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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1 16:58 수정 : 2007.06.21 16:58

도쿄 ‘닌교초 이마한’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 도쿄 ‘닌교초 이마한’

음식에 관심이 좀 있는 일본사람들은 메이지유신(1868년)을 흔히 ‘요리유신’이라고 표현한다. 7세기 덴무(천무)의 ‘살생과 육식을 금지하는 칙서’ 이후 무려 1200년 동안 지켜온 육식금지의 율법을 메이지 ‘천황’이 유신선포와 함께 하루아침에 해금해 버렸기 때문이다. 육식 해금은 당시의 일본인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육식을 반대하는 쪽의 자객이 열 명이나 왕의 거처에 난입해 네 명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들은 그때까지 육식이 몸과 마음을 더럽힌다고 믿고 있었다.

메이지는 육식을 해금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고기를 몸소 시식하기도 하고 궁중에서 서양요리 만찬을 베푸는 등 양식 보급에도 앞장섰다. 그는 육식으로 일본인의 체형을 바꾸는 것이 근대화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그 이후 육식이 일반에 보편화되면서 일본인들의 체구는 커지기 시작했고 일본의 근대화 작업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즈음 일본인들이 많이 먹기 시작한 고기요리가 ‘일본전골’, 곧‘스키야키’다. 육류를 보양식으로 은밀하게 먹던 에도시대에는 스키야키를 기러기·오리·사슴 등 야생고기로 해 먹었다고 한다. 간사이 지방에서는 생선이나 고래 고기로도 스키야키를 해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메이지유신 이후에는 쇠고기가 주재료가 되었는데 육식에 대한 저항감을 완화시키고자 일본식 전골 형태로 쇠고기를 끓여먹은 것이 스키야키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스키야키의 어원은 고기를 쟁기(스키)에 구워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메이지유신 이후 육식을 시작한 일본인들의 고기 사랑, 그 중에서도 쇠고기 사랑은 지극해서 지금은 서구에서도 알아주는 고급 쇠고기 생산국이 되었다. ‘와규’(화우)라고 불리는 일본 쇠고기 중 이른바 고베 고기나 마쓰자카 고기 등은 가격도 엄청나게 비쌀 뿐 아니라 세계 미식가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메뉴가 되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후 우리 한우의 마케팅 전략 방향 설정에 참고할 만한 사례다.

그런 쇠고기로 조리한 최고의 스키야키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바로 도쿄의 ‘닌교초 이마한’(人形町 今半)이다.

예종석
1895년에 문을 연 유서깊은 이 식당은 창업 이래 흑모화우 중에서도 3년 미만의 극상 암소 고기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손님 곁에 앉아서 정성을 다해 구워 주는 스키야키를 날달걀에 슬쩍 담갔다 먹어보면 ‘입에서 녹는다’는 우리말 표현이 얼마나 적절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점심 스키야키세트는 2625엔부터 시작하나 저녁에는 비싸다. 일본의 고급식당이 대체로 그렇듯 점심 때 가는 것이 같은 음식을 싼값에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 지하철 닌교초역에서 가까우며 전화번호는 03-3666-7006이다. 긴자, 신주쿠 등 도쿄 곳곳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아사쿠사 이마한은 같은 뿌리의 형제점이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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