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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4 20:05 수정 : 2019.07.24 20:15

‘르 메르디앙 서울’의 ‘허우’의 요리. 사진 ‘르 메르디앙 서울’ 제공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르 메르디앙 서울’의 ‘허우’의 요리. 사진 ‘르 메르디앙 서울’ 제공

중식만큼 한국 사람이 사랑하는 외식 음식이 있을까? 허름한 중식당에서 시끌벅적하게 먹고 마시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하지만 고급스럽고 세련된 공간에서 즐기는 중식의 맛은 색달라 좋다.

서울 강남에는 맛있기로 소문난 중국 식당이 많다. 그중에서 최근 문 연 ‘르 메르디앙 서울’의 ‘허우’는 특별하다. ‘한국 중화요리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후덕죽 셰프가 둥지를 튼 곳이기 때문이다. 문 열기 전부터 미식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후덕죽 셰프는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을 오랫동안 진두지휘한 명장이다. 그가 팔선을 떠난 후 선택한 ‘허우’.

사실 중식은 먹기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데다 튀긴 음식이 대부분이니까.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는 편견도 있다. 그래서 처음 이곳을 방문할 때 걱정이 앞섰다. 더구나 코스 요리는 양도 많아 부담스럽다. 하지만 첫 번째 요리를 맛보는 순간 걱정은 사라졌다.

불도장, 중식 냉면 등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더위에 지친 입맛을 달래 줬다. 오골계, 자연 송이, 말린 관자 등 평소에는 구경하기도 힘든 고급 식재료가 들어간 메뉴 ‘허우 고법 불도장’은 감동적이었다. 불도장 특유의 묘한 한약재 향은 거의 없었다. 해장국을 먹는 듯, 좋은 와인을 마시는 듯 구수하고 시원하고 향긋하고 짜릿했다. 코스 마지막으로 나오는 ‘허우 중식 냉면’은 그저 달고 시기만 한, 땅콩 소스 일색의 일반적인 중국 냉면과는 달랐다. 불도장을 끓인 국물을 기본 육수로 사용하는 데다, 설탕 대신 꿀을 넣어 그 맛이 깊었다.

‘호텔까지 가서 무슨 중식이냐, 파스타 같은 거 먹으면서 분위기 내자’고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쉬이 접할 수 없는 귀한 식재료를 만나거나 세심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식사하는 체험은 때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특별한 일이 된다. ‘돈 벌어서 뭐 하나, 밥이랑 술 사 먹지.’

백문영(라이프 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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