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23 09:29
수정 : 2018.11.2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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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과 꼬막’의 방어. 사진 백문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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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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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과 꼬막’의 방어. 사진 백문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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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해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먹고 싶을 때 노량진수산시장 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시장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요즘 삶이 버겁고 생활이 힘겨워져서일까?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시장에는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차분히 앉아 ‘남이 골라준’ 제대로 된 것을 먹고 싶어진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해봤던 것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선호하게 됐다.
누군가가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음식과 맛있는 와인을 즐기고 싶다’고 말할 때 추천하는 곳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버블앤코클스’다. 신선한 통영 굴과 ‘오늘의 생선’, 각종 파스타와 스테이크까지 즐비한 이곳은 즐겁게 먹고 마실 수 있는 분위기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식당이 2호점으로 레스토랑이 아닌 포장마차를 냈다. 무슨 의미일까?
지난 10일, 한식 포장마차 ‘방울과 꼬막’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학교 병원 근처에 문을 열었다. 1호점 ‘버블앤코클스’를 그대로 직역한 상호가 귀엽다. 그 유명한 ‘강가네 빈대떡’ 근처다. 외진 골목 낡은 주택 1층에 소담하게 불을 밝혔다. 포장마차라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는 똑똑한 소품들이 많았다. 찐 달걀, 미역과 톳, 낙지 젓갈, 유부 어묵탕, 오이와 고추 같은 기본 안주가 한 상 가득 먼저 나왔다. ‘이것만으로 소주 두 병은 마시겠네’ 눙치면서 메뉴판을 살폈다. 대하구이, 모둠 해산물, 광어구이 등 해산물을 주재료로 한 각종 안주와 매운 돼지 갈비탕, 계란말이, 숯불 돼지 목살구이 등 고기 메뉴까지 다채로웠다. 가게 안에 있는 스티로폼 박스에는 당일 가져온 신선한 해산물을 전시해 놓아 직접 고를 수 있게 했다.
일단 숙성 방어회를 주문했다. 기름이 잔뜩 낀 방어회를 씹는 순간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져 차가운 소맥(소주+맥주) 한 잔이 절로 들어갔다. 이 맛이야말로 겨울의 진미고 쾌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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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과 꼬막’의 실내. 사진 백문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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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뉴스에서는 ‘오늘이 가장 추운 날’이라는 기상 예보가 들린다. 이제는 추워질 일만 남았다지만, 아침저녁과 술을 마시고 들어가는 새벽의 싸늘한 날씨는 좀체 적응되질 않는다. 술꾼이라면 안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날씨가 차가워질수록 더욱 신선하고 맛 좋은 해물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사실 하나만으로 매일 저녁을 기대한다. 어떤 술을 곁들일까 고민하는 행위야말로 겨울을 제대로 즐기는 참된 자세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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