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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1 20:18 수정 : 2019.08.21 20:24

일러스트 백승영

커버스토리┃여성들의 판

여성 출연진 위주의 예능 증가
<판 벌려-이번 판은 한복판>, <캠핑클럽> 등
“쾌적하고 권위적이지 않아 매력”
티브이 바깥 여성들의 판도 여럿

일러스트 백승영

티브이 속 여성들의 ‘판’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여성 출연진이 대거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과거 <무한걸스>와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 가물에 콩 나듯 보였는데, 불과 1~2년 사이의 변화다. 요즘 화요일에는 <판 벌려-이번 판은 한복판>, 일요일엔 <캠핑클럽>, 금요일엔 <삼시세끼-산촌편>을 볼 수 있다. 여성 예능 전성시대의 한복판에 선 인물은 출연자이자 제작자인 방송인 송은이다. 그는 <판 벌려-이번 판은 한복판>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송은이가 만들고 벌인 여자들의 놀이판, 점점 많아지고 커지는 중이다. 여성 예능에 관한 시청자의 반응 또한 호의적이고, 적극적이다. “이제 예전 <무한걸스>를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좋다.” 한국 여성 예능 프로그램 덕후(마니아)를 자처하는 직장인 김아무개(27)씨는 말했다.

혹시, 착시 현상은 아닐까? 소나기처럼 내리다 이내 사라지는 ‘여자들의 판’은 아닐까?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본 한국 대중문화를 다룬 책 <괜찮지 않습니다>를 펴낸 최지은 작가는 여성 예능이 양과 질 면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불과 4년 전만 해도 여성 예능은 고사상태였다. 고정 출연하던 여성 방송인들도 밀려나 하차를 했으니까. 여전히 많다고 볼 수 없으나, 그때 견주면 여성 예능이 늘었고 그 물꼬는 송은이, 김숙 등이 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성적이 아니면 여성 예능은 남성 예능에 견줘 자리 잡기가 여전히 힘들다”고 최 작가는 지적한다.

이 ‘판’이 또 언제 뒤집힐지 모르나, 확실한 건 변화한 시청자들이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교사인 박지아(가명)씨는 “여성 예능 출연자 중에는 큰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웃음). 남성 예능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여성 예능을 더욱 편하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최지은 작가는 “여성 시청자들은 여성혐오 발언을 했거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티브이에 나오면 모욕감을 느끼기도 한다. 반면 여성 예능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쾌적하다. 나이 순서대로 줄을 세운다든지 하는 권위적인 문화가 드러나는 장면도 적어 스트레스 없이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판’은 티브이 바깥에서도 여럿 펼쳐지고 있다. 시청률로 판이 커질지 접힐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판’들이다. 쾌적하고, 안전하고, 불편하지 않은 ‘판’을 만들고, 그 판에 기꺼이 참여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 운동, 모터바이크, 글쓰기, 동네 네트워크 모임 등등이 하루가 멀다고 생겨난다. 직장인 효선(35)씨는 “팟캐스트나 네트워크 서비스 등 여성들의 판을 여럿 이용해 봤는데, 이런 판을 접하면서 더욱 많은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고,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라 ‘여자는 돕는 건 여자’라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한다. 그칠 줄 모르고 여기저기 생겨나는 여자들의 ‘판’, ESC가 한 판에 담아봤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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