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07 09:37
수정 : 2018.12.0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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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의 한 벽화 앞에서 김종훈·이소영씨 커플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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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그림러&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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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의 한 벽화 앞에서 김종훈·이소영씨 커플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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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실내 갤러리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산책을 하며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야외 갤러리가 있다면 어디일까? 오래된 동네 곳곳에 벽화가 그려진 ‘벽화마을’이 최근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에서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관심 받고 있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왼편에 있는 마로니에공원 방향으로 가다보면 알록달록 벽화들이 가득한 골목길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있는 ‘이화벽화마을’은 동네 벽에 그려진 ‘날개 벽화’가 2010년 유명세를 타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기 시작했다. 벽화 앞에 서 있으면 마치 날개가 생긴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주는 이 벽화는 당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승기가 사진을 찍으면서 화제가 됐다.
이 마을에 벽화가 처음 그려진 건 12년 전이라고 한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한 도시예술 캠페인에 이 마을이 선정돼 예술가, 자원봉사자 등의 참여로 마을 담벼락 곳곳에 그림이 그려졌다. 5년 전 미술가들과 국민대·단국대·이화여대 등 미대 학생들이 재능기부로 세월에 빛바랜 벽화를 보정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동네 상점 주인이 직접 벽화를 그린 경우도 있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버브’를 운영하는 양승조(30)씨는 올해 4월 이곳에 가게를 차린 뒤 가게 옆 벽이 비어 있는 게 마음이 쓰여 지난달 직접 벽화를 그렸다고 한다. 새가 앉아있는 자동차 옆에 양씨가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린 코믹한 자화상이다. “못 보던 벽화야. 얼른 사진 찍자.” 김종훈(21)씨와 이소영(20)씨가 활짝 웃으며 양씨의 벽화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독특한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여행할 겸 이 벽화마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오늘은 색다른 기분을 내기 위해 근처 교복 대여업체에서 1970년대에 주로 입었던 검은색 교복도 빌렸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 벽화마을에는 1965년부터 1987년까지 운영됐던 야학 ‘대명중학’ 터가 남아 있다. 고즈넉한 터를 구경하고 ‘날개 벽화’로 향하는 이들이 많다. 터에서 교복대여업체 ‘졸리상점’을 운영하는 건태석(50)씨는 “오래된 야학이 있던 자리를 살리고, 벽화마을을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고민한 끝에 옛날 교복을 빌려주는 일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예상대로 어린 시절 향수를 그리워하는 중장년층과 과거의 것에 호기심을 갖는 10~20대가 교복을 빌려 입고 벽화마을을 거닌다고 한다.
‘벽화골목’도 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있는 ‘강풀만화거리’에는 강풀 작가의 만화 <순정만화>, <당신의 모든 순간>, <그대를 사랑합니다>, <바보> 네 편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작가가 직접 그렸다. 강풀 작가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벽화해설사가 안내하는 벽화투어도 마련돼 있다. 웹툰이나 종이책으로 만나던 인물들을 동네 골목길에서 마주할 수 있는 낭만적 공간으로 산책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그림 선이나 색채를 써서 사물의 형상이나 이미지를 평면에 나타내는 행위다. ‘그림러’는 ‘그림 그리는 사람’을 뜻인 신조어. 그림은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표현수단이다. 본래는 실용성보다 심미성이 강하지만, 요즘은 이모티콘이나 웹툰·캐릭터 같은 산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런 분야에서는 컴퓨터로 그리는 디지털 페인팅이 대세다. 재료에 따라 유화·수채화·아크릴화·색연필화 등으로 나뉘며, 소재를 기준으로는 인물화·풍경화·정물화·비구상화(추상화) 등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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