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4 09:27
수정 : 2019.01.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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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사라지다시피한 귤인 ‘팔삭’.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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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네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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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사라지다시피한 귤인 ‘팔삭’.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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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게 더 편리하게’를 외치는 시대에 ‘불편하게 더 불편하게’ 먹는 과일이 있다니 놀라웠어요. 최근 제주가 고향인 지인이 ‘팔삭’이라는 낯선 이름의 귤을 보내왔어요. 팔삭은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귤 종자입니다. 이 귤의 특이한 점은 껍질의 두께가 거의 0.7㎝ 이상 될 정도로 두껍고 딱딱했어요. 모양새도 늙은 호박처럼 납작한 것도 있더군요. 껍질을 까다가 속 터져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인내력 향상에 엄청나게 도움 되는 귤입니다. 그런데 다 까도 고생이 끝나지 않더군요. 과육에 붙은 하얀 껍질도 산타 할배 수염만큼 잔뜩 붙어있었어요. 그걸 벗기는 데도 한세월 걸립니다. 반전은 그다음부터입니다. 과육의 탱탱한 알맹이가 재미있게 톡톡 터졌어요. 과즙이 폭포수처럼 흐르더군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실감 났어요. 귤 하나에 진짜 인생이 담겨있다면 과장일까요?
제가 먹은 팔삭은 제주에 있는 농장 ‘내딸에게’에서 재배한 귤인데, 주인은 제주도민인 문근식씨였어요. 그는 “제주에선 조경수처럼 한두 그루씩 심었던 것”이라며 “두꺼운 껍질은 자연 낙하했을 때 귤 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귤의 재발견이었어요.
이번 ESC 주제는 ‘강원도 여행’입니다. 이정연 기자가 “겨울 서핑 어때요?”라고 했을 때 ‘옳다구나’ 했어요.
‘유혹하는 자, 그대는 팀원!’ 추운 날 더 추운 바다에서 하는 레저는 흥미진진합니다. 그야말로 강원도의 재발견이었어요. 진짜 강원도를 즐기고 싶다면 ESC가 풀어놓은 강원도 여행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으시고’ 겨울에 떠나는 게 ‘옳습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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