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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31 20:29 수정 : 2019.07.31 20:39

‘동물의 집’ 정경섭(48) 대표와 반려견 ‘요다’. ‘동물의 집’은 반려동물 먹거리 제조 및 유기견 관련 치료·보호에 대한 지원을 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정 대표는 3년 전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요다(10살 이상 추정)를 입양했다. 요다는 몇 년 전 울릉도에서 구조된 ‘울릉이 12마리’ 중 한 마리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커버스토리┃노견·노묘

인간 수명과 다른 반려동물
반려견 수명 물어보는 이들
악의 없어도 가까워지기 어려워
노견 떠난 후 상실감 큰 이도
그들에 대한 이야기

‘동물의 집’ 정경섭(48) 대표와 반려견 ‘요다’. ‘동물의 집’은 반려동물 먹거리 제조 및 유기견 관련 치료·보호에 대한 지원을 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정 대표는 3년 전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요다(10살 이상 추정)를 입양했다. 요다는 몇 년 전 울릉도에서 구조된 ‘울릉이 12마리’ 중 한 마리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인간의 평균수명에 턱없이 모자라는 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떨쳐낼 수 없는 쓸쓸함이 있다. 동물의 생애주기를 인간 나이로 환산해 몇 살인가 가늠하다 보면, 그들은 어느덧 반려인의 나이를 저만치 앞질러 ‘어르신’이 되어버린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십수년을 동생과 자식 삼았던 동물이 인간 나이로 일흔, 여든이 되는 즈음.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여생을, 그리고 그들이 가고 없는 나의 여생을 떠올리며 시름에 잠기게 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자주 듣는 질문은 수명에 관한 것들이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들은 상대방 반려동물의 나이를 알게 되면 해당 종의 평균수명에 관해 묻곤 한다. “그 개(또는 고양이, 토끼, 새, 물고기, 햄스터, 뱀 기타 등등)는 보통 몇 년이나 살아요?” 악의가 없다고 해도, 대화가 산뜻하게 이어지기 어렵다. 상대의 반려동물이 평균수명을 넘겼다고 치자. 오래 살았다고 덕담을 건네 봤자 반려인의 표정은 썩 좋지 않다. ‘그래, 살 만큼 살았단 뜻이냐!’ 발끈하는 마음이 솟기도 한다. 이 밖에 부적절한 질문의 예로 “주인 알아봐요?” “냄새 안 나요?” “한 달에 돈이 얼마나 드나요?” 등이 있다. 적절한 질문인가 가리는 방법이 있다. △정말 궁금한가? △상대방의 부모, 형제자매, 자녀에 관해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도 원만한 관계가 유지될 것 같은가?

‘펫펨족’(pet+family), ‘펫코노미’(pet+economy) 등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지갑을 여는 이들과 동물 관련 산업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이 낯설지 않다. 누군가는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을 한다. 적어도 여름은 그렇지 못하다. 한해 발생하는 유기견의 약 20%가 넘는 개가 휴가철인 7~8월 사이에 버려진다고 한다. 누가 버리는가. 기르던 사람이 버린다. 유기된 동물의 수는 예쁘고, 귀엽고, 어리고, 건강한 동안만 가족으로 삼고, 지갑을 여는 이들의 수이기도 하다. 유기된 대형견은 입양도 쉽지 않다. 심지어 노견에 질병까지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늙고 아픈 동물을 책임지고 그들을 돌보는 일을 그만두는 이가 있는 한편, 늙고 상처 입은 개들을 다시 보듬어 품는 이도 있다. 경상북도 청도군에 사는 이정아씨는 말한다. “두살에 만났으면 어떻고 열두살에 만났으면 어떤가요. 지금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하죠.”

질병 있는 노령견이나 노령묘를 오래 보살피는 반려인들은 “(사람)가족이라도 저렇게 살필 순 없을 것”이라는 칭찬을 들을 정도로 모자람 없이 돌봐도 후회가 밀려온다. ‘항암치료 하지 말걸’, ‘연명치료 해서 고통만 더했나’ 등, 다른 선택을 했다면 좀 더 나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에 빠지기도 한다. 말 못 하는 동물과 교감하면서 그들을 대신해서 한 선택의 무게가 가볍지 않지만, 이 과정을 이해 못 하는 주변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 노령화로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으로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는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번 주 ESC는 노견, 노묘와 함께하는 사람들, 그리고 반려동물이 떠난 이후에 관해 다룬다. 슬픈 이야기만은 아니다. 22살, 17살 반려묘와 함께하는 권복연씨의 말을 전한다. “사이좋게 생의 끝까지 함께 살자.”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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