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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6 19:11 수정 : 2007.06.06 19:11

[매거진 Esc] 국제연애의 매너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기는 고정관념을 극복하는 것이 특별히 어렵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한 쌍을 보면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잘 어울린다” “저 여자는 왜 저런 남자를 만나는 거야?” 등등. 국제연애 짝의 경우, 사람들은 더 자주 평가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나 표현이 그다지 기분 좋지는 않다. 나도 국제연애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나와 내 여자친구를 국제연애 커플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우리를 평가하려고 한다.

나는 여자친구를 2년 반 정도 만난다. 우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진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둘은 완벽하게 잘 지내는데도 내 여자친구의 친구 중 몇몇은 아직도 우리 관계를 반대한다. 만약 내가 그 몇몇 친구들을 만나봤다면, 그리고 서로 알 기회가 있었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사이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들 중 몇몇은 만나본 적도 없다. 만약 내가 여자친구와 같은 나라 사람이었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데도 내가 외국인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나를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친구들에게 평가받는 것보다 더 상처가 되는 것은 부모님의 반대다. 국제연애 커플의 부모님들은 자녀와 외국인 이성친구의 관계를 추측만 하고 단적으로 거절한다. 국제연애 커플이 부딪히는 언어의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 같은 어려움을 과장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연애를 하는 커플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 부단히도 노력한다. 그러면 부모님도 자녀가 얼마나 행복한지, 또 외국인 이성친구도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부모님의 걱정도 조금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내 친구가 결혼했다. 유럽 남성인 내 친구는 한국 여성과 결혼했다. 그 커플은 3년 동안 사귀었고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그들이 사귀고 있고 또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여자 쪽의 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았고 딸과 석 달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석 달이 지나서야 아버지는 내 친구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여자 쪽 아버지는 내 친구를 만났고 서로 알게 되자 딸과 내 친구와의 결혼을 허락했다. 그러나 결혼식 당일, 마지막 피로연 자리에서 여자 쪽 아버지는 손님들을 향해 사위가 외국인이라 이해해 달라며 둘을 말려보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해 피로연 분위기를 조금 긴장시켰다. 나로서는 그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 친구를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버트란 상제/ 한국 주재 독일인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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