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12 20:14
수정 : 2018.12.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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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베티카 에디션. 라인프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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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디자인
캐릭터와 글꼴의 협업으로 주목받아
일부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33% 더 팔려
헬베티카는 캐릭터와 최초 협업 사례
라인프렌즈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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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베티카 에디션. 라인프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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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프렌즈’가 처음으로 글꼴과 협업에 나섰다. 61년 동안 일상에 소리 없이 스며든 글꼴 ‘헬베티카’가 그 협업의 동반자다. 캐릭터 디자인과 글꼴 디자인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협업 결과물들은 디자인과 캐릭터 마니아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협업(컬래버레이션)의 시대다. 독특한 조합의 협업 결과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그만큼 단지 ‘협업’ 그 자체만으로 주목을 받기는 어렵다. 역설적으로 협업의 과잉이 협업 제품에 대한 관심을 떨어트리고 있다. 소비자는 ‘독특함’만을 기준 삼지 않는다. 협업의 독창성 안에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에 이제 주목한다. 1957년 탄생한 글꼴 ‘헬베티카’와 2011년 태어난 캐릭터 ‘브라운앤프렌즈’의 협업은 그래서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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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베티카 에디션. 라인프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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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묵한 브라운이 두 손을 모아 꼼지락대며 ‘KEEP CALM AND KEEP CALM’이라고 써진 글귀 앞에 서 있다. 신이 난 토끼 코니는 ’It’s cony time’ 글귀 위에 서 춤을 춘다. 아직 날지 못하는 병아리 샐리는 ‘I believe I can fly’ 글귀 사이로 날았다. 휴대전화 케이스와 노트북 가방에 이들 캐릭터와 글귀가 새겨졌다.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안내하는 디자인도 있다. ‘헬베티카’(Helvetica) 곁에 브라운앤프렌즈의 캐릭터들이 함께 새겨진 도안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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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베티카 에디션. 라인프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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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꼴 헬베티카를 소유하고 있는 글로벌 서체기업 모노타입과 캐릭터 브랜드 브라운앤프렌즈를 만든 라인프렌즈는 지난 11월 초 ‘브라운앤프렌즈 | 헬베티카’ 협업 제품의 첫 선을 보였다.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이다.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휴대전화 케이스와 파우치(끈이 없는 노트북이나 소지품 따위를 넣는 작은 가방) 제품군이다.
특히 휴대전화 케이스는 기존 제품보다 33% 이상 더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헬베티카 글꼴이 익숙한 영어권 지역에서는 더욱 인기가 높다. “일본과 홍콩에서 최근 협업 제품을 선보였는데, 영문 글꼴이 익숙한 홍콩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라인프렌즈 쪽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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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노트 세트. 라인프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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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에코백. 라인프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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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파우치. 라인프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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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탑백. 라인프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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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라인프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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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드리퍼 머그 세트. 라인프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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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베티카’. 1957년 스위스의 하스 활자 주조소에서 만들어진 글꼴이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그리 친숙한 이름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 글꼴은 우리 일상에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다. 파나소닉(전자제품), 지프(자동차), 오랄비(칫솔) 등의 친숙한 브랜드를 떠올려보자. 대충의 브랜드 글꼴 이미지가 떠올려지는가? 바로 그 글꼴이 ‘헬베티카’다.
헬베티카는 단순한 글꼴 디자인으로 치부할 수 없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헬베티카는 하나의 서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라이프스타일이었다.”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마이클 밴더빌은 헬베티카의 영향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헬베티카 탄생 50돌을 기념해 같은 이름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이 글꼴은 정확함과 정교함, 안정과 균형감 등을 특성으로 한다. ‘헬베티카’의 정신이 그렇다. 장식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시피 한, 고도로 기능적인 글꼴은 ‘20세기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디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더욱 의아하다. 객관적이면서도 논리적인 느낌을 주는 글꼴과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의 협업이라니? 게다가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글꼴과 같은 평면인 캐릭터와의 결합이라니? 결과물을 봤을 때는 협업이 당연한 것 같지만, 전혀 당연하지 않다. 헬베티카가 물리적인 실체·제품이 아닌 캐릭터 브랜드와 협업한 최초의 사례라는 것을 봐도 그렇다.
’최초’가 모든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두 브랜드도 고민이 컸다. 라인프렌즈 디자인팀 관계자는 “글꼴과 캐릭터를 하나의 균형감 있는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글꼴의 크기나 글귀의 의미가 너무 강해 캐릭터가 묻히는 것은 아닌지, 반대로 캐릭터만 너무 돋보이는 것은 아닌지 가장 고민했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글꼴의 캐릭터화’였다. 모노타입의 하전자 동남아지역장은 “헬베티카 글꼴 자체를 각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주체로 캐릭터화한다는 아이디어가 두 브랜드 간 협업의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IMAGE11%%] 협업이 항상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각 브랜드의 정체성이 확고한 경우 더욱 그렇다. 브랜드의 가치와 역사, 의미를 자칫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노타입은 이번 모험이야말로 ‘헬베티카다운’ 것임을 강조한다. “1950년대 탄생 당시에도 헬베티카는 기존의 관습을 벗어나 장식을 배제하고 기능에 집중해 정확한 표현을 지향했다. 헬베티카의 정체성은 새로운 시도로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다. 캐릭터 브랜드와 결합하는 첫 시도인 이번 협업으로 그 정체성과 진정성이 한층 강화할 것이다.” 하전자 지역장의 설명이다.
두 브랜드는 앞으로도 협업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라인프렌즈 디자인팀은 “단기간의 제품 출시가 아닌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브라운앤프렌즈 뿐만 아니라 라인프렌즈의 다른 캐릭터와 헬베티카의 만남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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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소주×캠핑 의자, 옷×전구, 드라마×만년필
협업의 끝은 어디인가. 지금 당장 답하기가 어렵다. 하루걸러 하나씩 협업 제품이 출시되고 있어서다. 그 가운데 눈길을 확 사로잡는 이색 협업 제품이 있다. 열쇳말은 소주와 캠핑 의자, 전구와 옷, 드라마와 만년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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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헬리녹스크리에이티브센터는 소주의 기운이 넘쳤다. 아웃도어용품 브랜드인 헬리녹스가 올해로 20돌을 맞은 소주 브랜드 ‘참이슬’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소주 마니아 또는 헬리녹스 마니아들은 ‘이 제품 어디서 살 수 있지?’하고 궁금해할 수 있겠다. 안타깝지만, 이 협업 제품은 모두 비매품이다. 단 400세트만 만든 이 협업 제품에는 캠핑 의자와 테이블, 캠핑 의자의 알루미늄 지지대와 같은 재료로 만든 알루미늄 소주잔 그리고 20돌 기념 제작 소주 2병이 포함되어 있다.
[%%IMAGE14%%]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브랜드 ‘구호’(KUHO)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국내 유일의 전구회사 일광전구와 협업해 ‘익스클루시브 라인 아티산’을 지난 10일 선보였다. 이제까지 구호의 아티산 라인은 동시대의 예술가와 협업을 해왔으나, 이번에는 색다른 시도를 했다. 의류와 가방 등 액세서리 6가지를 내놓았다. 구호 쪽은 “일광전구의 브랜드 가치와 구호의 브랜드 정체성 사이의 접점을 살리기 위해 일광전구 로고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IMAGE15%%] 화제의 드라마와 만년필 브랜드도 만났다. 에스티듀퐁은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티브이엔) 방영 시작과 함께 라이터와 필기구로 구성한 ‘알함브라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제품들은 드라마에서 주인공 유진우(현빈)이 사용하는 필기구와 게임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서스펜스 멜로드라마인 이 드라마는 증강현실(에이아르·AR)을 접목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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