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질소로 급속 냉각시킨 아이스크림이 사과 속에 숨어있다. 슈밍화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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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세계에서 뜨고 있는 분자 요리, 과연 한국에서도 통할까 영국의 <레스토랑 매거진>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군데를 선정했다. 독특한 점이 있다. 1위부터 3위까지가 이른바 ‘분자 요리’(molecular cuisine)를 표방하는 식당들이다. 스페인의 ‘엘 불리’(El Bulli), 영국의 ‘더 팻덕’(The Fat Duck), 프랑스의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 등. 도대체 분자 요리가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도 난리일까? 요리계의 피카소? 요리계의 마티스? 분자 요리란 재료와 조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변형시켜서 기존의 음식과는 다른 음식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을 말한다. 한마디로, 과학적인 요리법이다. 얼마 전 피에르 가니에르가 내한해 분자 요리를 선보이면서 그 이름이 한국 사람들의 입에도 오르내리고 있지만 아직은 낯설다. ‘음식 맛은 손맛’이라는 말이 공통의 진리로 통하는 곳이 바로 한국 아닌가. 요리란 것은 기본적으로 ‘실험’이며 ‘물리’며 ‘화학’이다. 끓이고 삶고 데치고 볶고 튀기는 순간 ‘분자’로 이뤄진 음식 재료들이 다른 상태로 바뀌는 것이므로 모든 요리의 기본은 분자다. 그러므로 분자 요리란 재료의 궁극적인 맛을 찾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을 뽑는 잡지에서 분자 요리 식당들이 대거 상위권을 차지한 것 역시 ‘얼마나 새로운 시각으로 요리를 만드냐’를 가늠했기 때문일 것이다. 분자 요리는 아이스크림을 튀기고 액체질소로 재료를 급속히 냉각시키고 수프를 얼리는 등 기존의 요리 습관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기이한 방법을 쓴다. 분자 요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새로운 요리의 탄생이라는 것이다. 피에르 가니에르를 ‘요리계의 피카소’ ‘요리계의 마티스’라 하는 이유는 ‘이제 새로운 요리의 패러다임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분자 요리란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음식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스페인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요리법”이며, “2000년 즈음에 시작된 분자 요리가 요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것이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악평도 줄곧 이어지고 있다. 분자 요리가 유럽 사람들을 사로잡은 연유는 분명하다. 유럽인들은 대체적으로 전통적 식습관에 익숙하다. 새로운 요리를 먹더라도 전통과 동떨어진 것은 꺼린다. 이질적인 요소를 하나로 합해 놓은 퓨전보다는 음식과 과학을 접목하고, 전통과 새로움을 합쳐 놓은 분자 요리가 더 입맛에 맞을 수밖에 없다. 외국 레시피 따라 하다간 ‘어설픈 깜짝쇼’ 한국에도 하나 둘 분자 요리를 내세우는 식당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다양한 음식문화를 받아들이고 자기식으로 발전시키는 일본의 경우를 생각하면 한국에도 새로운 시도들이 늘어났으면 싶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세계와의 ‘컨템포러리’를 느낄 수 있는 식당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 그러나 문제는 많다. 압구정동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주방장 ㄱ씨는 “분자 요리란 과학적인 접근법이다. 원리와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외국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기만 한다면 ‘어설픈 깜짝쇼’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또 다른 우려도 있다. 〈Esc〉에서 ‘비밀의 주방’을 연재하고 있는 스스무 요나구니 요리사는 분자 요리는 식당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스페인의 엘 불리는 1년에 6개월밖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마다 메뉴가 조금씩 바뀐다. 6개월이 지나면 식당 전체의 메뉴가 바뀐다. 그리고 6개월 동안 새로운 메뉴를 준비한 뒤, 새롭게 시작한다. 한국에서 그렇게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요리의 핵심은 무엇일까? 맛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아무리 신기해도 맛이 없다면 소용없다. 한국에서 분자 요리라는 새로운 ‘흐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맛을 찾아내려는 노력과 새로운 시도에 아낌없이 박수를 쳐 줄 수 있는 식당 문화가 먼저 생겨야 한다. 귤은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분자 요리가 대륙을 건너면 무엇이 될까? 그게 궁금하다. 글 김중혁 기자 pen@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물수건은 후식입니다 한국 최초 분자 요리 레스토랑 ‘슈밍화’ 신동민 셰프 청담동의 레스토랑 ‘슈밍화’ 신동민 셰프는 일본에서 처음 분자 요리를 만났다.
한국 최초 분자 요리 레스토랑 ‘슈밍화’ 신동민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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