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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2 19:57 수정 : 2019.06.12 20:01

광명동굴 예술의 전당 벽면에 ‘미디어파사드(벽면에 영상을 구현하는 미디어아트)쇼’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 광명동굴 제공

커버스토리/더위 탈출

연중 12도가량, 더위 피하기 좋은 동굴
일반 관람에 다양한 콘텐츠 더해 선보여
공포체험·미디어아트·과학탐험
와인 마니아 혼 빼놓는 라그로타

광명동굴 예술의 전당 벽면에 ‘미디어파사드(벽면에 영상을 구현하는 미디어아트)쇼’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 광명동굴 제공
어둡고 습한 미지의 동굴. 선사시대에는 짐승이나 극한의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주거 공간이기도 했다. 그랬던 동굴이 이제 다양한 콘텐츠를 품은 공간이 됐다. 국토환경정보센터의 자료를 보면, 국내의 자연동굴은 28개다. 탄광이나 금광 등으로 쓰였던 인공동굴도 전국에 여럿이다. 연중 기온이 12도 안팎으로 유지되는 동굴은 여름철 피서지로도 제격이다. 다양한 즐길 거리를 품은 동굴을 ESC가 찾아 나섰다.

공포체험에 이만한 곳이 없지!

공포체험은 여름에 맞춤이다. 서늘해지는 ‘느낌’이 전부가 아니다. 과학적인 근거도 있다. 사람이 무서움을 느끼면 식은땀이 나는데, 이 땀이 피부에서 증발하면서 체온을 낮춘다.

강원도 정선군에 ‘한정판 공포체험’이 있다. 정선 화암동굴에서 1년에 딱 2주 공포체험을 할 수 있다. 화암동굴은 인공동굴과 자연동굴이 공존한다. 일제강점기 금을 캐던 천포광산에서 굴을 뚫던 중 석회석 자연동굴이 발견됐다. 화암동굴은 상부 갱도와 하부 갱도로 이뤄져 있는데, 공포체험은 515m의 상부 갱도에서 진행된다.

화암동굴 공포체험은 야간에만 진행한다. 한낮에도 어둑한데, 야간 공포체험 때는 낮 동안 밝히고 있던 조명마저 꺼버린다. ‘조명이 거의 없는 동굴’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공포다. 낮에 봐도 무서운 분장을 한 연기자들이 동굴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맞는다. 입장은 간격을 두고 이뤄진다. 1팀(4인)이 동굴로 들어가면 3~4분 뒤 다음 팀이 들어가는 식이다.

정선 화암동굴에서 여름마다 진행하는 야간 공포체험에 등장하는 분장한 연기자들. 사진 정선군 시설관리공단 제공
“외국인 관람객들은 공포체험을 하다 놀라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편이다. 귀신 분장한 연기자가 놀라게 하자 연기자를 때린 적도 있다. 입장한 어린이가 너무 놀라서 울거나 하면 덜 무섭게 연기하는 식으로 공포의 강도를 조절한다.” 전용표 정선군 시설관리공단 관광사업팀 팀장의 설명이다. 야간에 동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안전문제 역시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전 팀장은 “공포체험 구간은 거의 평지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전기 카트도 준비한다”고 말했다. 공포체험 구간이 끝난 뒤 이어지는 하부 갱도(676m) 관람은 일반 관람으로 진행된다.

한여름 화암동굴로의 여행이 끌리는 이유는 공포체험 말고 하나 더 있다. 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름난 화암약수 야영장이 화암동굴에서 불과 1.5㎞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화암동굴 야간 공포체험의 올해 운영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용표 팀장은 “7월 초 온라인 예약을 시작하고, 7월28일께부터 2주가량 운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2006년 야간 공포체험을 시작한 이래 입장료는 성인 1만2천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5천원으로 변함이 없었다. 이 역시 운영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온라인 예약은 정선군 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고, 미판매분에 한해 현장 판매를 한다.

동굴 맞춤 미디어아트에 눈이 번쩍

광명동굴은 1912년 생긴 이래 변신을 거듭해 온 인공동굴이다. 광명동굴의 첫 이름은 가학광산. 수도권 최대의 금속광산이었으나 명맥은 1972년 끊겼다. 그 뒤 광산은 소래포구에서 팔리는 젓갈 보관 장소로 쓰였다. 광명동굴은 세 번째 변신을 맞았다. 콘텐츠 동굴로의 변신이다.

지난 5일 찾은 광명동굴은 평일인데도, 외국인 관광객과 견학 온 어린이들로 북적였다. 이날의 한낮 기온은 28도로 그리 덥지 않았지만, 강한 햇살에 체감 온도는 더 높게 느껴졌다. 등에 땀줄기가 흘러내리는 날씨였다. 그러다 광명동굴에 한 발을 내디뎠다. 동굴의 냉기에 깜짝 놀라 챙겨간 외투를 바로 걸쳤다. 광명동굴 내부의 연중 기온은 12~13도다.

광명동굴 예술의 전당 벽면에 ‘미디어파사드(벽면에 영상을 구현하는 미디어아트)쇼’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 광명동굴 제공
광명동굴 내부는 20여 가지의 다양한 콘텐츠로 꽉 채워져 있다. 그중 가장 기대되는 공간, 광명동굴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이곳은 350여 석의 관람석을 갖춘 동굴 안 공연장이다. 무대가 어찌 된 영문인지 비어 있다. 어리둥절해 있는데, 황홀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난 5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미디어파사드 레이저쇼’다. 미디어파사드는 벽면에 영상을 구현하는 미디어아트를 일컫는다. 이 미디어파사드는 평편하고 널찍하고 하얀 벽이 아닌 동굴의 자연스러운 벽면을 그대로 이용해 매력적이다. 김미숙 광명시 관광과 동굴문화기획팀 주무관은 “이번 미디어파사드는 광명동굴에서 선보이는 3번째 작품이다.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빛을 잃어가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지구 중심세계로 떠나는 신비한 모험을 레이저쇼와 웅장한 영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파사드 쇼는 6분가량 펼쳐졌다.

광명동굴 라스코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체험형 전시 레인보우 팩토리. 사진 광명동굴 제공
광명동굴 내부는 아니지만, 외부 라스코전시관에서 ‘레인보우팩토리’라는 어린이를 위한 체험형 전시도 열리고 있다. 빛과 그림자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인터랙티브 체험을 재미있게 구성한 전시다. 광명동굴은 7월 중순 바닥분수와 인공폭포를 선보이는 등 여름 준비에 한창이다. 8월 초에는 무료 물놀이장 등을 운영하는 ‘쿨서머 페스티벌’도 연다는 계획이다.

동굴 탐험 마친 뒤 계곡에 풍덩

국내 자연동굴 28개 가운데 유일한 탐험형 동굴이 있다. 강원도 평창군 백룡동굴이다.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된 동굴이다. 백룡동굴 탐험은 대충 동굴 입구까지 갔다 나오는 탐험이 아니다. 시작부터가 다르다. “모두 탐험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휴대전화는 아예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돈근 백룡동굴 관리사무소 소장이 말했다. 동굴 내부를 탐험하려면 안을 적절한 조명이 밝히고 있어야 할 터다. 그런데 없단다. 조명은 관람객들에게 지급된 헤드 랜턴뿐이다. 장비가 너무 부실하다고? 이게 다 이유가 있다. 이 소장은 “광원이 내부에 있으면 빛이 닿는 곳에 이끼가 끼게 된다. 관람객들은 잘 보이면 내부를 더 많이 훼손할 수 있어서 광원 배치는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룡동굴을 탐험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동굴 탐험은 낯선 경험을 선물한다. 백룡동굴 탐험 경로에는 군데군데 작은 틈이 있다. 바닥을 기거나 쭈그려 앉아 걸으며 통과해야 한다. 이돈근 소장은 “동굴에서 나오는 차가운 공기와 외부의 뜨거운 공기가 만나 전선(성질이 다른 공기의 경계면이 지표와 만나는 선)을 형성하는 걸 직접 느껴볼 수 있다”고 소개한다. 탐험에 동행하는 해설사는 이뿐만 아니라 석회암 동굴의 생성물과 그에 관련된 지질학 지식, 백룡동굴의 생태와 환경 등을 설명해 준다.

동굴 탐험 프로그램 역시 7월 말부터 8월 사이 인기가 가장 많다. 탐험 예약은 백룡동굴 생태체험 학습장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아침 9시와 9시30분, 정오와 오후 3시 동굴 탐험은 현장에서 신청할 수도 있지만, 극성수기 기간은 예약할 것을 이돈근 소장은 추천했다. 평창군의 어름치마을 영농조합법인은 동굴 탐험과 동강 래프팅을 더한 체험 패키지도 판매 중이다.

에어컨 없는 와인 저장소

곤지암의 ‘암’은 바위 암(巖)이다. 경기도 광주시의 단단한 바위산 일대에 터를 잡은 곳이 ‘곤지암 리조트’다. 곤지암 리조트에는 독특한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 그 이름은 라그로타(La Grotta). 이탈리아어로 ‘동굴’인데, 동시에 지하 와인 저장고를 뜻하기도 한다. 라그로타는 2009년 문을 연 와인 레스토랑으로 인공동굴 안에 있다. 곤지암리조트 안의 바위 지대를 100m 깎아 만든 동굴이다.

지난 6일 오전 라그로타를 찾았다. 실내에 들어서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에어컨이 없다. 박상호 라그로타 매니저는 “내부 온도는 거의 12~15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식사 공간은 쾌적함을 주기 위해 냄새와 습도를 조절하고 있으나, 이곳은 습도 조절도 하지 않는다”며 기자를 레스토랑의 깊숙한 곳으로 안내했다. 그가 문을 열자 10만병을 보관할 수 있는 와인 저장소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의 습도는 70~80%로, 기온은 12~15도로 유지된다. 와인 저장에 최적의 공간이다”라고 박 매니저는 소개했다.

곤지암리조트 안 동굴 와인 레스토랑 '라그로타'. 사진 곤지암리조트 제공
세계 최고 와인이라는 로마네 콩티와 1천만원이 넘는 희귀 와인부터 10만원대의 와인까지 400종이 넘는 와인을 갖추고 있다. 와인 분야의 ‘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와인 스펙테이터>가 6년 연속 ‘베스트 오브 어워드 오브 엑설런스’(2 glasses)로 선정한 이유를 확인한 순간이다. 이탈리안 음식이 식사메뉴로 파스타와 스테이크 등을 즐길 수 있는데, 다가오는 여름에는 차가운 파스타도 선보일 예정이다.

라그로타를 가볼 생각이라면 6월14일부터 30일까지 곤지암리조트 내 화담숲에서 열리는 ‘반딧불이 이벤트’도 놓치지 말자. 요즘은 보기 힘든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곤지암리조트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하고 갈 것을 추천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더위 탈출 5월15일 광주광역시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5월에 폭염특보가 발령한 건 사상 2번째. 더위는 잦아들었지만, 지난해 폭염을 지나온 기억은 더욱 생생해졌다. 기상청은 올 여름 기온이 평년(1981년~2010년 평균기온)보다 낮을 가능성은 20%, 높을 가능성은 40%로 내다보고 있다. 더위 대비 움직임도 빨라져, 에어컨이나 여름 보양식 구매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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