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06 15:43
수정 : 2007.06.08 16:44
[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흡연자들 설 곳이 없다. 서서라도 피우겠다는데, 갈 곳이 없다. 그래서 많이 자제한다. 길을 걸으면서는 절대 피우지 않으며 ‘금연’이라고 써붙여둔 곳에서는 엄두도 내지 않는다. 공공장소에서는 구석으로 숨는다. 신세 참 처량하다.
끊을까? 싫다.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담배를 사랑한다. 외국에 나가면 꼭 그 지역 담배를 산다. 담배 맛에 그 지역의 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와인으로 치자면 ‘테루아’가 느껴진다. 독일은 맛있었고 벨기에는 별로였고, 네덜란드는 최고였다. 일본에서는 ‘호프’(Hope)라는 담배에 ‘꽂혔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담배에다 ‘희망’이라고 써붙여둔 걸까. 간덩이가 부어도 단단히 부었다. ‘호프’에 꽂힌 것은 담배 맛 때문이 아니라 이름과 로고 때문이었다. 로고는 이름보다 더 이상야릇하다. 활이 하늘로 향해 있고 화살이 장전돼 있다. 하늘로 화살을 쏜다. 그런데 왜 ‘희망’인 거지? 하늘로 날던 화살은 내 머리로 떨어진다. 그게 ‘희망’인가? 화살이 내 정수리에 정확히 꽂히기 전까지는 희망이 있다는 것인가? 하늘이든 어디든 화살을 쏠 수 있다는 정신이 곧 희망인 것인가? 별별 생각을 다 한다. 어쨌거나 담배얘기를 하다 보니, 한 대 피고 싶다.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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