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10 09:39
수정 : 2019.01.1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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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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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네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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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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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어린 시절 우상은 알베르 카뮈였습니다. 거창한 고독의 실체도 모르는 얼치기 고등학생이 그의 소설 <이방인>과 <행복한 죽음>, 에세이 <여름>에 매달리면서 이유도 모르는 눈물을 뚝뚝 흘렸지요. (킹 크림슨의 노래 ‘에피타프’(묘비명)를 들으면서도 울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뭘 알고나 울었나싶습니다. 10대 꼬맹이가 인생을 뭘 알았겠습니까!)
알베르 카뮈는 1960년 1월4일 예상치 못한 차사고로 죽었습니다. 프랑스 아비뇽역에서 기차를 타고 파리로 가려던 그에게 자신의 차로 가자던 친구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 게 결국 생을 마치게 한 운명이 됐지요. 그의 나이 47살.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에 세계는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불멸의 존재가 되었지요. 지금도 문학청년들은 그의 낡고 어둑하고 비릿한 문장을 곱씹으면서 글의 세계에 빠져듭니다. 그가 세상에 남긴 문학적인 영감은 별처럼 빛나고 있죠. 임세원. 의사 임세원도 47살에 떠났습니다. 2018년 한해를 마감하는 31일 저녁에 환자의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고 먼 곳으로 떠난 임 의사. ‘인간의 품격’에 대해 깊이 고찰하게 한 그의 죽음은 몇 천 겹의 시간이 지나도 우리의 가슴에 남겠죠.
이번 ESC 커버의 주제인 ‘제트(Z)세대’를 준비하면서, 발랄한 그 세대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전 오히려 알베르 카뮈나 의사 임세원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은 ‘다르고 새로운 것, 더 높은 곳에 있는 가치’ 등에 향했던 이들입니다. 제트세대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면 너무 건방진 것일까요? 외람된 것일까요?
제트세대는 비교보다는 연대를, 타인의 조건보다는 자신의 기준을, 화려하고 세속적인 성공보다는 자신의 소소한 기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말기 암 환자지만, 다른 환자와 소통의 장을 만든 정신우 요리사도 제트세대와 달라 보이지 않는군요. 이번호는 ‘자신만의 길’을 당당히, 어떤 상황에서든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들을 담아봤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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