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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6 21:47 수정 : 2019.06.27 11:25

근력운동을 하고 있는 수피. 그는 1주일에 4번 근력운동을 한다. 사진 조애리 제공

라이프 레시피 ㅣ 수피 인터뷰

13년 간 767개 글 올린 피트니스 블로거
<헬스의 정석> 등 ‘운동 정석 시리즈’ 펴내
25년 운동 경험과 탄탄한 지식 버무린 글 인기
“특정 다이어트법 충성할 이유 없어”

근력운동을 하고 있는 수피. 그는 1주일에 4번 근력운동을 한다. 사진 조애리 제공
운동·건강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기사, 경험담, 운동 안내 영상, 의학 정보, 광고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옥석을 가리기 어렵다. 운동·건강 콘텐츠에 담긴 내용을 실행에 옮기면 신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주의를 더욱 기울여야 하지만, 자극적인 제목 아래 담긴 내용은 부실한 경우가 많다. ‘옥석’을 찾아 헤매던 사람들이 정착하는 온라인 공간이 있다. 바로 피트니스 콘텐츠 블로거 ‘수피’의 블로그다. 그의 얼굴과 실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운동 마니아들 사이에 유명 인사다. ESC가 그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제대로 운동을 해보겠다며 정보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그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수피’. 2006년 12월부터 운동·건강 관련 글을 블로그 ‘수피의 건-강한 이야기’에 올리고 있는 파워 블로거다. 13년간 767개, 한 달에 약 5개의 글이 올라온다. 1300만번의 블로그 방문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수피와 관련한 정보는 많지 않다. <헬스의 정석-이론 편>, <헬스의 정석-근력운동 편>, <다이어트의 정석> 등 정석 시리즈를 내놓았으니, 그 흔한 저자 인터뷰 혹은 저자 참여 독자 이벤트 관련 정보가 있을까 찾아봤으나 허사다. 심지어 그가 책을 내놓고 진행한 근력운동 워크숍 이벤트에도 그가 직접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성별, 직업, 나이 등에 관한 소문이 무성하다. 탄탄한 지식과 거기에 바탕을 둔 경험담과 조언이 담긴 책을 보면 그에 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궁금증을 해결하려 기자가 수피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자 했으나, 서면 인터뷰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면 질문에 대한 꼼꼼하고 재치 있는 답변을 받아들고서야 대면 인터뷰의 아쉬움을 뒤로할 수 있었다.

“구조역학을 공부하고 건설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생명공학자가 되기 위해 유학을 떠났으나, 지금은 원래 분야(엔지니어)로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구조역학이나 생명공학 모두 운동과 관련 깊은 분야라 큰 자산이다. 근골격 움직임을 해석하는 생체역학이나 교량이나 구조물을 해석하는 구조역학이나 그 원리는 같기 때문이다.” 48살인 수피는 자신의 본업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학문적 배경에 더해 정확한 최신의 정보를 얻기 위해 그는 부단히 노력한다. “한 달에 2~3권 정도의 관련 서적을 읽는다.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온라인 정보를 활용하는데, 유용한 것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학회나 학술정보 사이트를 참고하고, 선별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사이트를 많이 참고한다. 하루에 1~2시간을 온라인 학술 검색에 할애한다”는 수피는 “요즘은 유전자와 연관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운동법과 영양 섭취를 찾는 연구가 활발해, 그 분야를 공부하는 중이다”고 답했다.

1320만 방문수를 기록하고 있는 블로그 ‘수피의 건-강한 이야기’. 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수피의 책과 블로그에 과학적 지식이 가득한 이유를 알았지만, 의문은 더욱 커진다. 그의 책 속 저자 설명을 보지 않고 책을 읽으면 당연히 운동·건강 전문가이거나, 전문 트레이너일 거라 추측하기 쉽다. 수피의 설명대로라면 그의 학문적 배경과 운동은 관련이 깊지만, ‘건축 엔지니어’와 ‘피트니스 블로거’를 연결 짓기는 쉽지 않다. 그가 운동을 제대로 하게 된 건 유학하던 25년 전이고,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건 13년 전이다. 어쩌다 그는 운동·건강 콘텐츠 생산에 열을 올리게 된 걸까? 수피는 이에 관해 “블로그를 만들 당시만 해도 근거에 입각한 최신 운동 정보를 전하는 매체가 많지 않았다. 운동을 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국내외에서 여러 운동 경험을 쌓았으니 순수하게 지식을 공유하자는 의도를 갖고 블로그를 만들게 됐다”고 답했다. 지식 공유라는 ‘순수한 의도’는 자신의 실제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원칙에 영향을 끼쳤다. “피트니스업계에 수피라는 이름이 다 알려진 상황에서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면 예민한 사안에 중립을 유지하기도, 일반 운동 시설에서 운동하기도, 본업에 집중하기도 불편한 점이 많겠다고 판단해 블로거로 활동하는 영역에서는 익명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는 익명 활동의 이유를 하나 덧붙였다. “아직 배울 운동이 많은데 내가 운동 신경이 둔한 몸치다. 남들보다 배우는 것도 늦는데, 누가 알아보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수피는 <헬스의 정석>, <다이어트의 정석>의 저자이기도 하다. 사진 조애리 제공
‘난 열심히 운동하는 데 왜 이리 효과가 없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본인이 정말로 전력을 다해 운동한 게 맞는지부터 되돌아보는 게 맞습니다.’, ‘적게 먹었는데 안 빠졌다가 아니고 먹을 만큼 먹었으니 안 빠진 겁니다.’, ‘(특정 스포츠 보충제에 관해) 젊은이들은 건강에 대해 과신하는 경향이 있는데, 굳이 자신의 몸을 놓고 모험을 거는 것이 과연 옳은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좋은 다이어트는 (체중이) 느리게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피가 쓴 책 속 문장들을 읽고 정강이뼈를 맞은 듯한 아픔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테다. 처음에는 뾰족하게 느껴지지만, 다시 보면 실상 ‘정석’다운, 교과서적인 내용이다. 수피의 조언은 ‘○○일 만에 살빼기’, ‘○○일 만에 근육 만들기’ 같은 제목 아래의 콘텐츠들과 거의 정반대에 있다. 그가 내놓은 책 중에 <다이어트의 정석>이라는 책이 걔 중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만, 획기적인 단기 다이어트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감량부터 증량까지 체중관리 전반의 ‘정공법’을 다룬 책이다. 빠르게 빼거나 찌우는 비법을 담은 책이 아니다. 다만, 고도 비만인과 조금만 살을 빼려는 사람, 근육을 늘리려는 사람의 정공법은 저마다 다르다. 다이어트의 정석은 각 상황에 따른 가장 좋은 정공법을 찾는 교재로 쓰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름은 다이어트 ‘시장’ 성수기다. 그만큼 질 나쁜 정보를 잘 걸러 읽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수피는 접해본 중 가장 황당한 다이어트로 ‘촌충 다이어트’를 꼽았다. “기생충 알을 먹어 뱃속을 비우는 방법인데, 정말 위험하다. 놀랍게도 나름 역사가 깊다”고 수피는 답했다. 보조제에 관한 관심도 치솟는 때다. 그는 “나를 포함해 쉽게 혹하는 건 보조제다. 멋모르던 유학 시절 체중 제한을 맞추기 위해 급히 감량을 했어야 했는데, 지인이 준 약물을 뭔지 모르고 먹었다 거의 죽다 산 적이 있었다”며 “블로거다 보니 합법적 범주 내에 보조제는 테스트를 해볼 수밖에 없는데, ‘운동 제대로 하고 식단 계획 잘 짜는 것’ 말고는 몸을 바꾸는 마법의 약 따위는 없다는, 매번 같은 결론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르몬제나 불법 약물을 쓰는 다이어트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다. “처방용 비만 치료제나 시중 다이어트 보조제와는 차원이 달라서 정말 마약처럼 암암리에 거래된다. 이런 약물은 때때로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국외에서는 외모가 변형되는 등 부작용이 빈번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례도 많다.” 수피는 “해마다 새 다이어트가 등장하는데, 이전 방식에서 조금만 뜯어고쳐 이름만 달리한 거다. 나팔바지가 수십 년 주기로 유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정상적인 다이어트라면 ‘내 상황에서 가장 고통 없이 식사량을 조절하는 방법’이어야 한다. 특정 다이어트에 충성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요즘 피트니스 콘텐츠 가운데 가장 관심 높은 열쇳말이 ‘홈트’(홈 트레이닝·집에서 하는 운동)이다. 그러나 마구잡이 홈트 역시 주의해야 한다고 수피는 조언한다.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라면 경험이 전무 한 상태에서 홈 트레이닝부터 하는 건 말리고 싶다. 남들이 하는 걸 직접 보기 전에는 어느 정도가 ‘진짜 운동’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정도가 진짜 운동이구나’라는 감이라도 익힌 뒤에 홈트를 하길 권한다. 또 홈트를 하면 스스로는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열에 아홉은 생각과 다른 엉뚱한 자세를 하고 있을 거다. 그래서 혼자 해야 한다면 동영상 촬영은 필수다”고 수피는 설명했다. 그는 홈트 필수 운동으로 팔굽혀펴기, 턱걸이, 스? 또는 런지를 추천한다.

13년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일반인의 운동 관심사 변화도 감지할 법하다. 수피는 “여성들의 질문이 많이 달라졌다. 다이어트 관심은 여전히 높지만, 근력운동에 관한 인식이 전보다 강해졌다. 다만 근력운동으로 키우고 싶은 부위는 유행을 탄다. 예전엔 가슴이나 팔의 탄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 많았는데, 요즘은 엉덩이 운동에 관해 묻는 분들이 많다”고 답했다.

피트니스 블로거인 수피는 1주일에 3번 20~30분씩 달리기를 한다. 사진 조애리 제공
수피의 운동 일과는 촘촘하다. “1주일에 4일은 근력 운동을 하고, 하루는 좋아하는 종목을 연습하는데 요즘은 역도나 역도와 비슷한 운동을 주로 한다. 유산소 운동은 20~30분 달리기를 1주일에 3번 하고, 주말엔 등산이나 산악 달리기를 하곤 한다.” 도전하고 싶은 분야도 아직 여럿이다. 수피는 “지난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야외 달리기를 할 수 없어 라틴댄스를 배웠다. 대기오염 때문에 앞으로는 실내 운동에 좀 더 주력해야 할 것 같아 다음엔 더 높은 수준의 댄스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색다른 그의 이력에 덧붙일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웹 소설가’로서의 수피다. “어릴 때부터 꿈이 과학자와 소설가 사이를 오갔다. 소설은 초등학교 때부터 썼는데, ‘웹 소설’은 1990년대부터 쓰기 시작했다. 혼자만의 취미였는데, 2000년대 웹 소설 시장이 형성될 무렵 전에 썼던 소설을 올려 시험 삼아 뛰어든 게 지금까지 왔다.” 엔지니어이자, 피트니스 블로거, 웹 소설가 수피. 그를 언젠가 전문 트레이너 또는 운동 지도자로 만날 수는 없는 걸까? 이에 관해 수피는 “직장에서 은퇴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운동 지도를 업으로 삼아볼까 한다”고 답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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