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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6 20:47 수정 : 2007.06.08 16:10

스페인식당 ‘엘 쁠라또’의 메뉴판

[매거진 Esc] 메뉴판 세상

오래 전 <하몽하몽>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웬 섹시한 여인이 길거리를 걷던 장면만 머릿속에 남아 있다. ‘하몽’이 섹시한 여자를 의미하는 은어라는 사실은 후에 알았다. ‘하몽’이 스페인의 ‘프로슈토’라는 사실은 더 후에 알았다. 프로슈토는 돼지 뒷다리로 만든 생햄을 말한다. 생으로 소금물에 절인 다음 그늘에서 말리는데, 보통 1년 정도 숙성해야 제맛이 난다. 돼지고기는 날것으로 먹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프로슈토는 다르다. 수분이 제거되어 박테리아가 없다. 게다가 숙성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모든 잡균이 사라진다. 짭조름하고 질깃한 그 맛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프로슈토는 샌드위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바로 ‘파니노’다. 많은 식당에서 ‘파니니’라고 쓰지만 ‘파니노’가 맞다. 거칠고 투박한 빵 사이에 치즈 한 장과 프로슈토 한 장을 달랑 넣는다. 맛은 기막히다. 윗니와 아랫니가 딱딱하지만 구수한 빵을 통과하고 부드러운 치즈를 통과하고 끝내 졸깃한 프로슈토에 이르를 때면 세 가지의 맛이 하나로 합해진다. 이상한 소스를 듬뿍 뿌리거나 마요네즈와 토마토로 뒤범벅된 샌드위치와는 전혀 다르다. 말하자면 샌드위치의 미니멀리즘이라고나 할까.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이탈리아산 프로슈토를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최근 수입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스페인의 하몽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홍대 앞 스페인식당 ‘엘 쁠라또’의 메뉴판(사진)에서 하몽을 발견했다. 하몽과 아스파라거스도 잘 어울린다.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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