 그대로 뛰어 놀았다. 논두렁 한 바퀴를 도는 이어달리기를 하며 놀았다. 그 뒤로 이어달리기는 나에게 제일 재미있는 스포츠였다. 30대 중반이 훌쩍 넘어 이어달리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놓칠 수 없었다.
‘이어달리기 경기 나가실 분?’ 다니고 있는 체육관에서 다른 회원이 에스엔에스(SNS)에 글을 올렸다. 갑자기 나대는 심장. ‘아, 정말 나가고 싶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저요!’ 순식간에 답글을 달았다. 귓가에는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하니~~~”가 울렸다.(1980년대 후반 방영된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의 주제가 가사다)
9월8일 언니네트워크가 주최하는 퀴어여성게임즈가 열린다. 여성과 성소수자가 참여하는 운동회다. 배드민턴, 농구, 풋살 등의 경기가 열린다. 이어달리기도 종목 중 하나다. 12개 팀이 이어달리기 실력을 겨룬다. 나가는 데 의의를 두려고 했는데, 그게 또 잘 안 된다. 잘 뛰고 싶다!
이어달리기 팀이 꾸려졌다. 모이고 보니 모두 같은 체육관을 다니는 인연이다. 재미있게 놀고 뛰면 될 일이다. 그런데 잘 뛰고 싶은 마음은 매 한가지인가 보다. 얼마 전 이어달리기 연습을 시작했다. 팀 구성원 4명 중 3명이 습도가 아주 높은 날 저녁, 운동장에 모였다. 각자의 기록을 재고, 바통 터치 방식을 연구했다. 바통을 왼손으로 받을지, 오른손으로 받을지 심혈을 기울여 정했다.(다른 팀에 작전이 유출될 수 있으니 어떤 방식으로 정했는지는 적지 않겠다.) 이어달리기 해 본 사람들 알겠지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모두가 빨리 걷거나 천천히 뛰기를 하는 운동장에서 우리 3명은 바통 터치를 연습했다.
박미향 팀장에게 이어달리기 경기에 나간다고 이야기했더니 호들갑이다. 물론 약간의 맥주를 마셔 살짝 취한 채였다. “진짜 재미있겠다. 응원 갈까? 이정연 기자 응원 플래카드라도 걸어야겠다.” 취한 김에 농담으로 이야기했는데, 진지하게 대응했다. “응원 플래카드 제작해서 보내면 3만원이면 걸 수 있어요. 진짜 꼭 걸어주세요!”라고 말했더니 아뿔싸 박미향 팀장은 한술 더 뜬다. “알았어, 알았어! 1등 해야 해!”
이어달리기 팀원들은 다음 연습 때까지 각자 단거리 달리기 연습을 해오기로 했다. 유튜브에서 강습 동영상도 찾아놨다. 팔팔하던 시절에도 0.1초 단축하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이라고 될까? 의문은 들지만 걱정은 들지 않는다. 어서 달리고 싶을 뿐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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