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여> (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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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연인이여>(상·하) 노자와 히사시 지음·김난주 옮김. 테이스트팩토리 펴냄 결혼이라는 말에는 어중간한 타협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자타 공인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데리고 살겠다고 맹세한 관계 아니던가. 그럼에도, 지난 연애를 돌이켜봤을 때 결혼한 상대를 가장 사랑하냐고 기혼자들에게 물으면, 절반쯤은 “대학 1학년 때”나 “처음 그녀를 만난 건”으로 시작하는 그렇고 그런 회고담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욕이나 하고 며칠 동안 술을 마시면서 주변 사람 괴롭게 하던, 무참히 깨진 관계를 잘도 기억하고들 있다. 소설 <연인이여>는 결혼 밖의 사랑이 결혼 즈음에 찾아온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결혼식 세 시간 전. 예비 신부 마나에는 신랑 료타로의 애인을 자처하는 여자의 자살 소동을 겪는다. 같은 시간 다른 방. 예비 신랑 코헤이는 신부 쇼코가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고백을 듣는다.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 순간. 전부 엎어버리기엔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다. 갈등하던 마나에와 코헤이는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서로를 위로한다. 결혼식은 무사히 치러지지만 이들 두 부부, 네 남녀의 관계는 그때부터 새로이 얽혀 든다. 누구는 끝났다고 생각했던 연애를 다시 시작하고, 누구는 우연에서 운명이 돋아난다고 믿지만 애초에 기형적으로 태동한 희망은 기어이 무너져 내린다.
좌충우돌 독서가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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