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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3 19:59 수정 : 2019.07.03 21:06

코스타노바. 일명 ‘줄무늬 마을’. 박미향 기자

커버스토리/포르투갈

포르투갈 소도시 여행
아담하고 색달라 인기
코스타노바·아베이루·카스카이스 등
조앤 롤링이 반한 코임브라…‘해리 포터’ 영감 가득

코스타노바. 일명 ‘줄무늬 마을’. 박미향 기자
휘황찬란한 대도시도 여행자에게 별천지지만, 소담하고 아담한 소도시도 유람의 백미다. 현지인들의 소박한 삶의 터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대도시와는 다른 풍광에 가슴이 설렌다. 요즘 인기인 포르투갈에도 수도 리스보아(리스본)만큼 매력이 넘치는 소도시가 많다. 포르투갈 중북부에 있는 꼭 가볼 만한 소도시를 소개한다.

코임브라대학의 학생들. 박미향 기자

■ 해리 포터 학교, 코임브라

수도 리스보아와 제2의 도시 포르투 사이에 있는 코임브라는 수도원과 고풍스러운 성당 등도 볼거리지만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뜻밖에도 코임브라대학이다. 1290년 3월에 세워진 코임브라대학은 몬데구강 인근에 있다.

지난 5월4일(현지시각)께 찾은 코임브라대학은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17세기에 지은 정문이 반갑게 맞는다. 안내소에 가서 입장 티켓을 먼저 사야 한다. 둘러보는 공간의 개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본관에 들어서자 너른 마당이 펼쳐졌다. 직사각형 마당을 중심으로 디귿자 형태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건물의 문짝은 황금빛으로 빛났다. 한 무리의 대학생이 지나갔다. 까만 교복과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펄럭이는 망토가 눈에 익다. ‘옳다구나!’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주인공 해리와 론, 헤리미온느가 입은 것과 유사하다. 실제 영화의 원작자 조앤 롤링은 이 대학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3층 건물인 조아니나 중앙도서관은 마치 마법학교 교실 같다. 1층은 학생 체벌 방이 있다. 2층은 책이 가득한 도서관이다. 해지고 너덜너덜한 책에서 시간의 향기가 난다. 하지만 여행객들이 감탄하는 곳은 3층이다. 사진 촬영도 금지돼 있다. 6만권이 넘는 책이 유리 책장 안에 있는데, 해충 방지를 위해 오크를 활용해 관리한다고 한다. 도서관 왼쪽엔 시계탑이 있다. 1728년부터 6년간 공사해 완공한 이 탑은 로마 건축가 안토니오 카네바리의 작품이다. 탑에는 종도 달렸는데, 일명 ‘염소’라 불린다. 대학의 의식을 알리는 종이다. 타워로 올라가는 계단 길은 매우 좁다. 위로 오를수록 숨이 가쁜데, 옥상은 천국의 바람을 선물한다.

이 대학의 과학관, 자연사박물관 등도 볼만하다. 영국의 자연사박물관만큼은 아니지만 수천개의 동물뼈와 조개류, 과학 발명품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특히 대항해 시대(15~18세기. 포르투갈의 번영기)의 유물로 추정되는 신기한 물건이 많다.

아베이루 운하. 박미향 기자
코스타노바. 박미향 기자

■ 줄무늬 집 신기해…코스타노바와 아베이루

포르투갈의 인스타그램 성지를 꼽으라면 단연코 코스타노바다. 일명 ‘줄무늬 마을’로 알려진 곳으로 마을에 도착하면 집들의 외관에 그려진 노란색, 파란색, 붉은색 등의 줄무늬가 눈을 사로잡는다. 이 지역은 예부터 안개가 많이 꼈다. 어부의 가족들은 늘 마음을 졸였다. 그중 한명이 원색의 줄무늬를 그리기 시작했다. 먼바다에 나간 남편이 안개에도 집을 잘 찾아오라는 소망을 담아 그린 것이다. 줄무늬 마을이 된 사연이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윈드서핑과 캠핑 등을 즐기는 이들이 찾는 곳이 됐다. 코스타노바는 포르투 남쪽에 있는 소도시 아베이루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지난 5월11일, 포르투 상벤투역에서 도시철도를 타고 도착한 아베이루. 이곳에서 버스를 타면 35분 만에 코스타노바에 닿는다. 하지만 사진 몇장 찍고 나면 금세 심심해진다. 너무 달아 처음에 반기지만 먹을수록 매력이 떨어지는 디저트 같다. 하지만 실망하면 안 된다. 이곳의 진짜 여행은 마을 뒤 거대한 대서양과 해변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대서양은 인간의 오만을 꾸짖고 열정은 격려한다. 눈이 시릴 정도로 빛나는 고운 모래는 손으로 한 움큼 집자마자 스르륵 새어 나간다. 허무한 우리 삶과 같다. 신발과 양발을 벗었다. 태초로 돌아간 듯했다. 대서양 물보라 앞에서 시간이 멈췄다. 떠나려니 아쉬움에 몸이 떨렸다.

어쩌겠나. 여행자는 그저 지나가는 객인걸! 아베이루의 운하가 아쉬움을 달래준다. 아베이루는 포르투갈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곳이다. 도시를 관통하는 에스(S)자 운하가 베네치아를 닮아서다. 그 위를 작은 배 몰리세이루(‘수초를 잡은 남자’란 뜻)가 유유히 지난다. 이탈리아 곤돌라보다 색감이 화려하다. 수초를 채취해 생계를 유지했던 아베이루 사람들. 그 수초(몰리수)를 배에 실어 나르는 이가 몰리세이루다. 휴일에 가면 벼룩시장도 열리고 악단 공연도 한다.

호카곶. 박미향 기자

■ ‘육지의 끝, 바다의 시작’…카스카이스·호카곶

보석 같은 태양이 1년 내내 비추는 카스카이스. 리스보아 카이스두소드레역에서 기차로 50분 걸리는 이 지역은 한때 어촌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휴양지가 된 지 오래다.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 골목을 지나 바다로 향하면 멀리서 짙푸른 대서양이 보인다. 해변에서 등 드러내고 햇볕을 즐기는 이와 퐁당 다이빙하는 아이는 한 폭의 그림이다. 바다색은 ‘푸르다’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온갖 미사를 동원해도 그 본색을 알릴 방법이 없다.

지난 5월5일, 이곳의 레스토랑 ‘오 페스카도르’에서 신선한 문어 구이로 배를 채우고 향한 곳은 ‘지옥의 입’. 절벽 사이에서 치는 파도가 거세 배라도 들어갈라치면 난파를 피할 수 없어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카스카이스 중심에서 여기까지는 도보로 30여분 걸리는데 걷는 재미가 있다. 이곳만 보고 떠나면 섭섭하다.

카스카이스에서 403번 버스를 타고 50여분 가면 호카곶(카부다호카)이 나타난다. 전세계 도보 여행자들의 마지막 순례지라는 이곳엔 십자가가 달린 기념비가 있다. 거기엔 포르투갈 대문호 루이스 바스 드 카몽이스의 말이 새겨져 있다.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하는 곳.’

코임브라·카스카이스·코스타노바·아베이루(포르투갈)/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렐루서점. 박미향 기자

[ESC] 렐루서점을 가다

너무 유명해서 소개하기가 다소 민망한 여행지나 장소가 있다. 포르투갈의 제2의 도시 포르투에 있는 ‘리브라리아 렐루’(렐루서점)가 그런 곳이다. 전세계 여행자가 몰려가는 서점이다. 인터넷엔 ‘방문 증명’ 사진이 넘친다.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의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성공이 큰 역할을 했다.

1906년 개업해 역사는 오래됐지만 그저 작은 동네 서점이었다. 조앤 롤링이 무명이던 시절, 이곳을 방문해 <해리 포터>의 영감을 얻었다는 게 알려지면서부터다. 하지만 그런 명성이 허상은 아니다. <해리 포터>의 성공이 없었더라도 여행자라면 반하고도 남을 공간이다.

지난 5월12일. 렐루서점 앞에 긴 줄이 있었다. 입장료가 5유로다. 책을 사면 입장료만큼 책값을 할인해준다. 줄 서 있는 여행객들 앞에 직원이 나타났다. 작은 종이를 준다. 시범을 보인다. 그가 종이를 접었다 폈다 하자 앙증맞은 놀잇감이 된다. 앞뒤 종이엔 서점에 관한 정보가 있다. 기다는 동안 지루하지 않다. 안은 나무색과 붉은색이 교차하는 계단과 독특한 디자인의 책이 가득하다. 책만 둘러봐도 즐거움은 커져 <해리 포터>는 생각도 안 난다. 하지만 한쪽에 ‘해리 포터’ 방이 작게 꾸며져 있다. 책만 보다 하루해가 진다.

포르투(포르투갈)/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포르투갈 유럽 남부 이베리아반도 서쪽에 있는 나라. 대항해시대(15~18세기) 때 전 세계 바다를 호령하는 부강한 나라였지만, 이후 다른 유럽 국가와는 발전의 궤를 달리하면서 영향력이 약해졌다. 하지만 최근 한국인을 포함한 여러 나라 사람들이 ‘꼭 가볼 만한 여행지’로 손에 꼽는 등 주목받고 있다.

코임브라·카스카이스·코스타노바·아베이루(포르투갈)/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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