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멀리서도 보면서 이야기하는 영상통화 시대, 기술이 표현욕구를 자극한다
‘▶’ 단추는 이미 눌러졌다. 지난해 인터넷 세상에서 떠오른 단어는 단연 손수제작물(UCC)이었다. 움직이지 않고 멈춘 사진 이미지의 세상이 정적이었다면 움직이는 영상 이미지 세상은 동적이다. 네모난 컴퓨터 모니터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영상은 전세계 누리꾼의 눈길을 한몸에 받았다. 영상을 만든 나와 영상을 보는 수많은 누리꾼들은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수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지금, ‘▶’을 누를 필요조차 없는 일상이라는 영상이 휴대전화로 들어왔다. 24시간 나와 함께하는 가장 사적인 도구인 휴대전화 속으로 뛰어든 영상은 ‘유시시’보다 더 매혹적이다.
ㅋㅋ ㅠㅠ에서 근육이 움직이는 표정으로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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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얼굴로 얘기할 것인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윤태진 교수(영상 커뮤니케이션 전공)는 이렇게 설명한다. “휴대전화 달린 카메라 ‘폰카’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지표적인 특성을 보였다. ‘내가 어디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식의 자기 스스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영상 통화도 비슷하지 않을까. 초기 단계인 지금은 ‘내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데 그치겠지만 앞으로는 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자기표현 욕구를 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개개인의 표현 욕구도 늘어날 것이다. 영상과 이미지의 자극으로, 없었던 표현 욕구가 생긴다기보다 개인에 잠재돼 있는 표현 욕구가 증폭되는 방식이라고 본다.”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즐기는 법.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은 움직이는 세상을 좀 더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에게 누군가가 영상으로 똑똑 노크한다면, 어떤 얼굴로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신세계를 밟을 준비는 끝났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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