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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6 20:51 수정 : 2007.06.08 16:09

카사 델 비노

[매거진 Esc]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 카사 델 비노

때때로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 옛날로 돌아가는 것도 썩 나쁘진 않다. 전자우편 대신 편지지를 사서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며 꼭꼭 적어내려 가기도 하고, 휴대전화 대신 공중전화기를 찾아 동전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속도가 주는 어지러움을 잠시나마 피해 나갈 수 있다. 내친 김에 버스도 놓쳐보고 무작정 걸어도 보고, 잠시 느리게 사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카사 델 비노’는 과거 급히 달려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느린 시간과 와인을 제공했다. 2000년대 초 와인바가 별로 없던 시절, 값싸고 질 좋은 와인만으로 충분했다. 지금도 와인을 ‘안다’는 사람들에게 와인집 추천을 부탁하면 대뜸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세월의 더께 때문인지 와인 값은 그 옛날 같지는 않다. 하지만 와인을 대하는 품위는 여전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들도 즐비하다. 와인 평론가로 유명한 프랑스의 로버트 파커가 선정한 1990년대 와인들이다. 그저 눈요기만 해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보기 드문 와인뿐만 아니라, 650가지가 넘은 각국의 수많은 와인들이 깨알 같은 글자로 차림판에 등장한다. 알파벳 차례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어 누구든 찾기 쉽다. 메뉴판에는 4만5천원~200만원대까지 실로 다양한 가격이 줄을 맞춰 서 있다.

때로 다른 곳에서 구입한 와인을 지인들과 함께 꼭 마셔보고 싶을 때도 이곳을 찾을 만하다. 와인을 주문하지 않아도 우정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맛있는 프랑스 요리가 있다. 대부분의 와인집은 어디선가 두둑하게 배를 불리고 와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제대로 된 10년 경력의 요리사가 2만~6만원대로 먹을거리를 준비해 놓고 있다.

카사 델 비노
주인장인 은광표(49)씨는 화이트와인도 꽤 맛있다고 추천한다. 레드와인을 먹어야만 와인을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명한 와인사이트, 베스트와인을 운영하는 이답다.

그가 뉴질랜드 와인인 ‘빌라 마리아 쇼비뇽 블랑’(Villa Maria Sauvignon Blanc)을 내민다. 서서히 더운 열기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요즘, 시원한 물에서 갓 꺼낸 야채와 함께 와인을 마시면 삶이 잠시 행복에 젖는다. 와인에 대해 이제 조금씩 애정이 생기는 이는 꼭 한번 이곳을 들러볼 일이다. 때로 와인과 함께 시간이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도 좋다. 02)542-8003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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