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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7 20:06 수정 : 2019.04.17 20:19

햇살 뜨거운 한 지역의 거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헐~

햇살 뜨거운 한 지역의 거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때는 2000년대 중반. 멀티플렉스가 본격적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던 때였다. 극장이 없는 지역에서 무료로 영화를 상영하는 한 멀티플렉스의 정기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J시로 취재를 가게 됐다. 상영은 천변 잔디밭에서 밤에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마을회관 같은 장소 대신 한여름의 풀밭 상영이라는 말을 듣고 서울 촌년인 나는 근거 없는 낭만을 느꼈다. J시는 초행이니 낮에는 관광을 하자는 생각을 했다. 카메라를 챙겨 이른 새벽 고속버스를 탔다.

도착하니 땡볕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작은 버스터미널을 둘러싼 현수막들에 적힌 동네 사람들의 경사(한여름인데 왜 아직도 대입 축하 현수막이 붙어 있는지)를 일별하고 빠져나오니 바로 읍내였고 바로 읍내가 끝났다. 그리고 땡볕. 더울 일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더 큰 문제는 그늘이 없었다. 관광을 하겠다는 오기로 걷고 걸어도 행사가 예정된 천변 말고는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걸어도, 걸어도 땀만 흘렀고 천변 풍경에는 곧 싫증이 났다.

그러다 깨달았다. 목이 너무 말랐고 땀은 너무 많이 흘렸고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뭐에 물렸는지 다리가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물을 휴대하지도 않을 정도로 나는 어리석었고, 강물을 마실 수도 없었다. 지친 얼굴로 땀범벅이 되어 기듯이 걷는 이방인인 나를 동네 사람들이 피해서 걸어 다녔다. 점점 심각하게 목이 말라왔다. 비틀거리며 읍내로 돌아가 물을 사서 마셨다. 커피숍에 들어가 앉아 있고 싶었지만, 커피숍 간판은 모텔 1층에만 있었다. 그나마 문을 열어보면 폐업한 상태였다. 여름이라 해가 길어 저녁 8시는 넘어야 야외상영이 시작이라는데. 현기증이 심해져 약국을 찾기로 했다. 인적 없는 대낮의 작은 읍내를 걷는데 저 앞에 마침 ‘약’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간판이 있는 모퉁이를 향해 지친 몸을 끌고 가는데 가까이 가자 ‘약’이라는 간판에 글자가 하나 더 적혀 있었다. ‘농약’.

이다혜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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