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6 10:05
수정 : 2018.11.16 20:22
커버스토리┃명상
최근 IT 기술과 결합한 명상 앱 출시 봇물
주로 20~30대 젊은 층이 열광
때와 장소 구애받지 않는 점이 인기 비결
명상 게임·동영상도 찾는 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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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가 사용하는 명상 앱 `마보'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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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문화방송>(MBC)의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밴드 ‘노라조’의 멤버 조빈의 일상이 화제가 됐다. 아침잠이 깨기도 전에 그는 휴대전화의 버튼을 눌러 명상 앱을 열었다. 노래할 때와는 사뭇 다른 그의 모습에 많은 이가 낯설어했지만 동시에 명상에 관한 관심도 쏟아졌다. ‘늘 아침 명상을 통해 하루를 정갈하고 새롭게 시작한다’고 말하는 그에게 명상은 삶의 일부이자 자신만의 생활방식이었다. 2015년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담은 명상 앨범 <명상판타지>를 낸 이유이기도 하다.
디지털 공해에 시달리면서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공허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일까? 최근 아이티(IT) 기술과 결합한 명상 콘텐츠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7월, 구글플레이(구글의 앱 장터)는 ‘현대인의 디지털 웰빙’을 주제로, 명상과 힐링에 관련한 애플리케이션만을 모아 발표했다. 과중한 업무와 바쁜 일상으로 따로 짬을 내 명상센터 등을 찾기 어려운 이들의 선호도가 높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언제든지, 집이든 직장이든 어디서든지, 막간을 이용해 명상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아이티(IT)회사 직원 박성윤(29)씨는 명상 앱 ‘마보’를 주로 이용한다. “명상 앱 프로그램 대부분이 외국어로 되어 있었어요. 부담 없이 편안하게 한국어로 명상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다 발견한 것이 ‘마보’입니다.”
마보는 ‘마음보기 연습’의 약자로, 구글의 직원 교육 명상 프로그램인 내면검색 프로그램을 국내에 도입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아기자기한 인터페이스와 귀여운 캐릭터인 ‘마보잠보’를 내세워 젊은 소비자층의 감성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마보의 인기를 단순히 감성적인 측면에서만 이해할 수는 없다. 명상을 처음 시작하는 이를 대상으로 한 ‘마음보기 연습 기초’와 ‘주의력 집중 훈련’ 등 가볍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보의 장점이다. 2016년 출시 이후 누적 가입자 수는 7만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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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관련 오디오 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왈이의 마음단련장' 사진 ’왈이의 마음단련장’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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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도 이에 질세라 명상 콘텐츠를 지난해 내놨다. 카카오의 사회 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협업한 ‘마음날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의 심리 상태에 따라 ‘마음의 날씨’가 기록되고, 이를 ‘나의 안녕지수’라는 수치화된 데이터로 받아볼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연령층도 20대다. 10대까지 포함하면 총사용자의 60%가 10~20대라고 한다. ‘명상은 나이 든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깨지고 있다. 이용률 역시 작년 동기간과 견줘 2배 증가했다. 네이버의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인 오디오클립에는 ‘왈이의 마음단련장’이 있다. 마음건강과 관련한 음성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마음단련장 분노편’, ‘우울한 타르트 클럽’ 등 청년들을 위한 퇴근길 오프라인 모임을 꾸리기도 한다.
케이티(KT)는 인공지능 서비스인 ‘기가지니’에서 명상 애플리케이션 ‘마음챙김’을 만날 수 있는 ‘기가지니 명상 서비스’를 출시했다. 마음챙김의 400여개 명상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개인별 맞춤 명상과 어린이 명상까지, 다양하다. 출시한 지 불과 2주일 만에 ‘명상을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는데 집에서 편안하게 명상을 할 수 있어 편리했다’, ‘집안일을 하면서, 파도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통한 명상을 할 수 있어 유용했다’ 등 소비자의 호평이 줄을 잇는다.
진지한 명상 애플리케이션 대신 게임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는 이도 있다. 구글플레이에서 100만명 이상 다운로드한 게임 ‘마이 오아시스’는 일종의 명상 게임으로, 몽환적인 오아시스 가운데서 다양한 동물을 키우는 단순한 인터페이스다. 잔잔한 오르골 소리와 물소리 덕에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는 사용 후기가 뒤따른다. 이외에도 문어 캐릭터 ‘몰리’를 바닷속에서 키우는 ‘몰리: 나만의 힐링 펫 키우기’ 등 디지털 시대의 명상 방법은 모양과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명상을 즐기는 이도 늘어나고 있다. 혜민스님, 법륜스님 등 명망 높은 스님들의 강연을 짧게 편집한 동영상부터 기독교와 천주교 묵상 동영상까지 다채롭다. 물 흐르는 소리, 산속의 새소리, 바다 소리, 비 오는 소리 등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에이에스엠아르(ASMR. 속삭이는 등 마음을 안정시키는 소리)가 잔잔하게 퍼지는 동영상, 세계적인 명상 전문가의 강의 등이 특이 인기가 많다. 유튜브 검색 창에 ‘명상’이라는 단어를 띄우면 뜨는 동영상만도 1만여개가 넘는다. “비용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 ‘유튜브 명상’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동영상도 선택할 수도 있기에 선택의 폭이 넓다. 세계적인 전문가의 강연부터 자연의 소리까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명상의 종류를 자유자재로 고를 수 있어 ‘전문가’가 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명상 전문가이자 요가 지도자인 박소현(28)씨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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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정을 돕는다고 알려진 게임 `마이 오아시스' 사진 앱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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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명상의 동의어인 ‘고요’, ‘평화’, ‘사색’과 같은 단어는 낯설고 생소하다. 친구, 동료뿐만 아니라 낯선 이들과도 에스엔에스(SNS)로 연결돼 있는 이 시대는 소란스럽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는 마음의 평화는 고사하고 바닥을 알 수 없는 피로감마저 안겨준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든지 선택이 가능한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한 명상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청년 세대는 특히 디지털 기기를 통한 명상에 적극적이다. 26살인 직장인 이선재씨는 “디지털 디톡스(해독)을 바라는 현대인 중 한 명이지만, 명상 관련 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하는 건 좀 다르게 느껴진다. 스마트폰을 자꾸 들여다보며 상호작용할 필요없이 눈을 감거나 몸을 편안하게 하면 언제 어디에서나 명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명상 사전적 뜻은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다’이다. 그러나 정작 명상 전문가들은 생각을 거두고, 감각과 마음에 집중할 것을 권유한다. 40년 전부터 체계화한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명상은 종교적 색채를 덜고, 과학화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정신 질환의 치료에 명상을 도입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의 마음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에도 명상이 좋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명상은 디지털 기기를 꺼둬야 가능할 것 같지만, 청년들은 스마트폰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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