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10 09:43
수정 : 2019.01.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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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2’. 사진 아우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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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헌의 으라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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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2’. 사진 아우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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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선보인 아우디 ‘A2’는 5도어(뒤쪽 유리창과 트렁크가 연결돼 트렁크를 열었을 때 유리창이 함께 열리는 형태)로 해치백(차량에서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으며 트렁크에 문을 단 승용차)이라는 흔한 형태의 차였음에도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네 개의 문과 유리창까지 한꺼번에 위로 열리는 해치 스타일의 트렁크를 가진 차는 일반적으로 값싼 소형차 형태였지만, 이 차는 결코 값싼 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작은 데 비싸다’는 이유로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아니었고, 작지만 싸구려가 아니었기 때문에 놀라웠다.
분명 작은 크기의 자동차였지만, 지붕을 높게 설계해 실내 공간을 키웠고, 그러면서도 패밀리 밴이나 레저용 차량처럼 둔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물고기처럼 날렵한 모양새로 미래적인 분위기다. 이 차의 놀라운 부분은 겉모습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차체를 철이 아니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이전에도 알루미늄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소재였지만, 차체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사용한 소형차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A2의 총 중량은 1톤 이하고, 동급 차량보다 훨씬 가벼운 수치 덕분에 3리터의 연료로 100㎞를 달릴 수 있었다. 1970년대를 강타한 두 차례의 오일쇼크 이후 연료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지만, 엔진 배기량을 줄이거나 연소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A2처럼 새로운 소재로 차체를 제작해 무게를 줄이기 위한 시도는 거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인데, 이후에도 알루미늄 차체를 이용한 것은 소량 제작되는 스포츠카, 아우디의 A8이나 재규어 XJ 등의 값비싼 대형 세단뿐이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연료 효율이 극단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호평을 받았던 아우디 A2는 많은 화제를 모았지만, 판매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우선 값이 너무 비쌌고, 알루미늄 차체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지금은 알루미늄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정비 단가도 낮아지고 기술자도 많아졌지만, A2가 선보였던 당시에는 사고가 날 경우 알루미늄을 용접할 수 있는 기술자가 적어 부품 전체를 갈아야 했고, 당연히 수리비도 올라갔다. 화제를 모은 만큼 문제점에 대한 우려도 높았고, 이 차는 6년이라는 짧은 기간만 생산된 후 단종 됐다.
A2는 단종 된 이후에도 큰 차는 필요 없지만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차를 타고 싶어 하는 유럽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중고차 가격이 단종 후 오히려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우디에게 A2는 악몽이었을까? 엄청난 개발비용이 들었고, 생산대수는 많지 않았지만 아우디 A2는 아우디에게 미래를 열어준 차다. 4차 산업 혁명을 앞둔 지금, 자동차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모든 기술이 A2에서 이미 구현돼 있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소재와 가벼운 차체는 이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알고 보면, 최근 등장하는 수많은 전기차들이 A2의 모습을 빼닮은 것도 우연은 아니다.
신동헌(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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