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13 16:14
수정 : 2007.06.1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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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 김남희의 맥가이버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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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에서 건진 보물 / 여행가 김남희의 맥가이버 칼
프랑스 파리에 가면 항상 소르본 대학 근처를 기웃거려요. 여행과 관련한 물건만 파는 골목이 있거든요. 등산용품, 낚시용품, 나이프 가게와 여행서점까지. 재작년 스페인의 순례자 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프랑스-스페인 국경인 생장피드포르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성지순례 길)로 가기 이틀 전에도 이곳을 서성였어요. 여행서점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나이프 가게 진열장 앞에 멈춰 섰지요. 빨간 스위스 군대 칼. 128MB 이동식 디스크가 달려 있었지요. 값이 비싸(70유로) 고민하다가 결국 주워들었지요.
깜찍한 모습이지요? 크기는 새끼 손가락만 하지만, 칼·가위·볼펜·전등 기능까지 있답니다. 산티아고 800㎞를 걸으며 함께 있었어요. 칼로 과일도 깎아먹고, 볼펜으로 메모도 하고, 새벽에 일어나 전등으로 불을 밝혀 짐을 쌌답니다. 낮엔 길을 걷고, 저녁엔 노트북에 글을 쓰고, 피시방에 가서 한국으로 여행기를 보냈어요. 이때는 이동식 디스크가 한몫을 했지요. 그 뒤, 카메라·노트북 못지않게 제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 되어 지금은 여행하지 않을 때도 지니고 다닙니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노트북과 함께 땅에 떨어져 고장이 났는데, 얼마나 슬펐던지. 결국 맥가이버 칼은 새 친구 2GB를 만났어요.
지금은 스페인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스페인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다시 한번 산티아고를 걷고 싶어요. 올 겨울엔 북아프리카로 장기 여행을 떠날 겁니다. 튀니지·모로코·알제리아·세네갈 … 그때도 맥가이버 칼은 함께 있을 거예요.
정리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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