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시케쉬에 있는 비틀즈 아쉬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작은 미미’. 비틀즈는 1968년 2월부터 3개월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18곡의 노래를 만들었다. 사진 ‘작은 미미’ 제공
|
작은 미미의 인도살이
공기 질이 나쁘기로 유명한 인도
3년째 인도에서 사는 ‘작은 미미’
올해로 데뷔 11년차 듀오 ‘미미시스터즈’
‘작은 미미’의 진짜 인도살이 이야기
|
리시케쉬에 있는 비틀즈 아쉬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작은 미미’. 비틀즈는 1968년 2월부터 3개월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18곡의 노래를 만들었다. 사진 ‘작은 미미’ 제공
|
신비주의 듀오 ‘미미시스터즈’. 그들이 무대에 올라서면 특이한 의상과 묘한 음색으로 청중을 사로잡습니다. 한동안 활동이 뜸했는데 이들은 그사이 일반 직장인이었던 ‘큰 미미’는 퇴사했고, ‘작은 미미’는 인도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듀오 결성 10주년을 맞아 앨범을 내며 우리 곁으로 다시 온 이들. ‘작은 미미’가 격주로 ‘인도 살이’의 참맛이 담긴 글로 독자님들을 찾아갑니다.
눈을 떴다. 잠결에 몸을 일으키고 공기청정기 쪽으로 가려다 깨닫는다. 아 맞다, 나 지금 서울이지! 내가 묵고 있는 숙소에는 공기청정기 자체가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밤새 잘 돌아갔을 것이다. 정전이라니, 한국에서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일 터.
인도에 산 지 이제 3년째. 간밤에 분명히 꺼졌을 공기청정기 전원 버튼을 다시 누르는 게 인도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아이티(IT) 강국이라면서 전력 공급은 왜 이리 불안하기 짝이 없는지. 에어컨을 많이 돌리는 한여름에는 하루 열 번 이상 정전이 될 때도 있다. 50도에 가까운 기온을 자랑하는 인도의 한여름에 에어컨이 꺼지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숨이 컥 막혀온다. 1, 2초의 찰나가 억겁으로 느껴진다.
그다음에 하는 것이 커튼을 열어보는 일이다. ‘오늘의 시야’를 체크한다. 최악의 경우부터 말씀드리자면, 혹시 영화 <미스트>를 보셨는지. 두터운 안갯속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환상 속 괴물들 때문에 사람들이 미쳐가는 영화. 나도, 아주 미쳐버리겠다. 빵빵하게 틀어놓은 드라이아이스라 생각하며 나는 차라리 춤을 춘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게 꼭 내 인생 같구나. 내 속의 괴물이 튀어나와 같이 춤을 춘다. 하지만, 오늘 서울의 하늘은 청정 그 자체. 온종일 하늘만 보고 살 거다.
|
비틀즈 아쉬람. 사진 ‘작은 미미 ’ 제공
|
인도의 공기 질은 악명이 높다. 방독면을 써도 모자랄 판인데, 인도 사람들은 당당하게 코를 드러내고 다닌다. 예로부터 공기가 좋지 않았기에 인도 사람들은 나름대로 진화를 해왔다. 바로, 길고 빡빡한 코털이 그들의 공기청정기 필터인 것. 한국에서 사 온 미세먼지용 마스크가 다 떨어진 날 나도 생얼, 아니 생코로 거리를 나가 보았다. 의외로 괜찮았다. 나의 코털도 진화 중인 것인가.
허허, 멍석을 깔아주셨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코털처럼 자꾸 삐져나오는데 왠지 인도 뒷이야기로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다.
물론 인도 찬양기는 아니다. 본격 여행기도 아니다. 인도에서 해탈한 경험도 아직 없다. 역사, 지리 쪽으로도 상식 이상의 지식은 없다. (이번 기회에 함께 알아보자!) 아무런 관심도, 아무런 연고도 없었던 인도라는 곳에 우연히 떨어지게 되면서 몸으로 겪게 되는 ‘인도 생존기'에 가까울 것 같다.
|
인도 바라나시 길거리. 사진 ‘작은 미미’ 제공
|
|
인도 올드델리에 있는 낡은 차를 만지는 ‘작은 미미’. 사진 ‘작은 미미’ 제공
|
잠깐 스포일러를 드리자면, “아니, 인도에도 재즈 바가 있다니! - 인도에서 재즈 뮤지션으로 살아남기” “인도에서 한식 해먹기 - 고수김치 담그기” “힝글리시(힌디+잉글리시)의 모든 것을 파헤친다!” “인도마트엔 커리가 없다!” “인도 너 대체 왜 그러니” “둥, 돼지독감에 걸리다” “뜻밖의 매력, 인도 망고” “인도 젊은이들과의 전격 인터뷰 - 인도가 뭐라고” “인도의 기가 찬 운전 매너” “인도 영화의 모든 것 - 발리우드가 전부가 아니야!” 등등이 있겠다.
아, 그러고 보니 인사가 늦었다. 인도를 알려드리기 전에 나의 정체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을. 인도에 살면서 더 정신머리가 없어진 나는, ‘미미시스터즈’의 ‘작은 미미’라고 한다.
선글라스, 장얼(장기하와 얼굴들), 무표정, 시크, 신비주의 등등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조금은 계시리라. 거기에 조금 추가하자면, 우리는 올해 데뷔 11년차 듀오다. 그동안 2장의 정규 앨범과 3장의 싱글을 발표했다. 우리 노래를 시작하면서 이제는 말도 하고, 웃기도 울기도 하고,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한다. 지난해 10주년을 맞아 전 국민 위로 캠페인송 ‘우리, 자연사하자’와 올해 3월 ‘우리, 다 해먹자’’를 발표했다. 온갖 에스엔에스(SNS)에서 절찬리 홍보 중이니 꼭 한 번 들어봐 주시길!
|
앨범 ‘우리, 다 해먹자’’들고 있는 ‘작은 미미’. 사진 ‘작은 미미’ 제공
|
그중에서 특히 ‘우리, 다 해먹자’는 저의 짝꿍 큰 미미와 함께 인도에서 여행을 하며 만든 곡이다. 오랜 기간 근무했던 회사를 퇴사한 큰 미미가 무려 2주 동안 나와 함께 인도를 만끽했다. 호기심 넘치고 표현이 풍부한 큰 미미 덕분에 인도가 새롭게 보였다. 큰 미미는 인도의 과감하고 화려한 색감에 감탄했고, 커리를 먹을 때마다 눈을 커다랗게 떴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인도에서 매일매일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아야겠다고 아침에 눈뜰 때마다 다짐했지만, 나는 이미 지긋지긋한 인도 생활인이 되어 버린 거였다.
근데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인도의 삶 속에 빠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딘가 앞뒤가 안 맞고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극단적으로 다른 나라. 너무나도 느리고 너무나도 거친 나라. 사실 나는 인도를 싫어하는 쪽에 가까웠다. 일 때문에 인도에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가족에게 들었을 땐 온몸으로 거부했고, 반년 정도 따로 살며 끝까지 저항했다.
인도에 처음 도착했을 때가 기억난다.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을 나서며 마음먹었다. 석 달 안에 여길 뜰 거야, 인도 따위!
그랬던 작은 미미가, 3년째 인도에 살고 있다. 도대체 나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도는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3일 뒤면 다시 인도로 돌아간다. 일단은 한국에서 한국을 만끽하고 갈 생각이다. 눈 안에 오래오래 찍어두고 뱃속에 많이많이 넣어두고(우리 노래 ‘우리, 다 해먹자’ 가사다. 깨알 홍보!) 돌아가겠다. 그럼, 인도에서 다시 본격 수다 떨어보아요!
글·사진 작은 미미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