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12 19:53
수정 : 2018.1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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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하기 직전 좌석 F9번에 앉아 셀카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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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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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하기 직전 좌석 F9번에 앉아 셀카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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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혼자라도 영화관 문턱을 들락거린 지가 꽤 된다. 그것도 심야영화를 보려 한밤중에 말이다. 요즘 ‘혼밥’·‘혼술’·‘혼여’ 이런 게 유행이긴 하지만, 난(43살) 사실 혼자 뭘 하는 걸 싫어하는 편이다. 평일이나 주말에 여덟살, 두살 어린아이들을 집에 두고 부부가 함께 영화를 보러 외출하기란 불가능하다. 결론 먼저 말하자면 ‘지옥의 다섯 관문’을 거쳐야만 아내에게 허락의 ‘오케이 사인’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2월6일 ‘혼심영’(혼자 심야영화보기) 작전을 거행하기로 했다. 퇴근 후, 집에 도착과 동시에 첫 관문인 두 아이 밥을 깔끔하게 다 먹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두 번째 관문은 초등학교 1학년 첫째 아이의 한글 공부를 30분간 봐주는 것. 그다음은 화장실 청소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해치웠다. 네 번째는 아이들 목욕 시키기. 마지막으로 남은 관문이 제일 어려웠다. 예민한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한 모든 통과의례를 마치게 된다. 누워있는 아내에게 “이제 갔다 와도 되지?”라고 당당하고도 짧게 내뱉었다. “좋아”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홀연히 영화관으로 향했다. ‘역시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스마트폰을 보니 어느새 밤 11시가 훌쩍 넘었다.
그렇게 ‘이 밤의 끝을 잡고 또 늘려’ 지난 목요일 개봉 한 스릴러 영화 〈도어락〉을 보러 영화관 입성에 성공. 평소 심야영화를 보게 되면 최소 네다섯명은 띄엄띄엄 앉아 있는데 웬일로 전체 170석 좌석이 텅 비어있었다. 그렇게 혼자 영화관을 독차지한 채 2시간이 훌쩍 지났고, 영화가 끝난 뒤 고개를 옆 뒤로 돌려 봤지만 인기척이 없음을 느끼고는 ‘현실적 공포감’에 심장이 쫄깃해졌다. 그 무서운 영화 〈아포칼립토〉나 〈쏘우〉시리즈도 편안하게 봤던 나다. 충혈된 눈을 비비며 집으로 돌아온 난, 현관 도어락 잠금장치를 확인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움켜쥐며 잠을 청했다. 두근두근. 도대체 왜 ‘혼심영’을 한 걸까!
글·사진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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