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5 09:58
수정 : 2019.01.2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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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버드. 사진 지엠(G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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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헌의 으라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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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버드. 사진 지엠(G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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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8일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에서 문을 연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는 수많은 자동차업체와 구글, 아마존 등 세계적인 아이티(IT)업체들이 자율주행 시대의 자동차에 대한 비전을 선보였다. 자동차가 스스로 도로의 상황과 위험물을 파악해 주행하고 멈추는 ‘자율주행’(Autonomous)이라는 개념은 1920년에 처음 구상됐다. 물론 당시의 자율주행은 기술적 기반 없이 상상에 불과했지만,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에 대한 연구와 담론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자율주행의 실제 실험이 시작된 것은 1950년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급속도로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자동차가 민간에게 폭넓게 보급되고, 제트 엔진의 개발로 비행기를 이용한 세계여행이 보편화되기 시작했을 때다. 게다가 미국과 소련이 우주 진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인류에게 불가능이란 없는 것처럼 여겨지던 시기였다. 미국 자동차업체 지엠(GM)은 1953년 1인승 콘셉트 카 ‘파이어버드’를 발표한다. 말만 자동차지, 사실 제트 비행기에 자동차 바퀴를 달아 놓은 모양새였다. 엔진도 휘발유를 이용하는 내연기관이 아니라 비행기용 가스터빈 엔진이 장착됐으며 수직 꼬리날개까지 달려있어서 날개만 없는 비행기나 다름 없었다. 제트 전투기가 막 개발되던 시대여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디자인이었지만, 677도에 달하는 화염을 뒤로 뿜었기 때문에 실제로 판매될 수 있는 형태는 아니었다. 그런 요란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최고 속도는 시속 160㎞에 불과했다. 안정성도 형편 없는 수준이어서 전문 레이스 드라이버도 제대로 조종할 수 없을 정도였다.
3년 후 선보인 ‘파이어버드2’는 좀 더 일반적인 형태에 가까웠다. 비행기처럼 불룩 튀어나온 유리창을 덮은 형태는 ‘파이어버드’와 비슷했지만 엄연히 4인승 패밀리 카였다. 여전히 항공유로 구동되는 가스 터빈 엔진 2기를 실었지만 배기 온도를 538도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 차는 차체가 티타늄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현재의 기술로도 가공성이 떨어지는 티타늄을 자동차 형태로 제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차가 놀라운 점은 최초의 자율주행에 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었다. 이 차에는 ‘전자 두뇌’(Electronic Brain)가 장착돼 유도장치의 신호를 읽고 따라갈 수 있었다. 실제 작동되는 것은 아니고 아이디어 개념이었지만, 최초의 자율주행 개념을 도입한 콘셉트 카로 기록돼 있다.
이후 1970년 일본의 연구팀이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시속 30㎞로 주행을 기록했고, 1980년대에는 미국과 독일에서 다양한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지금은 기술적으로는 거의 완성단계에 있어 사람의 조작이 없이도 자동차가 스스로 목적지까지 위험 요소를 피하며 도달할 수 있다. 법적인 요소, 보험 문제 등만 해결되면 가까운 미래에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신동헌(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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