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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6 21:49 수정 : 2007.06.08 15:44

<아메리칸 아이돌> 온스타일 제공

[매거진 Esc] <아메리칸 아이돌>의 성공비결

내가 건 전화 한 통으로 옆집 은실이가 스타로 거듭난다. 사기성 농후한 텔레마케팅 광고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아메리칸 아이돌> 열풍의 진원지는 바로 전화 한 통이었다. 목장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던, 착해 보이는 금발소녀 캐리 언더우드와 마냥 어리숙해 보이는 주근깨 소년 클레이 에이킨을 포함해 <아메리칸 아이돌>이 낳은 스타들 모두 텔레비전 앞에 앉아 감자칩을 축내는 시청자들이 건 전화에서 탄생했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리얼리티쇼로서의 성공 비결은 그 시청자들 역시 전국 노래자랑에 나가 아메리칸 드림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음을 끝없이 암시하는 데 있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의 표심뿐이다. 본선이 시작되면 제아무리 독설의 제왕인 사이먼 코웰이라 할지라도 직접 행사한 ‘전화 한 통’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결정은, 시청자가 한다.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스타를 만들 수 있다는 이 미국적 평등주의(혹은 기회주의)의 산물인 <아메리칸 아이돌>은 시청률 기록 제조기로, 지난해 <아메리칸 아이돌>은 같은 시각 생방송한 제48회 그래미상보다 두 배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고, 제5회(5시즌) 우승자인 테일러 힉스는 지난 대선에서 부시가 얻은 표보다 많은 6300만여표를 받았다.

이 모든 꿈의 시작은 지역 예선이다. 최근 방영을 끝낸 6회째 지역 예선에 참가한 인원 수는 10만3천여명. 지역 오디션에서는 2~3일 전부터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은 뒤 프로듀서들 앞에서 그룹 오디션을 먼저 거친 뒤에야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 폴라 압둘, 랜디 잭슨 앞에서 오디션을 받을 수 있다. 6회째는 여자 110명, 남자 60명이 할리우드행 티켓을 받았는데, 할리우드 오디션을 통과한 남녀 12명씩 총 24명만이 본선 무대에 오른다. 하지만 <아메리칸 아이돌>이 진정한 재능을 선발하는 대회라는 환상은 점점 깨져가고 있다. 6회째에서 유명한 음치 산자야가 중반이 넘을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의 인간적인 매력 때문이었다. 실력만으로 우승을 점칠 수 없으며, 심사위원의 평가만으로 퇴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성공은 한 손에는 전화기를, 한 손에는 리모컨을 든 시청자들의 마음대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는 예측 불가능성 덕분이었다.

이다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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