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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3 17:39 수정 : 2007.06.13 19:13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이보다 더 재밌는 휴가는 없었다’ 우수작

밤새 마신 술 때문에 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에서부터 비닐봉지를 귀에 걸고 떠난 3박4일 일정의 홍콩여행. 이륙 직전에 도착한 게이트에서 승무원이 당황스런 표정을 잠시 짓더니 말로만 듣던 비즈니스 클래스로 안내했다. 아슬아슬하게 도착을 한 덕에 이코노미석에 빈자리가 없어 비즈니스를 타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행운도 한 순간! 비행기가 날아오르고 잠시 후 승무원이 가져다준 스낵과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좋다고 집어먹던 스낵이 부시 대통령이 먹다 죽을 뻔 했다던 땅콩이 든 프리첼이었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던 나는 과자를 먹다가 대폭발을 일으켰고 엄청난 횟수의 구토와 설사로 비즈니스용 식사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서 있을 힘조차 없을 정도로 탈진해 도착한 홍콩에서 다른 여행객이 알려준 대로 2층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정거장에 내렸다. 그런데 우리 부부가 묵을 호텔은 보이지 않았다. 짧은 영어로 물어보기도 했지만 대답을 알아들을 수 없어 지도만을 의지해 뜨거운 홍콩의 태양 아래 네 시간을 헤매다가 찾은 그곳, 그 호텔은 정거장에서 10분 거리여서 우리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땡볕 아래서 가는 곳마다 수난의 연속이었던 홍콩을 잊을 수 없다.
다음날 여행책자에 소개된 유명 음식점을 찾았다. 이때도 우리의 방향감각은 빛을 내 지하철역에서 20분 거리인 그곳을 세 시간 넘게 헤매서 도착했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간 그 식당에서 너무나도 근엄한 종업원의 안내에 위축돼 우리는 허둥지둥 슈림프라는 단어만 보고 주문했다가 원래 먹으려고 했던 대하요리 대신 손톱만한 깐새우만 퍼먹다가 나와야 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우리는 숙소 근처에서 발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정성들인 마사지를 받던 아내의 발에서 겨우내 스키부츠에 지쳤던 발톱이 빠져버리는 것이었다. 호텔에 돌아와서는 에어텔에 포함된 조식을 언제 먹을 수 있느냐로 호텔 직원과 한참 실랑이를 벌였고, 여행사에 항의를 하느라 전화요금이 3만원 가까이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예매했던 공항행 열차표를 못 쓴다고 말을 듣고 한 번 더 소동을 벌임으로써 우리의 사건 사고 여행은 마무리됐다.

전상국 /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3가 대우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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