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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수향씨가 지난달 1일 김성일 스타일리스트를 만나 연기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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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
드라마 <신기생뎐> 주인공 낙점···화려한 등장
이후 탈북자·킬러·연쇄살인마 등 다양한 연기 도전
최근 ‘성형미인’ 역으로 화제···제2 전성기 맞아
“‘반짝 스타’보다는 ‘연기파’ 배우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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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수향씨가 지난달 1일 김성일 스타일리스트를 만나 연기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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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초반에 지상파 주말 드라마의 주인공 역을 꿰차는 배우는 많지 않다. 신인 시절 대중의 눈에 반짝 띄더라도 부침 없이 10여년 배우의 길을 꿋꿋이 가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배우 임수향(28)씨는 2009년 영화 <4교시 추리영역>에서 조연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이었던 <에스비에스>(SBS·2011년) 드라마 <신기생뎐>에서 주인공 ‘단사란’ 역을 맡아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 10여년 동안 주연·조연 가리지 않고 연기 도전을 해오던 그의 최근 동향이 궁금해진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지난달 1일 임씨를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기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히로인’을 택하기 보다는 킬러, 경찰, 탈북자, 스토커 등 다양한 역을 맡아 드라마·영화에서 종횡무진 한 배우가 있다. 바로 임수향씨다. 그는 “톱스타보다는 오랫동안 무대에 서는 배우가 되고 싶어 주연이나 조연을 가리지 않고 역을 맡았다”고 말한다.
지난 9월, 임수향씨는 독특한 배역에 또 도전했다. ‘성형미인’ 역이다.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주인공 ‘강미래’ 역이었다. 지난달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임수향씨는 “도전의 결과가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이 드라마는 첫 방영 당시 동시간대 종합편성채널 시청률 1위(시청률조사업체 닐슨코리아 집계)를 차지한 데 이어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다시금 전성기가 온 기분”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다채로운 연기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성일(이하 김) 요즘 `핫‘한 배우 중에 한 명이 바로 임수향씨잖아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주인공 `강미래’ 역을 맡아 화제가 됐는데요. 성형 한 뒤 대학에 입학해 인생을 새롭게 사는 대학생의 얘기였죠?
임수향(이하 임) 처음 제의가 왔을 때는 거절했어요. 제가 올해 28살인데, 대학교 1학년 역을 하긴 어렵지 않을까 해서요. 게다가 성형미인 역이어서 여배우로서 부담도 됐고요. 하지만 줄거리를 보고 마음이 돌아섰죠. 한 여성의 성장 스토리가 주가 된 내용이었거든요.
김 정작 대학교 1학년 때는 무슨 역할을 했죠? <신기생뎐>에서 주인공 역을 한 때도 대학생이었다고 아는데요.
임 만 20살 때였죠. 우리 나이로 치면 19살인 셈이죠. 무용학과 졸업생인 주인공이 기생이 되는 역이었어요. 20대 중반 여성을 연기 했어요.
김 당시 신인 배우가 유명한 드라마 작가인 임성한씨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낙점 돼서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죠. 기분이 어땠어요?
임 당시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에서도 조연을 맡았는데요. 공교롭게도 방송 기간이 <신기생뎐>과 겹친 거예요. 같은 방송사에서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발랄한 여고생 역으로, 주말에는 청순가련한 여인 역으로 등장하게 된 거죠. 그래서 악성 댓글들이 달리기도 했어요. ‘무슨 백으로 이렇게 주연도 하고 드라마에 많이 나오느냐’는 거였죠. 오디션보고 노력해서 배역을 딴 건 저만 아는 거고, 남의 눈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데렐라’였으니까요. 그런 댓글을 보면 속상했죠. 당시 2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따낸 역할이었거든요. 오디션 때 거의 8시간 정도 카메라 앞에서 열연했죠.
김 대학교 다니면서 촬영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임 아직도 졸업 못했어요. 휴학을 많이 해서요. 배우 김희선 선배님이 동문인데, 10년 넘게 다니시다가 졸업하신 걸로 유명해요. 제가 그 기간을 뛰어 넘을 것 같아요.(웃음)
김 대학 생활을 제대로 즐겨야하는 나이에 배우 일을 하게 돼서 아쉬운 건 없었어요?
임 원래 배우가 꿈이었거든요. 14살 때부터 주말마다 연기학원에서 연습을 했을 정도로요.
김 연기가 하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임 어릴 때부터 티브이(TV)에 얼굴 한번 나오는 게 꿈이었어요. 중학생 때 연기학원에서 맨 처음 해본 연기가 오열하는 것이었어요. 하기 전엔 쑥스러웠는데 막상 하니까 연기에 막 빠져드는 거예요. ‘내가 잘하는 걸 찾았다’고 느꼈죠.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학교 연극반에도 가입했어요.
김 그렇게 쭉 연기 수업을 받은 끝에 여기까지 온 거네요?
임 아뇨. 연기학원을 다니게 된 중학생 시절에 미국 유학 갈 기회가 생겼어요. 부모님께 가기 싫다고 난리 쳤어요. 운명의 장난인지, 미국 가는 날 유학 비자 받은 증표가 없어졌어요. 어머니가 아직도 제가 일부러 없앴다고 생각하세요.(웃음)
김 이젠 진실을 말해주세요.
임 진짜 없어진 겁니다.(웃음) 실제 미국 워싱턴 국제공항에서 3시간 동안 붙잡혀 있었어요. 다행히 현지에서 재발급을 받아서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는데요, 결국 1년 만에 귀국했어요. 미국서 영어공부하면서 현지 중학교에 편입하려고 했는데, 배우의 꿈을 못 놓겠더라고요. 한국에서 배우를 꼭 하고 싶었거든요.
김 다시 돌아왔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어요?
임 많이 놀라셨죠. 연기를 꼭 하고 싶다는 딸을 막을 도리는 없으셨던 것 같아요. 다시 중학교에 다니다가 안양예고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연극에서 연산군에게 매달려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 역을 맡았는데, 그 연기를 보시더니 비로소 ‘그래, 너 하고 싶은 거 해봐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저를 자랑스러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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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향이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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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운 좋게 데뷔 초기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잖아요. 남들은 부러워하겠지만, 본인은 정작 어려운 점이 많았죠?
임 <신기생뎐> 종영 후 1년 정도 힘들었어요. 외출할 때 늘 행동을 조심했지요. 대중은 <신기생뎐>에서의 제 이미지를 기대하시는 것 같아서요. 극 중에서 ‘단사란’은 가정 형편이 안 좋은 상황에서 기생이라는 직업을 가지다 보니 이런저런 힘든 일을 겪어요. 아픈 감정도 속으로 삭이고 늘 차분히 이겨내는 여성이죠. 이 작품 덕분에 얌전하고 성숙한 이미지가 생기다 보니 여느 제 또래처럼 친구들과 클럽가는 일 같은 걸 한번도 못해봤어요. 대신 꽃꽂이 배우고 도자기 만들러 다녔어요.
소위 ‘예쁜’ 여주인공으로 연예계에 성공적인 등장을 했는데, 이후 임수향씨의 행보는 인상적이다. 주로 파격적인 역을 소화했다. 2013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아이리스 2>에서는 킬러, 2014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감격시대>에선 일본 야쿠자 보스, 2016년 〈문화방송>(MBC)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서는 탈북 여성 역을 맡은 데 이어 <티브이엔>(tvN)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선 연쇄 살인마로 등장했다.
김 그동안 굉장히 다양한 역을 맡았네요?
임 ‘드라마에서 청순한 여주인공 역만 해야지’ 했으면 배우 일 못했을 거예요. 언제까지 주목받는 신인배우 일수는 없잖아요. 비슷한 역을 오래 하다보면 ‘역시 이런 역은 임수향이지’라고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그런 걸 포기하고서라도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었어요.
김 요즘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만나볼 수 있더군요. 〈에스비에스>(SBS) 예능 프로그램 <미추리 8-1000> 맞죠? 웃는 모습이 많이 나와 반갑더군요.
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유가 그거에요. 차가운 인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저는 매우 밝고 따스한 사람이거든요.(웃음)
김 이제 30대를 앞두고 있어요. 결혼을 포함해 하고 싶은 일이 있을까요?
임 언젠간 결혼도 할 수 있겠죠. 열심히 살다보면 일이든 사랑이든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우선은 언제나 도전하는, 항상 노력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김성일 스타일리스트,
정리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임수향 프로필
2009년 영화 〈4교시 추리영역〉으로 데뷔.
2011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신기생뎐〉에 출연. 〈신기생뎐〉 주인공 맡아 주목받음. ‘에스비에스(SBS) 연기대상 뉴스타상’ 수상.
2012년 〈문화방송〉(MBC)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 출연.
2013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아이리스 2〉·영화 〈아이리스: 더 무비〉 출연.
2014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 출연.
2016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아이가 다섯〉·〈문화방송〉·(MBC)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영화 〈은하〉 출연.
2017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티브이엔(tvN)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출연. ‘케이비에스(KBS) 연기대상 우수상’ 수상.
2018년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출연. 제26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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