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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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삽질은 창대하였다. 우아해 보이기만 했던 취미활동, 그럴듯해 보이는 직장, 운명적이라고 믿은 연애 … 안 그런 게 없다. 빌 브라이슨은 <나를 부르는 숲>에서 그저 집과 가까운 곳에 애팔래치아 산맥이 있다는 이유로 시작했던 종주 도전이 무참하게 실패로 끝나는 과정을 눈물나게 웃기는 글빨로 보여준 바 있다. 윌리엄 알렉산더의 <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는 ‘그까짓 토마토 심을 자리’를 찾는다고 고심하다가 결국 돈은 돈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너덜거리게 된 정원꾸미기 여정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알렉산더는 아내와 2년이나 책을 뒤지며 집 뒤뜰에 채소밭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을 거듭했다. 모네도 울고 갈 기똥찬 정원을 만들 셈이었다. 해마다 적어도 몇 달은 모든 채소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정원의 청사진이, 전문가의 손에서 설계되었다. 아름다운 이빨과 성적 집착을 불러일으키는 흙때가 낀 손톱을 가진 전문가 브리지트가 결국 나쁜 용팔이처럼 바가지만 씌우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결국 그는 직접 정원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드는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비싼 나무를 사려면 의사인 아내에게 “3500달러어치 환자를 더 볼 수 있겠어?”라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그는 원예인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이루려 좌충우돌한다. 딱하게도 그의 꿈은 결코 소박하지 않았음이 밝혀지고, 그는 토마토 한 개 키우는 데 든 비용이 무려 64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원이 아름다운 동시에 효율적이기를 바라는 건 “날 유혹하라, 동시에 날 먹여 살려라” 하는 무리한 요구, 곧 ‘성모 창녀 콤플렉스’를 강요한 것과 바를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 있게 되었을까? 그가 정원을 포기했을까? 그는 여전히 정원을 사랑한다. 콜로라도 감자잎벌레가 하룻밤 사이에 감자를 모두 죽여 버릴지라도. 우리가 치르는 전쟁은 모두 자초한 것이지만 모두가 패잔병이 되는 건 아니다. 어느 대목이 승리가 될지는, 밭을 갈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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