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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1 09:49 수정 : 2019.03.21 20:16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사진 람보르기니 제공

신동헌의 으라차차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사진 람보르기니 제공
거리를 달리는 스포츠카를 보면 대부분 먼저 ‘돈’을 떠올리곤 한다. 운전하는 사람보다는 그의 직업이 뭔지를 궁금해한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비싼 물건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우렁찬 엔진 소리가 들리면 지나가던 남자들이 그쪽을 쳐다보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그들에게 자동차 경주는 축구 이상의 인기 스포츠다. 그 때문에 빠른 자동차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물건이다. 한국에서 스포츠카를 타면 ‘차의 가격이 얼마냐? 몇 시시(cc)냐? 최고속도는?’ 등 3종 질문을 받곤 하지만, 이탈리아인 대부분은 자신의 나라에서 생산한 스포츠카의 성능을 줄줄 외운다. 마치 미술품 감상하듯 스포츠카의 곡선을 보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요즘은 일반 자동차의 성능이 좋아져서, 국산 중형 세단의 가속력이 20년 전 이탈리아제 스포츠카보다 훨씬 빠르다. 당시 스포츠카보다 몇 배나 훌륭한 고속 안정성과 충돌 안전성능을 갖췄다. 5명이 탈 수 있는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도 가격은 더 저렴하다. 그래서 스포츠카가 그보다 비싼 가격을 받으려면 빠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에 상응하는 ‘운전하는 즐거움’도 제공해야 인정받는다.

람보르기니의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는 그 어려운 숙제를 말끔히 해결한 최신 스포츠카다. V10 5.2ℓ 가솔린 엔진의 출력을 640마력으로 끌어 올렸고, 단 2.9초 만에 시속 100㎞까지 가속할 수 있다. 이 차는 엄청난 파워를 손실 없이 노면에 전달하기 위해 최첨단 전자 제어 시스템을 장착했다. 운전할 때의 ‘손맛’을 중요시하는 스포츠카 애호가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적재적소에 끼어드는 이 장치는 ‘피드 포워드’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는 조작에 반응하는 ‘피드백’이 아니라 운전자의 조작을 예측해 조작 전에 미리 대응하는 방식이다. 위험 상황에만 개입한다. 기계가 알아서 처리하는 ‘자동 운전’ 개념이 아닌, 어디까지나 주도권은 운전자에게 있는 게 특징이다. 덕분에 운전자는 직접 운전하는 즐거움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과거에는 부유한 노년층이 스포츠카의 주 고객이었지만, 세계적으로 젊은 부자들이 늘어나면서 스포츠카를 모는 평균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처럼 더 정교하고 운전자에게 더 빠르게 반응하는 스포츠카가 등장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올해는 인간이 달 표면에 착륙한 지 50년 되는 해다. 달에 갔다는 사실이 우리의 삶을 바꾸지는 않지만, 그걸 실현하기 위해 쌓은 기술력과 도전 정신은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스포츠카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거기서 얻은 기술력과 경험은 자동차를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탈리아인들이 지나가는 스포츠카에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신동헌(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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