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이보다 더 재밌는 휴가는 없었다’ 우수작
밤새 마신 술 때문에 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에서부터 비닐봉지를 귀에 걸고 떠난 3박4일 일정의 홍콩여행. 이륙 직전에 도착한 게이트에서 승무원이 당황스런 표정을 잠시 짓더니 말로만 듣던 비즈니스 클래스로 안내했다. 아슬아슬하게 도착을 한 덕에 이코노미석에 빈자리가 없어 비즈니스를 타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행운도 한 순간! 비행기가 날아오르고 잠시 후 승무원이 가져다준 스낵과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좋다고 집어먹던 스낵이 부시 대통령이 먹다 죽을 뻔 했다던 땅콩이 든 프리첼이었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던 나는 과자를 먹다가 대폭발을 일으켰고 엄청난 횟수의 구토와 설사로 비즈니스용 식사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서 있을 힘조차 없을 정도로 탈진해 도착한 홍콩에서 다른 여행객이 알려준 대로 2층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정거장에 내렸다. 그런데 우리 부부가 묵을 호텔은 보이지 않았다. 짧은 영어로 물어보기도 했지만 대답을 알아들을 수 없어 지도만을 의지해 뜨거운 홍콩의 태양 아래 네 시간을 헤매다가 찾은 그곳, 그 호텔은 정거장에서 10분 거리여서 우리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땡볕 아래서 가는 곳마다 수난의 연속이었던 홍콩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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