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30 09:26
수정 : 2019.06.2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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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 피에스에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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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헌의 으라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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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 피에스에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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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자동차’라고 하면 대개 독일인 칼 벤츠가 만든 것을 떠올리지만,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자동차’는 프랑스의 발명가 니콜라 조제프 퀴뇨가 1769년에 만든 증기기관 자동차다. 기계의 힘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프랑스에서 등장한 후, 유럽 전역의 엔지니어들이 더 나은 구조를 만들기 위해 경쟁했고, 역시 프랑스인 발명가인 니세포르 니엡스가 증기기관보다 작고 효율적인 내연기관을 발명하면서 경쟁은 더해졌다. 칼 벤츠가 최초로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를 만들었지만, 프랑스인들이 ‘자동차’라는 물건에 자부심을 갖는 이유는 자동차 여명기 기술을 모두 프랑스인들이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 뒤 자동차 산업은 춘추전국 시대가 됐다. 미국은 자동차의 대량생산에 성공하고, 이탈리아는 디자인과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으며, 독일은 고급 차 시장을 석권했고,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가격을 낮추고 저변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에겐 아직 낯설지만, 프랑스 차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릴 뿐 아니라 국적을 불문하고 사랑받는다. 서민을 위한 소형차를 주로 만들면서도 성능이나 안전성에서 타협하지 않는다는 이미지 덕분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인 ‘푸조’는 1810년 나폴레옹 제국 시대에 창립된 역사가 오래된 회사다. 나사와 톱니바퀴 등의 기계 부품을 만들다가 1889년에 증기 자동차를, 1890년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면서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지금도 소금·후추통을 만들고 있는데, 이는 톱니바퀴를 만들며 시작한 과거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다. 1974년에는 시트로엥과 합병하면서 피에스에이(PSA)그룹으로 거듭났고, 이후 비싼 고급 차보다는 누구나 탈 수 있는 차를 제대로 만드는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푸조의 기함인 ‘508’이 좋은 예다. 보통 자동차 회사들은 부가가치 높은 고급 대형차를 기함으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푸조는 보통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중형 세단을 기함으로 삼았다. 이는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박애 정신과도 관련이 있고, 21세기 초 피에스에이(PSA)그룹의 경영 위기에 공적 자금을 투입한 만큼 국민 대다수와 관련 있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전 차량으로 ‘푸조508’을 사용하는 것도 국산 차를 사용한다는 의미 이외에 보통사람들과 소통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끝)
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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