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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3 09:32 수정 : 2019.05.23 20:24

동원에프앤비 마케팅부문 박세영 차장이 여러 가지의 참치 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커버스토리/통조림

참치 캔 최고 매출업체 동원
출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깻잎 캔 제조사 샘표
참치 캔, 출고 날 3개월 지나 맛이 더 좋아
기계 손이 아닌 사람 손 거치는 깻잎 통조림

동원에프앤비 마케팅부문 박세영 차장이 여러 가지의 참치 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공기를 빼 밀봉하고 열로 살균하는 통조림 제조기술은 식품 보존기한을 크게 늘렸다. 맛은 어떨까? 참치 통조림은 캔 안에서 참치가 숙성을 거치면 더 맛있어진다는데 정말일까? 국내 대표적인 참치 캔 생산업체는 동원에프앤비(F&B)다. ‘동원참치’는 단일 통조림 제품으로는 매출이 가장 크다. 지난해 동원참치 매출(소비자가 기준)은 대략 4900억원이었다.

한편 밑반찬 통조림은 가정에서 조리하는 반찬과는 어떻게 다를까? 1976년께 시판된 샘표식품의 깻잎 통조림은 당시 생소하던 반찬 통조림 시장을 열었다. 현존하는 국산 반찬 통조림 중 최장수 제품이다. 익숙한 통조림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 갓 출시된 참치 통조림 맛은 어떨까?

국산 참치 캔 옆면을 보면 ‘라이트 스탠더드’(Light Standard)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무슨 의미일까? ‘가벼운 표준’? 가로등이란 뜻도 있지만, 참치와 가로등이 무슨 상관이람? 어종이나 잡는 방식을 뜻하는 것도 아니었다. 미궁에 빠졌다. 출시 첫해인 1982년부터 참치 캔 판매 1위를 고수해온 동원그룹 홍보실에 문의했다. 담당자는 입사 이래 이런 질문은 처음이라고 했다. 갓 제조한 참치 캔도 요청했다. 지난 14일, 동원에프앤비를 찾아갔다.

경남 창원 공장에서 생산돼 서울로 바로 올라온 통조림 한 박스를 열었다. ‘2026. 05. 09까지’. 뚜껑에 인쇄된 유통기한 7년을 역산하면 제조일은 ‘2019년 5월10일’이다. 동원에프앤비(F&B) 마케팅부문 박세영 차장은 “참치 캔은 제조 후 2주일이 지나야 출고되고, 유통단계를 거치면 한 달 이상이 지나야 소비자의 손에 도착한다”고 설명했다. ‘제조일로부터 3~6개월 사이의 참치 통조림이 가장 맛이 좋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지만, 소비자가 비교하긴 쉽지 않다. 직접 먹어 비교해보기로 했다.

동원에프앤비 빌딩 로비에 있는 ‘동원참치 - 미니언즈 캔 스트럭쳐’.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둘의 냄새는 차이가 없었다. 5월10일 생산한 참치 캔의 참치를 먼저 입에 넣었다. 고소하다. 참치 맛이다. 1년 지난 캔으로 젓가락을 옮겼다. 더 탄력이 있는 식감에 조금 더 가미가 된 듯 감칠맛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 차이는 확실했다. 만든 지 얼마 안 되는 쪽은 조금 더 빨리 부스러지고 뒷맛이 가볍다. 1년이 지난 쪽은 소금간이 더 스며든 듯했다. “라이트 스탠더드 참치에는 극소량의 채소즙과 물, 식물성 유지 외에 어떤 것도 넣지 않는다. 따로 간을 안 한다. 유지가 어육에 스며들고 맛 성분과 어우러지는 시간 차이뿐이다.” 출시했던 무렵과 달라진 점은 면실유가 카놀라유, 올리브유 등으로 바뀐 것뿐이란다. 다만 동원에프앤비에서 생산하는 ‘고추 참치 캔’이나 ‘채소 참치 캔’ 등에는 다양한 간이 추가된다.

‘라이트 스탠더드’의 비밀을 풀 차례다. 1982년 ‘동원참치’는 이전의 고등어, 꽁치 등의 수산물 캔과 차별화를 위해 생선류에 잘 쓰지 않던 ‘살코기’라는 표현을 택했다. ‘라이트’는 ‘밝다’는 의미로 참치의 흰살 부분을 일컫는 말이었다. ‘스탠더드’는 규격을 뜻하는 말로, 덩어리 살코기 외의 부스러기(플레이크)의 비율이 20% 이하일 때 쓰는 표기다. 사조산업, 오뚜기 등도 쓰는 ‘라이트 스탠더드’는 ‘식품공전’엔 없는, 오래전부터 국내 참치 캔 업계에서 사용해온 조어라고 한다.

동원에프앤비의 다양한 참치 캔.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참치 캔은 주로 참치 김치찌개의 재료로 활용된다. 연구원들은 참깨 드레싱, 땅콩 크림, 고추냉이 마요네즈 등 수십 가지 소스류를 테스트해 색다른 맛의 참치 캔을 개발한다. 그 중 ‘더 참치 핫 치폴레’의 뚜껑을 땄다. 매콤한 간이 배어든 참치가 캔 꼭대기까지 꽉 차있다. 고추 참치 캔에 참치가 적어서 섭섭했는데, 이것은 젓가락 찔러 넣을 틈도 없을 정도다. 참치 미역국 캔과 국물이 자작한 찌개인 ‘짜글이용’ 참치, 볶음밥용 요리 캔도 6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박세영 차장은 구글과 협력해 참치 캔 관련 검색 키워드 분석을 한 결과,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단어는 ‘레시피’였다고 했다. 원물의 단순 가공에서 다양한 부재료와 양념을 더 해 반찬과 요리 캔으로 변화하는 통조림 시장. 참치도 갈 길이 바쁘다.

▣ 깻잎 통조림은 마흔네 살

깻잎 조림을 집에서 만들어 본 일이 있다. 깻잎을 한 장씩 씻고 켜켜이 양념을 바르고, 냄비에 찐다. 익히고 나면 깻잎 100장이 딱 손가락 몇 마디 두께로 숨이 죽는다. 허무하다. 냉장고에 넣고 아껴 먹다 보면 사흘 후엔 맛이 처음 같지 않다. 세균과 곰팡이 발생을 방지하는 항균작용이 있다는 마늘과 깻잎에 왜 그렇게 곰팡이가 잘 생기는지!

역사가 오래된 샘표식품의 광고 자료. 사진 윤동길(스튜디어 어댑터 실장)
소포장이나 장기 보관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1976년부터 시판된 샘표식품 깻잎 통조림은 올해로 마흔네 살이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의 1976년 9월2일치 신문 연재에는 슈퍼마켓에서 깻잎 통조림을 사는 대목이 있다. 그 깻잎이 콕 집어 샘표식품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깻잎을 한 장씩 떼먹기 좋게 담은 납작한 직사각형 깻잎 캔은 현재 반찬류 통조림 중 나이가 가장 많다.

지난 13일, 샘표식품 연구개발팀 이종열 연구원을 만났다. 공장 깻잎 조림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세척하고 기계 손으로 양념을 바를 것 같지만, 하나하나 사람 손을 거친다고 한다. 깻잎은 잎이 쉽게 검은빛으로 변하고 무르기 쉬운 채소라, 따자마자 바로 염장한 상태로 입고된다. 숨이 죽어 찰싹 달라붙은 깻잎을 한 장씩 떼서 씻고 양념을 바르는 일을 기계가 못 한다. 그래서 숙련된 노동자가 필요하다. “인건비가 높다. 다른 업체가 깻잎 통조림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라고 이 연구원은 말한다.

샘표식품 연구개발팀 이종열 연구원. 사진 윤동길(스튜디어 어댑터 실장)
샘표식품은 깻잎 통조림을 기본으로 12종의 반찬 캔을 출시하고 있다. 조림, 절임, 장아찌, 장조림, 볶음, 자반 등 다양한 한식 밑반찬 조리법을 어떻게 통조림 공정에 적용하는지 궁금했다. 12종의 캔을 하나씩 먹어보았다. 한식 반찬의 기본양념은 고추장과 간장이라서 캔 안에서 묵은 양념 냄새를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식재료의 향이 도드라졌다. 더덕장아찌 통조림은 살캉살캉 씹는 맛이 있고, 싸한 더덕 향이 올라온다. 메추리알 장조림은 달착지근한 간장 냄새에 꽈리고추 향까지 제대로다. 산마늘(명이나물) 절임은 초절임이라서 다른 매력이 있다.

샘표식품의 다채로운 반찬 캔. 사진 윤동길(스튜디어 어댑터 실장)
통조림 제조 과정엔 고온의 열처리가 필수다. 고온에서 어떻게 식재료의 개성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 연구원은 “보존 기간은 통조림의 기본”이라며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보존 기간 내에 향과 식감을 유지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원물을 기름이나 조미액에 담그는 수산물 캔에 비하면, 반찬 캔류는 고추장이나 간장 등의 양념이 변수가 되기 때문에 까다롭다. 열에 약한 재료들은 처리 과정 초반에 세균을 없애고 보존성을 높여 불필요한 열처리 시간을 줄인다.” 산마늘은 식초에 절이고, 멸치나 명태채 등의 건어물은 극단적으로 수분을 제거하는 이유다. 염장, 초절임, 건조 등 전통적인 식품 장기보존법을 활용한 전 처리 기술의 발전이 통조림의 열처리법과 상호보완하는 셈이다.

메추리알이나 돼지고기는 열에 강한 식재료라 통조림 제조법과 잘 맞는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름이 적은 부위를 사용하는 소고기 장조림은 자칫 질겨질 수 있다. 그래서 연구원들이 차용한 방법은 가정에서 오랫동안 조리는 만드는 장조림 조리법.

2004년 입사해 깻잎 통조림을 제외한 모든 반찬 통조림을 개발해 온 이 연구원은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 듯 한마디를 보탠다. “집에서 만든 반찬과 똑같은 맛. 그게 목표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통조림 상온에서 보존이 가능한 것, 장기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 해동하거나 물을 첨가할 필요 없이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인 대표적인 가공식품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18년 가공식품소비자태도조사>를 보면 2021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9.7%가 최근 1년간 수산물 통조림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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