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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5 20:03 수정 : 2019.06.05 21:04

강병현 선수가 아끼는 농구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

창원 LG 세이커스 소속 농구선수
배우인 아내 박가원과 예능 방송 출연도
패션 감각도 뛰어난 그···은퇴 후 지도자가 꿈

강병현 선수가 아끼는 농구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1990년대 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고의 만화는 무엇일까? 농구 코트를 누비는 주인공 강백호의 눈부신 활약이 돋보이는 만화 <슬램덩크>를 첫손가락에 꼽는 이가 많을 것이다. 강백호는 형보다 믿음직스럽고, 옆집 친구보다 친근한 캐릭터였다. 일본 원작을 한국식으로 바꿔 <소년챔프>에 연재한 <슬램덩크>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MBC·1994)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만화와 드라마에 매료된 소년들은 코트로 달려갔다. 농구선수 강병현(34·창원 엘지 세이커스 소속)도 그런 소년 중 한 명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그는 시작하게 된 계기를 “<슬램덩크>와 <마지막 승부>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아내인 배우 박가원과 <에스비에스> 예능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 등에 출연해 ‘훈남 예능감’을 맘껏 발휘한 그를 지난달 31일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만났다.

김성일(이하 김) 농구를 정말 좋아한다. 나도 키가 좀 큰 편이라서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농구 하게 된 계기는?

강병현(이하 강) 옆집 친구가 농구를 했다. 같이 하교하면서 한번 해봤는데 재밌었다. 초등학생치곤 키가 큰 편이었다. 어느 날 농구부 코치가 와서 제의했다. <슬램덩크> 만화도 좋아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는데 막상 재미있기 보다는 힘들었다. 대회에서 우승하니까 서서히 재미가 생겼다. 농구대잔치 가서 보는 것도 좋아했다. 당시 기아자동차 선수들이 멋있는데 다들 중앙대 농구부 출신이었더라. 중대 농구부는 허재, 한기범, 김유택 등 쟁쟁한 선수가 많았다.

그래서 중앙대로 진로를 정한 것인가? 중대 농구부는 전설 같은 팀이긴 했다.

선배들이 농구를 잘했다. 제일 먼저 중앙대에서 입학 제의가 오긴 했지만, 가장 가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강 선수가 활약하던 때 중대 농구부가 대학 리그에서 52 연승을 한 것으로 아는데.

38 연승까지 하고 졸업했다. 졸업하고 프로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대학 때만큼 성적이 안 나와 고민 많았다. 연봉도 다른 선수보다 많이 받고 갔기에 내 자신에게 실망이 컸다.

김성일 스타일리스트와 대화하는 강병현 선수.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슈팅가드가 포지션인 강 선수는 전주 케이씨씨(KCC) 이지스에서 활동하다가 군대에 갔다. 다녀온 후 원소속팀에 복귀했으나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로 트레이드됐다. 지금은 창원 엘지(LG) 세이커스에서 뛰고 있다. “케이씨씨에서 쭉 뛴 후 은퇴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컸다”고 그는 말한다.

엘지 세이커스 현주엽 감독과는 잘 맞는지?

저를 스카우트하셨다. 전에 있었던 케이지시 인삼공사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는 못 냈는데 감독님이 불러주셨다. 제 농구 인생 살렸다. (웃음)

농구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이나 롤 모델인 사람은?

중앙대 농구부에는 정봉섭 감독 등 전설인 분들이 계셨다. 창의적인 농구를 하라고 했다. 전주 케이씨씨 이지스 시절 허재 감독도 기억에 남는다. 무서운 ‘호랑이 감독’이었다.

선수로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2015년 아킬레스가 파열해 큰 수술을 받았을 때다. 재활만 1년 걸렸다. 가장 힘들 때였다. 하지만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주전으로 못 뛰는 후보 선수들의 마음을 알게 됐다. 그 친구들을 잘 챙겨야 좋은 지도자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선수로 활동하면서 좌절한 적이 많은가보다.

생각만큼 실력 발휘를 못 했다. 대학 때 농구 전술이 안 먹혔다. 용병들과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전주 케이씨씨 허재 감독님께 혼도 많이 났다. 자신감이 부족했다. 한편으로는 의욕과 마음만 있다고 잘 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근성 있게 시합하라는 허재 감독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지금 하면 잘할 거 같다. (웃음)

강병현 선수가 농구 코트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 창원 엘지(LG) 세이커스 제공
운동선수들은 체력이 중요하다. 유명한 선수들 보면 각자 먹는 보양식이 다 있더라. 뱀탕에 소금만 뿌려 먹는 선수도 봤다.

작은 고모부가 한의사다. 어릴 때부터 보약을 많이 먹었다. 할머니가 준비해주신 보약도 먹었다

2016년께 가족 누드사진도 찍었던데. 재밌는 활동이다. 사진이 매우 아름답더라.

아이 돌 사진 찍으러 갔다가 우연히 찍게 됐다. 기저귀를 갈려고 하는데 사진가가 가족 누드 찍으면 멋있겠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4만명이 넘는 아내가 사진을 계정에 올려 알려졌다.

아내와 만나게 된 계기는? ‘2007 미스코리아 선’에 당선된 이가 지금 아내 박가원이다.

2008년 졸업할 때 지인 소개로 만났다. 만나기 전 검색 등을 통해 알고 있었다. 만나자마자 좋았다.

박가원이 웃으며 참견에 나섰다. “친구가 연세대 농구부에 있었는데 경기를 한 번 본 적 있다. 그때 1번을 단 중앙대 농구부 소속 신랑을 봤는데 인상이 깊었다. 4년 뒤 만난 건데 인연 같았다.” 둘의 만남은 마치 <마지막 승부>의 로맨스 같다. “사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병현씨의 성실한 모습에 지금은 엄청난 팬이 되셨다.”

배우와 농구. 두 사람이 하는 일의 영역이 매우 다르다.

아내는 저녁형 인간이고, 나는 아침형이다. 경기가 없는 날엔 아이들 챙겨 어린이집에 보내곤 한다. (웃음) 아내는 발레를 전공했는데 내 일을 많이 이해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많은데, 예전 운동선수들과는 조금 다르다. 아내와 한 라이브방송도 수만명이 본 것으로 안다.

팔로워 수는 10만명 정도다. 농구 선수 중에는 많은 편에 속한다. 한동안 열심히 사진 등을 올리다가 요즘은 잘 안 한다.

가족 누드 사진을 찍은 강병현 선수. 사진 강병현 선수 제공
아내 박가원이 대답을 이어 말했다. “‘너는 인스타그램이나 하느냐’ 같은 댓글에 상처 입었다. 농구를 잘 모르는 이도 신랑은 아는데. 그저 농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 건데 그런 댓글이 달리면 아무래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어떤 아빠인지 궁금하다. 또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많이 부족하다. 서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한가지는 꼭 지키게 한다. 사람들에게, 어른들에게 예의 없이 행동하면 크게 혼낸다. 그 뒤 달라진 모습 보면 뿌듯하다. 제 아버지는 친구나 형 같다. 지금도 격식 없이 지낸다.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

아이들이 배우나 농구선수 하고 싶다고 하면?

농구한다면 고민이 될 거 같다.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그런데 둘째 아이(강유하·3살)가 농구공을 좋아한다. 공만 있으면 종일 잘 논다. 경기장에 데려간 적 있는데 아이가 지루할 법도 한데 잘 지내더라. 유치원에서는 둘째 아이 때문에 농구 골대까지 만들었다. 큰 애(강유준·6살)는 멋 내는 것을 좋아한다.

경기 없는 날엔 무엇을 하나?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낸다. 여행 다녀오고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한다. 최근엔 베트남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아내는 배우다. 부담은 없나?”라는 질문에 강 선수는 웃기만 하고 박가원이 답을 했다. “내가 연기자로서 자리를 못 잡은 때 결혼했다. 결혼 전에 오디션 등 보면서 고생하는 걸 지켜봤다. 그래서 불안해했는데, 이제는 응원해 준다. 그래서 <오! 마이 베이비>에도 출연하게 된 것이다.”

<오! 마이 베이비>에 출연한 강병현 선수 가족. 에스비에스 방송 화면 갈무리.
인스타그램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 보면 밀레니얼 세대 농구선수 맞다. 평소 취미는?

영화보는 것 좋아한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특히 좋아한다. 마블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 아내에게 제 옷 어디서 샀느냐고 묻는 이가 많은데 다 내가 직접 고른 거다. 빈티지풍이나 남성 의류 브랜드 요지 야마모토를 선호한다.

내가 봐도 패션모델 해도 될 만큼 옷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 계기가 있나?

방송인 배정남 형님과 같은 부산 출신이다. 그분 추천으로 여러 옷을 입어 보다가 패션 감각이 좋아졌다. 2014년께부터 가까워졌다.

이제 34살이다. 농구선수로는 환갑을 넘은 셈이다. 은퇴하면 계획이 있나?

최소 39살까지는 뛰고 싶다. 이후 은퇴하면 지도자가 되는 게 1순위 목표다. 2순위는 농구 경기 해설자가 되는 것이다. 선배들은 선수일 때가 가장 좋다고 하는데, 새로운 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강 선수에게 농구란?

희로애락! 농구 때문에 울고 농구 때문에 웃는다.

결혼한 지 5년, 만난 지는 10년. 여전히 이들은 신혼이다. 지금도 생일 때마다 강 선수는 아내에게 손글씨로 축하와 사랑의 말을 전한다. 박가원씨는 그 카드를 다 모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프로선수로 힘들 때 격려해준 아내. 신인 연기자일 때 연예계 고생을 지켜본 남편. 이들이 엮어가는 일상은 외모만큼 예쁘다.

강병현 프로필

2008년 전주 케이씨씨(KCC) 이지스 입단.

2009년 ‘2008-2009 KBL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우승.

국가대표 선발.

2009·2011년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 우승.

2014년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 소속.

2016년 창원 엘지(LG) 세이커스 소속.

<에스비에스>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 출연.

정리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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