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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불량커플><연개소문> <신현모양처> 사진제공/ 에스비에스·문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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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최근 출발한 <신현모양처>와 <불량커플>의 여주인공들을 요모조모 뜯어보다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괴롭힘 당하는 건 현실의 일하는 여성만이 아니다.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는 드라마 속 여성들도 전업주부건, 잘나가는 독신여성이건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최근 시작한 문화방송의 <신현모양처>와 에스비에스의 <불량커플>의 여주인공들은 완벽한 주부, 남편 없이도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 고달프고 때론 어처구니없는 ‘투쟁’을 벌여 나간다. <드라마티크>의 조민준 편집장과 박현정 편집위원이 잘나서 고달픈 ‘그녀’들의 모습을 요모조모 뜯어봤다.
조민준 <신현모양처>, 기대하지 않았던 대타가 내야안타로 출루한 느낌이다.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미스터리를 결합한 내용이 꽤 신선하다.
박현정 기업의 시이오(CEO) 같은 엄마, 가정을 하나의 기업처럼 꾸려갈 수 있는 여자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긴 한가 보다. 언젠가부터 출판계 트렌드가 되었는데, 드라마에도 옮아온 것 같다. 좀 있으면 <강남엄마 따라잡기>도 나온다고 하고.
주부 캐릭터는 착하게 그려야 한다는 강박
조 그런 측면에서 불편한 부분도 있다. 이를테면 경국희(강성연)는 슈퍼 주부에 가까운 캐릭터임에도 극중에서 끊임없는 구박에 시달린다. 현실의 주부들이라면 몰입하기 힘든 인물인데.
박 <신현모양처>라는 제목이 아니었으면 그런 트렌드를 포함해서 그 세대 여성들의 다른 고민까지 포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조 아예 극중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춘 제목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빛나는 부분은 “비오는 날 흰 바지 입는 남자가 좋은 사람일 리 없어”라는 가정주부 식 추리가 나오는 대목이니까.
박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으로 잔뼈가 굵은 작가라 취재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부부관계의 리얼리티가 살아 있고.
조 대신에 기본적으로 코미디라 너무 현실적인 부분들이 나오면 불편한 느낌도 있다. 극성과 리얼리티가 충돌한달까.
박 원래 블랙 코미디의 캐릭터는 다면적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바보더라도 못되었거나, 루저라도 인텔리라거나, 그런데 경국희 캐릭터는 어눌하고 착하고 순수하다. 그런 캐릭터가 당하고 있으니 불편할 수밖에. 다른 부분은 현실을 리얼하게 그리는 데 비해 경국희에게만 리얼리티가 없다.
조 경국희에게 조금만 약점이 있어도 보수적인 주부층이 ‘저러니까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런 반응을 차단하기 위해 인물을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박 주부 시청층이 그렇게 보수적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주부 캐릭터는 착하게 그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은데, 시청자들도 이제 착한 사람에게만 공감하는 것에서는 많이 벗어나지 않았나?
조 극중에서 ‘신현모양처’라는 단어가 남편 허명필(김호진)의 입에서 튀어나왔다는 점만 봐도, 작가가 ‘신현모양처’를 요구하는 세태를 비꼬려고 한다는 것은 명확한 것 같다.
박 그러니까, 옛날처럼 살림과 육아만 잘해서도 안 되고, 재테크에, 입시 교육에, 남편 사업이나 승진 내조까지 성공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미션, 그 모든 걸 잘할 수 있는 능력 여성이 왜 집에 있나? 일을 해야지, 어쨋든 이게 ‘신현모양처’인데, 그런 걸 비꼬려고 하는 의도에는… 너무 착한 여성 주인공은 맞지 않는다. 좀 더 다면적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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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준 편집장(왼쪽) / 박현정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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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대사 “대학 노래패 출신이야”
조 경국희의 현실에는 공감하되, 경국희라는 인물에는 공감하지 못하게 되는 딜레마가 있다. 그럼에도 연실(엄수정)의 실종이라는 미스터리 플롯이 부상하면서 3회부터는 이야기에 탄력이 붙었다.
박 김호진의 연기는 대체적으로 만족하는데,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인정받는 엘리트라는 설정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학창시절을 양아치처럼 보냈을 것 같은 느낌?(웃음) “대학 노래패 출신이야” 같은 대사들도 입에 안 붙고.
조 에스비에스의 <불량커플>을 보면 도대체 무슨 잡지 편집장이 그렇게 여유가 많을까 의아하다. 책상에 붙어 있지는 않더라도, 하루에 걸려오는 전화만 수십 통일 텐데… 남자와 무인도 여행을 손쉽게 계획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다.
박 대체로 연기자들이 전문직 여성 연기를 잘 못한다. 이를테면 일하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 직업에 맞는 느낌이나 말투 같은 것이 있지 않나. 스트레스에 전 느낌이라든가.
조 그리고 이건 남자로서 좀 궁금한 부분인데, 여자는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생기는 경우도 있나? 친구의 아이를 며칠 봐주다, ‘늘그막에 혼자면 외롭다’는 생각에 결혼 없이 아이만 낳겠다고 전투적으로 달려드는 주인공의 모습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박 특정 사건을 계기로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결혼은 싫지만 이 남자의 아이라면…’이라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단지 ‘양질의 씨를 얻기 위해서’라는 설정은 당황스럽긴 하다. 차라리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와 같은 캐릭터라면 몰라도.
조 신은경의 연기가 무난하긴 한데,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특정한 느낌은 별로 묻어나지 않는다. 특히 기찬(류수영)과 둘만 있을 때는 잡지 편집장인지 조폭 마누라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지경.(웃음)
박 당자(신은경)의 씨를 받으려는 작전이, 그 설정의 설득력 자체는 둘째친다 해도 두뇌 플레이를 통해서 펼쳐져야 재미가 있는 건데, 약을 타서 먹이려고 한다든지, 그저 몸으로 밀어붙인다든지 하는 점이 불편하다.
방점은 언제나 사랑에 찍히고…
조 기존의 <불량> 시리즈와는 다소 다른 결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전 두 작품(<불량주부>, <불량가족>)이 어떤 대안적인 가족 모델을 제시했다면, 이 드라마는 그렇게 시작했지만 결말은 전형적인 가족의 탄생이 되지 않을까?
박 그러니까, 드라마에 ‘30대 여자들’이 등장하면서 소재의 폭도 넓어지고 자유로워진 면이 있긴 한데, 아직 익숙하게 잘 다루는 경우는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이를테면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김선아)가 외박했는데 엄마(김자옥)가 ‘얘 사고 쳤나 보다’며 좋아하는 부분, 그런 묘사가 정말 자유로워서 좋았는데.
조 그렇게 30대의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대야 옳을 텐데, 소재만 가져왔을 뿐 기존의 전형적이고도 극적인 설정에 끼워맞추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많은 드라마들이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지만 방점은 언제나 사랑에 찍히고, 그 사랑은 또 종래의 익숙한 연애드라마의 공식을 따르게 되지 않나.
박 아니면 가족 판타지를 설파하면서 끝내버리곤 하니. 그나마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경우에는 열린 결말로 끝을 내지 않았나. 어쨌든 <불량커플>이, 초반부에 보여준 성적 자유로움이 단순히 외피로만 그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다른 시각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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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장면>
<신현모양처>에서 명필(김호진)과 태란(김태연)이 엘리베이터에서 강성연에게 외도를 들키는 장면.
“너무 놀라서 소리 지를 정도였다. 리드미컬한 연출의 힘.”(박현정)
“손에 땀을 쥐는 첩보전의 긴장은, 알고 보면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성 속에서 최대한의 극성을 뽑아낸 사례.”(조민준)
<최악의 컴퓨터그래픽>
에스비에스 <연개소문>의 백제 삼천궁녀의 낙하 장면
“모든 상황을 화면으로 설명하는 것이 극의 몰입을 유도하는 데 꼭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 정교하지 못한 컴퓨터그래픽(CG) 궁녀들은,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쏟아질 뿐이다. 드라마에서는 4초 가량의 컷이었지만 향후 4개월은 인구에 회자될 ‘안습’의 장면.”(조민준)
“비장함의 도가니 속에서 코미디로 ‘급’전환. 웅장한 내레이션은 부조화의 극치.”(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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