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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6 21:12 수정 : 2007.06.08 16:02

저칼로리의 강렬한 유혹.사진 이은영 통신원

[매거진 Esc] 세계의 작은 이야기

저칼로리의 강력한 유혹 :파리

더운 여름이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시원한 탄산 느낌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정작 판매대 앞에 서면 망설이게 된다. 건강에 해롭다는 여러 통계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내용물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병 위에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혹은 아예 적혀 있지도 않아 우리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높은 칼로리 때문이다.

아름답다고 알려진 프랑스 여인들도 결코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은데, 식사 전 입맛 돋우는 음료와 전채, 메인 요리, 디저트 등을 갖추어 먹는데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그들에게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다이어트 음료.

파리에서 다이어트 음료가 인기다. 프랑스의 최대 슈퍼체인 ‘모노프리’의 가판대의 절반을 저칼로리 음료가 차지한다. 한국에도 코카콜라 라이트 등 저칼로리 음료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선택 폭이 넓은 프랑스에 견줄 바가 아니다. 코카콜라 라이트를 필두로 라임, 레드 오렌지, 레몬, 제로 등의 다양한 저칼로리 콜라가 나와 있다. 환타도 환타 제로라는 이름으로 오렌지·레몬맛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 펩시의 경우, 펩시 라이트와 맥스 등의 이름으로 다이어트 음료를 제공하고 있으나 코카콜라의 다양함엔 미치지 못하는 편이다. 프랑스에선 거의 모든 음료에 오렌지나 라이트 등 그에 상응하는 저칼로리 음료가 있다고 보면 된다. 칼로리가 기존 주스의 반인 저칼로리 주스도 있을 정도니.

어릴 때만 단 것을 찾는 한국인과 달리 프랑스인들은 어른이 돼서도 초콜릿을 찾는다. 이렇게 단맛에 길들여진 터라 저칼로리 음료가 결코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보장해주진 못하는 것 같다. 다만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싶지만 칼로리 때문에 고민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아예 저칼로리 음료를 마시고 미련을 떨칠 수 있는 이들의 다양한 선택이 부러울 뿐.

파리=글·사진 이은영 통신원



주말엔 걸어서 하늘까지: 도쿄

메타볼릭 신드롬(생활습관병)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은 국적을 불문하고 도시인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로 자리잡았다. 그 때문일까. 편리한 교통수단을 마다하고 두 다리에만 의지해 걸어 다니는 이들이 최근 도쿄에서 부쩍 늘고 있다. 가족·연인 단위는 물론 ‘나홀로족’까지, 주말이면 느긋하게 손에 물병을 들고 곳곳에 자리잡은 오래 된 가게와 명소, 근교의 행사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주말엔 걸어서 하늘까지.사진 김일림 통신원
분쿄구에 사는 이시이 노리코, 마시미 부부는 주말이면 걸어다니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중년을 맞는 이들에게 편도 두세 시간은 식은 죽 먹기. 주말 산책대회 참가는 물론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면 평일 새벽에도 걷기를 마다지 않는다. 영산홍 마쓰리(축제)로 유명한 네즈 신사 인근의 상점가가 주말에 올리는 수입은 평일을 훨씬 능가한다. 잡지와 텔레비전에 소개된 정보를 보고 찾아온 도보객들 덕분이다. 최근 대형 복합문화 공간을 연이어 오픈한 록퐁기와 마루노우치, 오모테산도 일대 역시 주말 도보객을 중심으로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꾸준히 정착하고 있는 도보 문화의 배경에는 거품경제의 타격을 딛고 제2의 도약을 꾀하는 국가 차원의 조직화된 움직임이 있다. 여가활동으로서의 주말 도보는 건강·관광·미식·미디어·문화·지역경제 등 각 분야 산업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경제적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세대와 테마·지역·취미·지하철 노선별로 도보 코스를 안내하는 잡지와 단행본,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이미 미디어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나아가 외국 관광객 유치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도시인의 삶이란 어차피 도미노 게임처럼 연쇄작용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확실한 건 이리저리 걷다보면 복잡했던 머리가 단순해진다는 사실이다.

도쿄=글·사진 김일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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