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6.13 17:02 수정 : 2007.06.13 17:34

와인세상

[매거진 Esc]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와인세상

5호선 여의도역 앞 작은 가게 안에서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피자 시키신 분!” “햄버거 시키신 분!”, 배달하는 분들의 거침없는 말소리가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빠끔히 문을 열고 들여다보면 온 벽에 와인들이 즐비하다. 문 건너 벽에는 와인 코르크 마개가 잔뜩 붙어 있고, 그 위에는 ‘사또 무통 로칠드’ 같은 은은한 와인들이 선반 위에 뽀얀 먼지를 덮고 누워 있다.

부조화를 연상시키는 이 요상한 집, ‘와인세상’은 선물용 와인을 파는 집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눈에 띄는 와인을 고르면, 주인장 엄상철(39)는 예쁜 포장지 위에 주소를 꼭꼭 눌러 써 그 마음을 전한다. 우정과 사랑을 전하는 ‘와인 우체부’인 셈이다.

주인장은 와인만 파는 것이 아니다. 기분도 함께 판다. 그저 벽과 창고에 쌓인 와인 중에서 마시고 싶은 것을 고른 뒤, 가게 한쪽의 아담한 테이블에 앉아 홀짝홀짝 마시면 된다.

가게에서는 350개가 넘는 와인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300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지만 2~5만원대가 50%가 넘을 만큼 싼 와인들이 대부분이다. 향긋한 와인이 코끝을 스치고 여름날 후끈한 바람이 그 향기를 더해 준다. 칼칼한 목소리 안에 따스함을 감춘 주인장은 그저 와인 값만 받는다.

와인도 식후경이다. 문득 배가 고프면 휴대전화의 번호를 누른다. “여기 와인세상이에요. 피자요.” 피자든, 햄버거든, 만두든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배달시켜도 좋다. 딱히 와인 안주라고 할 것은 없지만 치즈를 슈퍼마켓 가격 그대로 6천원에 내온다. 잠시 머물지만 최고의 휴식을 주는 것처럼 아주 편안한 이유다.

안에서 마시는 것이 답답하면 찰랑 와인과 쨍그랑 스피겔라우 잔을 들고 가게 밖으로 나오면 된다. 나무로 된 의자와 테이블이 반갑게 맞이한다. 그 곁으로 여의도 거리의 사람들이 물결처럼 흘러간다. 나이기도 하고 너이기도 한 사람들, 주인장이기도 한 사람들이.

주인장이 말하는 와인 상식, 그저 와인에 주눅 들지 말고 맘껏 마시고 즐기란다. 그가 추천하는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 ‘포지오 알 까조네’(Poggio al Casone)란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나른한 안식이 전해져 온다. 02)780-2998 오전9시~새벽3시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