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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베냉공화국 출신 안무가 다니엘 아히폰(사진 왼쪽)·권이은정 부부.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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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아프리카
아프리카 춤 추는 권이은정·다니엘 아히폰 부부
세네갈에서 만나 부부 연 맺어
권이은정, 아프리카 댄스로 우울증 극복
최근 방송 출연해 스타로 등극
이들 부부의 신나는 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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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베냉공화국 출신 안무가 다니엘 아히폰(사진 왼쪽)·권이은정 부부.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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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 어려웠지, 다음은 수월했다. 한번 다녀오고 나니 ‘미쳐서’ 또 갈 수밖에 없었다. 아프리카 전통춤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열망. 그것이 그의 삶을 뒤흔들어놓았다. 아프리카 댄스컴퍼니 ‘따그’ 권이은정(39) 대표는 2016년 아프리카 땅을 처음 밟은 후 매년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그해 남편 다니엘 아히폰(32)과 처음 인연을 맺은 곳도 세네갈에 있는 국제무용학교 ‘에콜 데 사블’(Ecole des Sables)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내로라하는 무용수들이 모이는 곳답게 다니엘 역시 서아프리카 베냉공화국에서 온 전도유망한 무용수였다.
두 사람은 춤 욕심이 많았다. 연습실에 늘 마지막까지 남았다. 연습을 함께하고 영감을 주고받는 날들이 이어졌다. 권이은정 대표는 “숙식이 제공되는 그곳에서 밤낮없이 춤만 추니 눈 맞기 좋은 환경”이었다며 웃었다. 결혼식은 두 번 올렸다. 2018년 2월에는 다니엘의 고국 베냉공화국에서, 같은 해 9월에는 한국에서 올렸다.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특별했다. 아프리카 댄스 강연으로 연을 맺은 ‘송내동 청소년문화의집 나래’가 이들에게 한국식 전통 혼례와 마을 잔치를 제안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날 권이은정 대표는 5㎏ 넘는 덧머리(가채)를 쓰고 아프리카 춤을 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0개월 전에는 아들 미카엘도 얻었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을 때 다니엘이 말했다. “아내의 사려 깊은 성격과 춤 솜씨에 매료됐다”며 “외국인이 아프리카 춤을 잘 추니 놀라웠고,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춤꾼 권이은정 대표는 뜻밖에 무용이 아닌 심리학 전공자다. 대학원에선 통번역도 공부했다. 10여년 넘게 영어 강사와 번역가로 활동도 했다.
춤은, 아프리카는, 어떻게 그를 매혹했을까. 뜻밖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2006년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약은 먹기 싫었어요.” 한 시민단체 상근직으로 일하면서 대학원 공부를 병행했던 그는 어느 날 묵고 있던 고시원에서 멍해지는 경험을 했다. 잠자는 몇 시간을 빼고는 이 둘에 매달렸던 그. ‘번아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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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은정·다니엘 아히폰 부부가 망원한강공원에서 진행된 야외수업에서 ‘젬베 댄스’를 추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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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몸 쓰는 일로 우울증을 극복해보려 애썼다. 시작은 스텝에어로빅스 같은 운동이었고, 다음은 재즈댄스였다. 그렇게 춤에서 위로받고, 내면의 힘을 얻었을 때였다. 어디선가 모든 춤의 연원이 아프리카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동경이 들끓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댄스’, 즉 아프리카 전통춤의 일종인 ‘젬베 댄스’(13~17세기 말리왕국의 춤)를 본 건 우연이었다. 유레카! 곧바로 젬베 댄스를 배웠고, 2013년부터 3년간 아예 아프리카 공연예술그룹 ‘포니케’에서 활동했다. “아프리카 댄스는 제 몸에 딱 맞는 옷이었어요. 추고 나면 너무 행복했어요.”
무용과 상관없는 분야를 전공하기는 다니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법학을 전공했다. “법관인 외삼촌이 법대를 권해 갔지만, 전 춤이 좋았어요. 베냉도 기성세대가 ‘딴따라’를 무시하는 건 똑같지만 전 상관 안 했어요.” 그는 5살 때부터 사설 무용교습소를 다니며 각종 ‘아프로어반’(아프리카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현대춤)을 섭렵했다. 춤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그는 2011년 대학을 졸업한 뒤 전문 무용수의 길을 걸었고, 네덜란드 현대무용단과 연계된 베냉공화국의 유명 댄스컴퍼니에서 활동하며 베냉공화국 인기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섭외 1순위가 됐다.
한국에서 1만2000㎞도 더 떨어져 있는, 우리에게 이름도 생소한 나라 베냉공화국에도 화려한 춤사위를 펼치는 뮤직비디오가 있다고? 베냉공화국의 여성군대를 모티브 삼은 영화 <블랙 팬서>(2018)가 나올 정도로 그 나라 문화적 수준은 낮지 않은 편이다. 1961년 우리는 베냉과 수교했다가 1975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단교했다. 1990년 사회주의 정권이 무너지자 다시 외교 관계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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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아히폰·권이은정 부부가 세네갈 국제무용학교 ‘에콜 데 사블’ 현장학습 중에 찍은 사진. 사진 권이은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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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 무용학교에서도 다니엘은 단연 돋보였다. 날고 기는 춤꾼을 숱하게 봤지만, 다니엘은 권이은정 대표가 본 무용수 중 가장 출중했다. “저 또한 ‘딴따라’로서 다니엘의 춤에 홀렸다고 할까요?” 그들을 맺어준 것은 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다니엘은 환하게 웃어요. 모든 사람이 춤출 때 웃진 않아요. 저는 무용수의 진짜 내공이 춤을 잘 추면서도 관객을 웃기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멋지거나, 진지하거나, 슬픈 표정을 짓는 건 웃기기보다 쉽거든요. 다니엘은 춤출 때 진짜 배꼽 빠지게 웃겨요. 본인이 춤추는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인지, 보고 있으면 같이 웃게 되고 행복해져요.”
다니엘을 눈독 들인 유명 안무가들은 많았다고 한다. 영국이나 프랑스 댄스컴퍼니의 러브콜을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한 것이 후회되진 않을까. “익숙하고 편한 곳에서 아기를 낳고 싶어 하는 아내의 뜻이 가장 중요했어요. 유럽에는 잠깐씩 초청받아 공연하러 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남편의 말에 아내가 덧붙었다. “베냉은 아직 프랑스에 예속된 곳이라서 한국이야말로 오히려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요. 아프리카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으니까요. 더욱 아프리카의 춤과 예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요.”
이제 이들 부부는 유명 인사다. 지난해 11월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이웃집 찰스>에 출연해 ‘베냉’을 포털 ‘실검’에 올리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다니엘은 “보람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에 주한베냉대사관이 생기도록 돕는 게 꿈”이라고 한다. 방송 이후 쫓아와 사진 찍자는 팬도 생겼고, 공연 요청도 늘었다.
이들 부부가 베냉공화국의 ‘소요요’라는 춤을 추는 영상도 에스엔에스에서 화제인 적이 있었다. 이때 권이은정 대표는 분만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상태. 분만 직전까지 춤을 췄던 것이다. 당시 조회 수만 1만3000회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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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이었던 권이은정 대표가 남편 다니엘 아히폰과 서아프리카 베냉공화국의 춤 ‘소요요’를 추고 있다. 권 대표는 이 춤을 춘 뒤 바로 진통이 와서 아기를 낳았다. 사진 권이은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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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지금 아프리카의 전통춤과 현대춤, 현대무용 등을 가르치고 공연한다. ‘순천만 세계동물 영화제’ 등에서 개막 공연도 했다. 성수기(봄·가을)엔 주말마다 공연하고, 비수기(여름)에도 한 달에 2~3번은 지방 공연이 있다.
“저는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놀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인들이 스트레스가 많고, 경직돼 있잖아요. 아프리카 춤을 추면서 몸이 확장되고 마음도 커지는 신기한 경험을 꼭 해보시길 바라요. 타인의 시선을 느끼는 감각을 버리고, 북소리에 집중하면서 평소보다 크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내 몸이 본래 가지고 있던 힘을 깨닫게 되거든요.” 권이은정 대표의 말이다.
자연이 덜 훼손된 지역이나 숲을 좋아한다는 다니엘.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노을 지는 강원도 삼척의 한 해변’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생에 처음 먹은 생선회도 잊을 수가 없다.
“지난해 3월 한국에 온 이후 하루도 못 쉬었어요. 28시간 비행기 타고 왔는데, 입국한 바로 그 날부터 강의하라더군요. 이거 인권침해 아닌가요?” 다니엘이 웃으며 말하자 권이은정 대표가 맞받아친다. “인권침해 맞아요.(웃음) 다니엘이 춤추고 가르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알기에 그런 거니 너무 억울해하진 마세요.” 이 매력적인 부부를 어쩐담. 농담하는 호흡마저 ‘찰떡’인 부부였다.
글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아프리카 5월25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아프리카의 날’이다. 올해 이날엔 서울 왕십리광장에서 ‘서울 아프리카페스티벌’이 열린다. 최근 아프리카 대륙에서 추는 전통춤(아프리카 댄스)이 인기다. 아프리카 대륙은 55개 나라와 수천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곳이니 만큼 춤의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건 13~17세기 서아프리카 말리왕국에서 추던 ‘젬베댄스’다. ‘만딩고댄스’로도 불리며, 아프리카 타악기 연주에 맞춰 춘다. 동작이 매우 커서, 강도 높은 운동을 한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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