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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1 16:44 수정 : 2007.06.21 16:52

폴크스바겐 코리아 제공.

[매거진 Esc] 전문가 3인의 자동차 해부교실
해치백의 교과서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

골프는 해치백의 교과서였다. 데뷔 후 30년 동안 5세대까지 진화한 골프시리즈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작고 성능 좋은 자동차를 선호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골프 티디아이(TDI). 그 속을 들여다 봤다.

오른발의 스트레스는 가라
김우성 편집장

1974년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디자인으로 태어난 폴크스바겐 골프는 콤팩트 해치의 시효이자 앞바퀴 굴림차의 교과서다. 작고 단순한 모양새와 공간을 극대화한 인테리어, 앞바퀴 굴림 구동계 특유의 경쾌한 몸놀림에다 좋은 경제성까지 챙겨 시대를 뛰어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혀 왔다. 현재 시판 중인 모델은 5세대. 사이즈도 커지고 볼륨감도 전에 없이 풍성해졌다. 게다가 주목해야 할 비장의 무기도 품고 있으니, 바로 폴크스바겐이 자랑하는 ‘터보 디젤 인젝션’(TDI) 엔진이다.

배기량 2.0리터의 티디아이 엔진은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성능을 낸다. 특히 최대토크가 1천750rpm의 저회전대에서부터 나오므로 가다 멈추다를 반복하는 도심지 운전에서 오른발의 스트레스를 가뿐하게 덜어준다. 연료 분사 직전 미량의 연료를 미리 연소실에 분사하는 ‘파일럿 인젝션’ 시스템을 갖춰 진동과 소음도 상당 부분 해결했다. 수동기어 차림이면서 자동기어의 작동방식을 도입한 6단 DSG 기어는 티비아이 엔진과 끝내주는 궁합을 드러내며 평생 배필임을 자처한다. 출발에서 시속 100km 가속은 같은 배기량의 휘발유 버전보다 0.2초 빠른 9.3초. 탁 트인 도로에서 마음 먹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기어이 시속 200km를 넘어선다. 2.0리터 디젤 엔진으로 시속 200km를 넘기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인테리어는 멋을 부리기보다 정리·정돈에 공을 들인 타입. 수십 년 갈고 닦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또렷하다. 만약 당신이 3천만 원대의 예산으로 수입차를 찾고 있다면, 그런데 폴크스바겐 차에 일찌감치 ‘꽂혀’ 있었다면, 골프 티비아이를 섣불리 시승하지 마시기를. 품질감을 즐기고, 똘똘한 성능을 맛보고, 리터당 15.7킬로미터에 이르는 연비까지 확인하고 나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차 값을 듣는 순간, 세일즈맨이 들고 있는 계약서를 빼앗듯 집어 들고 사인을 해 버릴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아내의 동의를 구할 만큼의 시간이라도 벌려면, 골프 티디아이 시승을 며칠쯤 미뤄 잡는 게 좋을 것이다.


연비의 왕자, 심심한 게 흠?
이경섭 <모터 트렌드> 편집장

지난 30년 사이 2000만 대가 넘는 판매대수를 기록한 명차.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는 사람만 타는 ‘컬트’적인 차. 그게 바로 골프다. 티디아이(TDI) 모델이 더해지면서 인기가 사뭇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볼륨카와는 거리가 멀다. 사실 장점을 말하라면 밤을 새울 수도 있다. 숨은 가치가 그만큼 많다. 우선 연비가 뛰어나다. 이 땅의 모든 차를 모아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먼거리를 가는 경기를 벌인다면 능히 선두를 다툴 만하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5.7킬로미터지만 고속도로 정속주행에서는 20킬로미터 이상도 거뜬하다.

<주요제원>
아우토반에서 탄탄히 다져진 직진 가속성 역시 일품이고 하체가 씨름선수처럼 튼튼하다는 것도 골프의 자랑이다. 천연가죽 시트는 꼼꼼히 박음질되어 있고 실내도 넓다. 뒷자리는 어지간한 중형차급 이상이라 성인 세 사람도 충분하다.

소형 해치백으로서 완벽해 보이는 프로필 때문에 어떤 이는 심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잠시’ 시승해 본 사람의 얼치기 감상일 뿐. 굳이 단점을 꼽아본다면 디에스지(DSG) 기어의 매력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저속에서 울컥거림이 심할 거라는 것. 몸이 차에 익숙해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다. 시트가 수동이라는 점도 어떤 이에겐 불만거리. 그리고 골프 티디에이를 몰면 이런 소리를 자주 들어야 한다. “사이드 미러 좀 접어요.”(접었는데?) “라이트 켜졌어요.”(알아요. 저절로 꺼져요.) “후진등 하나 나갔네요.”(저기요. 하나는 안개등이거든요.)

튼튼하되, 부드럽진 않으리
장진택 <지큐> 피처 디렉터

골프공은 다른 공보다 단단하다. 그 공을 하늘로 때려 날리는 골프채는 더 강하다. 그리고 폴크스바겐 골프는 그만큼이나 단단하게 생겼다. 골프공 30만개를 쏘아대도, 7번 아이언으로 후려 쳐도, 골프의 팽팽한 피부는 세상의 모든 충격을 초연하게 튕겨 낼 것만 같다.

저렴한 경유로 당찬 파워를 만들어내는 티디아이 엔진은 골프의 여러 엔진 중 최고 백미로 통한다. 휘발유 먹고 150마력을 내는 엔진(FSI)과 특급 골프, 지티아이(GTI)에 달린 200마력 터보 엔진도 두루 대단하지만, 골프의 강인함을 느끼기엔 중저음 사운드가 출중한 티디아이(TDI)가 제격이다. 여기에 맞물려 돌아가는 디에스지(DSG) 트랜스미션 역시 강건하긴 한가지다. 일반 트랜스미션처럼 부드럽거나

폴크스바겐 코리아 제공.
다소 여유롭지 못한 건 직접 톱니가 맞물러 돌아가는 구조적 차이 때문이다. 일반적인 오토매틱 트렌스미션은 기어와 기어가 직접 물리지 않고 걸쭉한 유체(실리콘 오일 같은 거)가 중간에 끼워져 비교적 유연하게 움직이지만 꼼꼼한 맛은 떨어진다.

골프의 단단한 뼈대를 이미 자타가 공인한 상태로,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스코다, 세아트 등에서 녀석의 출중한 골격을 수차례 나눠 쓰는 중이다. 그의 뼈대는 너무 튼튼해서 벼랑에서 굴러 떨어져도 대일밴드 몇 개 붙이고 다시 나타날 것 같다. 그러니 오디오 버튼 하나 번호판 나사까지 구석구석 단단한 골프 티디아이한테까지 부드러운 여유를 청하진 말자. 세상엔 유연한 (좋지 않은 표현으론 ‘헐렁한’) 자동차가 더 많으니까.

참, 골프에게 골프는 다소 무리다. 엉덩이가 뚝 잘려 트렁크가 작은 골프는 (뒷의자를 접어 큰 짐을 넣을 수 있으나) 커다란 가방 들고 다니는 골프라는 운동엔 그리 적합지 않다. 그런데도 단단한 골프와 단단한 공 치는 골프를 동시에 갖고 싶다면 골프의 유전체(DNA)로 만든 단단한 세단, 그래서 트렁크가 제법 넓은 ‘제타’를 사면 된다.

폴크스바겐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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