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산을 젊어지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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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최범석의 시선 ⑤
지난 5일에 아는 디제이의 앨범이 새로 나온다고 해서 파티가 있었다. 다음날은 공휴일이어서 마음껏 마시고 즐길 수 있었다. 다음날 눈을 떠 보니 오후 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누워서 오는 전화에 눈만 주었을 뿐 받지는 않았다. 아직 휴일의 여유를 부릴 대로 부려 보고 싶었다 우리들은 축복받은 도시의 사람들 그러고 나서 일어나 쓰린 속을 달래려 약통에서 약을 찾으며 휴대전화를 봤는데 아주 친한 형의 전화가 와 있었다.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형에게 전화를 다시 했는데, 난데없이 산에 가자고 한다. 기운 없는 내 목소리를 듣고 형은 그냥 쉬라고 했다. 나도 전날 먹은 술 때문에 사우나를 가고 싶었는데 형의 말을 듣는 순간, 내 몸에 좋은 산소가 더 필요할 거 같아서 산으로 가기로 생각을 바꿨다. 형과 나는 가끔 인왕산을 가곤 한다. 형은 인왕산 자락에 있는 효자동에서 산다. 인왕산은 걸어서 40분 정도면 꼭대기까지 갈 수 있어 시간이 없는 사람이 오르기 아주 좋은 산이다. 그리고 오르는 내내 서울이 이쪽부터 저쪽까지 전부 내려다보여서 더욱 즐겁다. 맑은 날에는 인왕산에서 분당도 보이고 인천 앞바다도 보인다. 설마 높지도 않은 산에서 서울과 그 너머 동네들까지 다 보이랴 싶지만 신기하게도 보인다. 세상을 다 보는 것 같다. 서울을 내려다보면 도시 안의 건물들이 보이고 그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느껴진다. 나도 산 밑에 있을 때는 그들처럼 여유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인왕산에 오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바빠서 인왕산에 갈 시간이 없으면 하다 못해 남산이라도 자주 간다. 나는 어려서부터 산을 좋아했다. 지금까지도 새해 첫날은 산에 가서 그해의 다짐을 산과 약속하고 내려온다. 새해가 아니라도 산에 오를 때면 습관처럼 조그만 다짐을 하고 내려올 때도 사소하지만 이런저런 작은 다짐을 한다. 지난 휴일 산에 오르면서 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가다 형이 내게 물어봤다. “범석아 100년 후엔 이 산이 어떻게 될까?” 그 질문을 듣자 머릿속에서 질문이 꼬리를 이었다. 500년 후엔 이 산이 어떻게 될까? 1000년 후엔, 10000년 후엔…. 조금 슬펐다. 우리 나라는 지금도 도시를 개발한다고 조금씩 조금씩 이산 저산을 깎아 먹고 있지 않나. 이 산도 마찬가지 아닐까? “형, 아마 100년이 지나면 이 산은 아파트 단지가 돼 있지 않을까?” “아님 주차장을 만들지도 몰라. 어쩌면 산을 깎아서 공원을 만들 수도 있겠지. 오르기 힘드니까 다니기 편하게 공원을 만들어 녹색의 느낌만 남는 공원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그러다가 여행을 하며 다녀 본 도시들을 머릿속에 그려 봤다. 출장으로, 또는 여행으로 여러 나라의 수도를 많이 다녀 봤다. 런던, 파리, 로마, 프라하, 어느 도시나 강은 있지만 남산이나 인왕산처럼 도시 가운데 또 산이 있고, 산으로 둘러싸인 수도는 본 기억이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들은 축복받은 도시의 사람들이다. 또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 중간에 아주 큰 강이 흐르고 있다. 한강은 파리의 센 강보다, 내가 좋아하는 도시 런던의 템스 강보다 멋지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축복을 모르고, 너무 모르고 무심하게 지내는 것 같다. 고기집과 막걸리집을 넘어… 옆 나라인 일본도 산에 가려면 신주쿠 역에서 버스를 타고 두 시간 정도를 가야지만 한다. 그곳에 좋은 온천과 큰 패션 아울렛 같은 것을 만들어 테마파크처럼 여러 가지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만든 건 근사하지만, 그래도 우리처럼 가까이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산은 아닌 거다.
최범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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