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6.05 20:03 수정 : 2019.06.05 20:12

‘최고의 맛집’ 대패 삼겹살. 사진 백문영 제공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최고의 맛집’ 대패 삼겹살. 사진 백문영 제공
“남들이 잘 모르는 맛집을 알려 달라”고 지인에게 성화를 부린 지 벌써 몇 년째다. 친구들은 이제 진저리를 친다. “더는 밑천이 없다”고 읍소하는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 우연히 길을 걷다가 발견한 ‘최고의 맛집’은 감동적이었다. (이름이 ‘최고의 맛집’이라니!) 지하철 동대문역에서 혜화역으로 넘어가는 어두컴컴한 거리에 불을 밝히고 있는 식당은 ‘최고의 맛집’이 유일했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최고의 맛집이지! 건방진 이름인데~’라고 생각했다.

밥집인지 술집인지 잘 구별되진 않았다. 수상한 외관과 묘한 상호와는 달리 내부는 쾌적했다. 장안에 술꾼은 다 모여 있는 듯했다. 실연당한 젊은이부터 만취한 아저씨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술집의 포용력에 감탄했다. 메뉴도 비슷했다. 육전, 파전 등 각종 전부터 대패 삼겹살, 엘에이(LA) 갈비 같은 고기류까지 다양했다. 술안주로 좋은 음식을 모두 모아놓은 듯했다.

술에는 역시 고기 안주인가 보다. 대패 삼겹살은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했다. 가격은 5000원. 상추와 콩나물, 김치가 함께 나오는데,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듯 편안했다. 동태전은 1만원, 김치전은 4000원이다. 싼 편이다. 두툼하게 썬 동태는 주문하자마자 바로 전을 부쳐 맛이 좋았다.

주인은 이문을 남기긴 하는 걸까? “마음껏 먹고 마셔라, 내가 사겠다”고 외치면서 주책을 부렸다. 술잔이 도는 번잡한 술집인데 묘하게 정적이 감돌았다. 손님들 사이에도 질서가 잡혀 있었다. 잘 되는 술집은 본래 취객이 있어도 분위기는 차분하다. 그 분위기에 편승해 술을 더 마시게 된다. 동태전을 초간장에 찍어 먹고, 소주도 한 잔 마시니 나도 취객 반열에 올랐다.

포털 등에서 이 집의 이름 ‘최고의 맛집’을 검색하면 안 나온다. 그 흔한 블로그 평도 찾기 어렵다. 좀처럼 검색으로 찾기 힘든 집이다. 서울 혜화동 일대를 걷다 보면 보인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으면 그게 ‘최고의 맛집’이겠는가? 오늘도 이렇게 발품을 팔아 가며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며 취하고 있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