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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7 20:06 수정 : 2019.04.17 20:13

‘영동 와인 품질 평가회’ 현장. 사진 백문영 제공.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영동 와인 품질 평가회’ 현장. 사진 백문영 제공.
한국 와인에 관해 알게 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는다. 우연한 계기였다. 술과 음식을 좋아하는 성정 때문에 주는 술 마다치 않고 꿀떡꿀떡 삼키다가 ‘이건 뭐지?’ 하면서 더 마셨던 적이 있다. 한국에서 와인을 생산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보고 마시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최근 가장 친하게 지내는 이 중 한 명이 한국 와인 전문가다. 그가 “넓게 보면 한국 와인도 우리 술이다. 편견 없이 마셔보라”고 권했다.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광명 와인 동굴은 다양한 종류의 한국 와인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 1호 공무원 소믈리에’라 불리는 최정욱 소믈리에가 엄선한 230여종의 한국 와인이 있다. 구매도 할 수 있어 ‘한국 와인의 성지’라고도 불린다.

충청북도 영동군의 ‘영동 와인 터널’은 외국의 디저트 와인을 연상할 정도로 프리미엄 와인들이 많다. ‘포도 하면 영동, 영동 하면 포도’였던 예전의 기백이 남아 있다. 국빈 만찬주로 선정된 ‘여포의 꿈’,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풍미의 ‘샤토 미소’, ‘시나브로’, ‘오드린’ 등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들이 영동에 다 모여있다.

지난 12일 충청북도 영동군에서 영동 와인의 품질을 평가하는 ‘영동 와인 품질 평가회’가 열렸다. 와인 전문가들과 영동 와인의 품질에 관해 얘기할 귀한 기회였다. 이 행사의 결과가 영동 와인 터널에 입점할 와인의 명운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날 경험해 보니 ‘한국 와인이 거기서 거기지’하는 세간의 평은 편견이다. 같은 캠밸얼리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라도 와인 메이커와 와이너리의 토양, 양조 기술에 따라 맛과 풍미가 섬세하게 달랐다. ‘한국 와인은 달아서 못 먹겠어라는 말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이날 시음한 화이트와인은 드라이하면서 풍미가 그윽했다. 평가를 마친 뒤 영동군 영동읍에 있는 영동 와인 터널을 방문했다. 40여개의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다양한 한국 와인이 늘어 서 있었다. 와인 메이커도 아닌데 괜히 뿌듯하고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나라 와인 시장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와인 제조는 포도 경작에서부터다. 포도를 심고, 수확하고, 양조한 뒤 수년의 시간을 보낸 와인 한 병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영동 와인 터널에 가면 누구나 그 빛나는 노력을 알게 된다.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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