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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3 17:08 수정 : 2007.06.13 17:40

주물럭거린 피자는 맛이 없다오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매거진 Esc] 요리사 X와 김중혁의 음식잡담
피자이올로는 반죽 펴는데 딱 3초 …
피자 재료가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

서울 청담동 이탤리언 레스토랑 ‘안토니오’

자꾸 청담동에 오게 되네요. 오늘은 청담동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안토니오’입니다.

X 청담동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래도 한국 요리의 가장 적나라한 부분을 보여주니까 오지 않을 수 없지.

이탈리아로 여행갔을 때 제대로 된 피자집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도저히 고를 수가 없더라고요.

X 고르는 법이 있어. 주방에 화덕이 있고, 그 옆에 누가 서 있을 거 아냐. 딱 보면 머리가 새까맣고 반질반질한 게 전형적인 나폴리 사람처럼 생긴 사람이 있어. 그런 집들은 대체로 맛있어. 가업을 잇는 경우가 많아. 피자이올로들이 하는 집이지.

“빨리 만들어야 많이 팔지”


피자이올로요?

X ‘이올로’라는 접미사가 기술자라는 뜻이야. 정말 기술자인 것이 워낙 일이 험하고, 무한 반복하는 일이기에 보통 사람들은 견뎌내기 힘들어. 요리사들보다 돈을 더 받는 경우도 많지.

대학로에 있는 ‘디마떼오’에 갔더니 거기 이탈리아 사람이 피자 반죽을 엄청나게 빨리 만들더라고요.

X 이탈리아에서 내가 정확하게 시간을 재봤는데, 피자 반죽 한장 펴는 데 딱 3초 걸려. 일단 왼손으로 반죽 한 쪽 끝을 들어. 그러면 반죽이 축 늘어지지? 그러면 오른손으로 늘어진 반죽을 반대로 툭 쳐. 그리고 왼손으로 다시 반죽을 툭 치고, 다시 한번 오른손으로 툭 치면, 끝이야. 딱 3초야. 토핑을 후다닥 얹으면 옆에 있던 쫄따구가 삽으로 푹 퍼서 화덕에 넣는 거지.

그렇게 빨리 반죽을 할 필요가 있어요?

X 빨리 만들어야 많이 팔지.(웃음) 그리고 반죽을 손으로 주물럭거리면 맛이 없어져. 발효가 끝난 반죽은 이스트가 잔뜩 부풀어 있지. 그 속에 공기가 들어있단 말이야. 그 상태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최대한 반죽을 펴내야 맛있는 거야. 밀대로 밀고 그러면 맛이 나겠냐? 그런데 피자이올로 일이 워낙 힘드니까 이탈리아에서도 점점 없어지고 있어.

일단 먹고 하죠. 마르게리타와 디아볼라.

X 마르게리타가 피자의 기본이지. 마르게리타에 들어가는 재료가 이탈리아 국기의 삼색을 상징한다는데 ….

흰색은 모차렐라 치즈, 빨간색은 토마토, 초록색은 바질?

X 믿거나 말거나.

마르게리타보다는 디아볼라가 더 맛있네요. 디아볼라는 살라미가 들어가서 간이 잘 맞는데, 마르게리타는 좀 싱거워요.

X 이탈리아 사람들은 마르게리타 위에다 자기식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마르게리타 위에다 버섯 잔뜩’, ‘살시체와 버섯을 섞어줘’, ‘디아볼라를 두 배로’ 같은 주문을 해. 피자가 재미있는 게 무한증식이 가능한 거지. 뭘 얹어 먹어도 되니까.


단순하지만 맛있는 안토니오의 마르게리타 피자
청담동 고급식당의 고통 분담금을 아십니까

하여간 남들이랑 똑같은 거 무지하게 싫어한다니까.

X 그래서 이탈리아에 명품이 발달한 거야. 남과 똑같은 걸 싫어하니까. 소량으로 만드니 생산비용이 높아지긴 하지만 솔직히 명품에 드는 재료값만 따지만 그만큼 가치가 없지. 라이카 같은 카메라도 금으로 만들고 2천대 한정 판매하면 사람들이 줄을 서요. 금값 다 합쳐도 그 가격이 안 되지만 희귀하니까 사는 거 아냐.

와인 좀 따라주세요.

X 이 집은 와인도 안 따라주면서 왜 서비스 차지를 받는 거야?

청담동이니까요.

X 청담동 고급식당들의 불문율이 있어. 손님들이 식당의 고통을 나눠진다는 거지. 음식값에 ‘이 집이 장사가 안 될 때도 있으니 그때를 대비해 좀더 돈을 받겠습니다’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거야.

장사가 잘되면 폭리가 되는 거네요.

X 그렇지. 우리 식당이 장사가 잘 안 돼서 망하면 우리 음식은 못 먹을 테니 고통 분담금을 함께 내시오, 그런 거지.

아예 메뉴판에다 그걸 써두면 좋겠네요. 음식값 아래에다 서비스 차지 10%, 세금 10%, 고통 분담금 30%라고 적고, 이 식당을 사랑하지 않으면 고통 분담금은 내지 마시오라고 써두면 ….(웃음)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고급식당이 비싸긴 한 것 같아요. 이리저리 다 따져봐도 너무 비싸요. 외국 식당들도 집세 내고 요리사 봉급도 줘야하고 그럴 거 아니에요. 뭐 다 사정이 있긴 하겠지만 ….

X 그래도 이 집 피자는 맛있다. 접시도 좋네. 이탈리아에서 공수했나 봐.

피자에다 왜 칼집을 내서 주는 걸까요?

X 난 그거 마음에 안 들어. 피자도 냉면처럼 “잘라 드릴까요?”하면 좋잖아. 피자도 칼로 썰어먹는 재미가 있는데 말야.

피자에 꼭 칼집을 내야 하나

화덕에다 피자를 구우면 더 맛있는 이유가 있어요?

X 참나무로 훈연해야 맛있지. 우리가 숯불에다 고기 구워먹는 거랑 마찬가지야. 화덕에 넣으면 한 350도 가까이 나오는데 불조절이 중요해. 화덕에 넣고 나서는 피자의 위치를 계속 바꿔줘야 타지 않거든. 그리고 전통적인 나폴리 피자에는 돼지기름을 쓰는 경우가 많아. 열량이 높다고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도 돼지기름을 고수하려는 피자집들이 꽤 있어.

나폴리 피자는 못먹겠던데?

X 나폴리 캄파니아 지방의 올리브오일이 맛이 엄청 세거든. 그리고 돼지 냄새가 심하게 나는 전통 살라미를 넣으니까 처음에는 못 먹는 사람이 많지. 이탈리아 피자에 두 종류가 있는데, 두꺼운 나폴리식이 있고 밀라노와 로마에서 먹을 수 있는 얇고 세련된 도시 스타일이 있어.

한국엔 미국 스타일이 더 많죠?

X 어느 스타일이든 맛있으면 그만이지.

이집도 맛있어요.

X 그래도 텐텐(서비스 차지 10%, 세금 10%)은 너무 끔찍하다.

조삼모사죠, 뭐!(웃음)

정리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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