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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거탑>에서 <거침없이 하이킥>까지, 상반기 드라마의 빛나고 아쉬웠던 순간들. 에스비에스·한국방송·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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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하얀 거탑>에서 <거침없이 하이킥>까지,
상반기 드라마의 빛나고 아쉬웠던 순간들
당신이 꼽는 올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는?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과 “달리 할 일이 없어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아줌마”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40대 후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젊은 감각을 지닌 칼럼니스트 정석희씨가 올 상반기 텔레비전 앞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은 드라마들의 빛났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을 되새김질했다.
백은하 올 상반기에는 두고두고 곱씹어 볼 만한 드라마가 많았는데 제일 먼저 등장한 게 <하얀 거탑> 아닐까?
정석희 요새 드라마는 시청률과 인기의 체감온도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는데 <하얀 거탑>도 그랬다. 젊은 사람들은 열광했지만 연세 많으신 분들은 이 드라마가 어렵고 복잡해서 재미없다고 하더라.
백 확실히 세대적으로 반응하는 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드라마가 갈렸다. 상반기에 막을 내린 <주몽>은 위험에 빠졌다가 해결되고 이렇게 단순한 구성으로 기존 시청자들에게 어필했지만 젊은 사람들은 자기 머리회전보다 느린 드라마는 시시하게 여긴다. 그런 면에서 <하얀 거탑>은 시청자들의 세대차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드라마였다.
<행복한 여자>의 시청률이 높았던 이유
정 그러니까 <마왕>은 시청률이 나올 리 없었던 거지. 촘촘하게 짜인 상황에 몰입을 해야 하는데 그런 거 머리 아프다고 여기는 세대는 못 본다. 유에스비니, 엠피3 녹음을 음악 파일로 교체한다느니 이런 이야기를 카세트 녹음해 듣던 세대가 어떻게 이해하겠나?(웃음)
백 <마왕>이나 <하얀 거탑>은 이야기가 촘촘히 박혀 있고 어떤 장면에서 나온 말이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까지 짜맞춰야 하니까 열정이 없으면 몰두하기 힘든 드라마였다.
정 반대로 <행복한 여자>나 <소문난 칠공주> 같은 드라마는 시청률은 높지만 인기나 영향력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드라마들의 시청자는 마당에 수도 있는 집에 대한 추억이 있고 <사랑이 뭐길래>를 보던 세대다.
백 시청률과 영향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드라마가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하이킥>은 젊은 감성의 드라마인데 나이 든 시청자들이 일일드라마를 보는 시간에 편성돼 처음에는 우려도 있었는데 남녀노소를 다 사로잡았다.
정 시청자들을 골고루 잡으려면 등장인물을 골고루 배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문희, 이순재가 없으면 이만큼의 반응을 얻었겠나?
백 이 드라마가 두 중년을 다루는 방식은 여느 청춘물과 달랐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도 보낼 줄 모르고 이런 나이 든 세대의 애환이 그저 웃긴 에피소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몇년 뒤에 나도 저렇게 되겠지 하는 공감을 끌어냈다. 단순히 집안의 어른이 아니라 개별적 인간으로 그리니까 그 나이대의 시청자들까지 보게 되는 거다.
정 <하이킥>처럼 중년 캐릭터가 살아나는 게 드라마를 죽이고 살리는 데 더 중요해졌다. 개인적으로 <케세라세라>도 좋아했는데 통속멜로인데도 시청률이 안 나온 이유는 주연들을 받쳐주는 중년 캐릭터가 약했던 점도 있는 것 같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 엄마, 삼식이 엄마처럼 생기 있는 인물들이 있었다면 인기 있지 않았을까?
백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도 김수미나 김혜옥이 너무 잘했다. 안타까운 건 중년 연기자층이 얇다 보니 겹치기를 할 수밖에 없어서 소모되는 면도 있다. 예를 들어 송재호가 <사랑에 미치다>에서 주인공 시아버지로 나왔다가 채널 돌리면 <케세라세라>에서 회장님으로 왔다갔다 했는데 큰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정 나문희는 어쩜 그렇게 다양한 역을 그렇게 잘하는지 놀랍다. 얼마 전에 <놀러와>에 나와서 <하이킥>에서 애교 떠는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냐고 진행자가 물으니까 “저는 그냥 시키면 해요” 그러면서 태연하게 다시 ‘여봉~’ 연기를 해 보이더라.(웃음) 우리나라 배우 중 나문희가 최고인 거 같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노희경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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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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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올 상반기 돌출됐던 드라마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가지 질문>을 빼놓을 수 없다. 노희경 작가, 성준기 감독을 중심으로 스태프, 배우 개런티를 전액 기부하는 ‘기부 드라마’로 알려진 2부작이었는데 그걸 보면서 방송판이라는 데가 누가 봐도 따뜻한 곳이 아닌데 노희경 작가는 진심으로 사람을 믿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정 배종옥은 <내 남자의 여자> 촬영만으로도 잠잘 시간이 없을 텐데 그 와중에 이걸 찍었다. 또 너무 시원하게 잘했다.
백 이런 시도가 ‘착하게 살자’는 식의 교훈이 아니라 방송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파워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게 대단한 것 같다.
정 드라마도 좋았다. 시작과 끝의 개념 없이 일상의 한순간을 포착하는 형식이었는데 이런 걸 장르화시켜서 어떤 요일에는 이런 드라마만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홍보가 너무 안됐다.
백 광고 때문에 연속성 없는 드라마는 방송사로서는 장점이 없다. 사실 작가, 배우, 감독이 노 개런티로 하지 않았다면 편성 자체가 불가능했을 드라마다. 이렇게 소명의식만으로 완성된 드라마가 이 살벌한 21세기에 만들어졌다는 게 신기하다.
정 쟁쟁한 배우들을 노 개런티로 끌어모은 건 노희경 작가의 힘인 거 같다. 노희경 작가 아니면 김수현 작가 정도나 가능할 일이지. 배우 이재룡은 노희경 드라마에서 건달로 나오는데도 너무 멋있는데 <착한 여자 나쁜 여자>에서는 완전히 바보가 돼서 속상할 거 같다.
백 노희경 작가는 배우를 볼 때 일반적인 시선과 다른 잣대로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이재룡은 인텔리로 많이 나왔는데 노희경 작가는 그에게서 신사성보다 끼 많고 건들건들하는 걸 재밌는 구석으로 포착한 거다. 배종옥한테는 깐깐한 스타일을 비집고 나오는 헛똑똑이 같은 모습을 본 거고.
정 노희경은 완전 신인이었던 이한이나 천정명, 김민희처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친구들을 데려다가 반듯한 연기자로 만들어놨다. 그런데 <마왕>을 보면서도 주지훈이 딱 자리를 잡은 게 보이더라. 나중에는 엄포스(엄태웅)가 주지훈의 포스에 밀리는 것처럼 보이더라.
백 주지훈도 그렇고 에릭도 그렇고 이규환도 그렇고 모두 올 상반기의 발견이다. 앞으로도 이들처럼 잘생기고 똑똑한 친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웃음) 즐거운 발견도 많았지만 나쁜 일도 많았다. <마녀유희>가 끝나고 보여줬던 시청률 책임 공방은 오랫동안 회자될 웃음거리다.
<태왕사신기>는 올해 안에 볼 수 있을까
정 극본이 나빠도 시청률 나오는 드라마가 있고 연기를 못해도 성공하는 드라마가 있다. 안되는 드라마는 두루 안된 건데 작가나 연출 탓만 하는 건 만날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하는 것과 똑같은 거다.(웃음)
백 <히트>는 시작했을 때의 스케일에 비하면 시청률이 그리 높게 나온 건 아니었는데 끝까지 팀워크가 좋았다. 그런 점에서 박상연 작가가 드라마 홈페이지에 ‘시청률 안 나왔던 건 내 잘못이다’라고 쓴 게 어떤 액션일 수도 있지만 <마녀유희>와 대조되면서 재미있었다. 하반기 기대작은 뭔가?
정 임성한 작가가 기다리고 있지 않나. 임 작가의 작품들이 초반엔 재밌고 괜찮다. 뒤로 갈수록 모든 캐릭터들이 산으로 가서 그렇지.(웃음) 임 작가가 결혼도 했으니까 이전과 좀 다른 시선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된다.
백 <태릉선수촌>을 만들었던 이윤정 피디의 <커피프린스 1호점>이 기대된다. 이윤정 피디는 드라마 감독 중에 드문 여성 감독인데 요즘 신진들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 윤은혜가 남장소녀로 변신한다는 것도 흥미롭고. 아, <태왕사신기>를 과연 올해 안에 볼 수 있을까도 궁금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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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의리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가지 질문>에서 노 개런티로 뭉친 스태프와 배우들.
“‘의리 없는 전쟁터’로 알려진 방송판에서 진짜 의리가 살아 있다는 걸 알려준 빛과 소금 같은 찰떡궁합.”(백은하)
“노희경 작가는 이들을 배우로 키웠거나 배우로서 새로운 면모를 찾게 해줬다. 당연히 모이지 않겠나.”(정석희)
최악의 의리
<마녀유희> 종영 직후 벌어진 시청률 책임 공방.
“한가인으로서는 똑똑한 척하다가 칭찬도 동정도, 아무것도 못 챙긴 발언이 아니었을까?”(백은하)
“인생의 조언자라는 게 정말 필요하구나. 한가인의 시부모님은 경험 많은 연기자인데 왜 그걸 못 말렸을까?”(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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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김은형 기자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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